파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합니다. 중개는 집을 고르는 일 같지만, 해보면 사람을 읽는 일에 가깝습니다.
좋은 조건의 집이라는 사실보다 손님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결정인지를 먼저 봅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오간 마음을 씁니다.
글 60
사람을 먼저 보는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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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합니다. 중개는 집을 고르는 일 같지만, 해보면 사람을 읽는 일에 가깝습니다.
좋은 조건의 집이라는 사실보다 손님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결정인지를 먼저 봅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오간 마음을 씁니다.
두 달 전, 고여사가 동생가족을 입주시킬 작은 빌라를 사달라고 했다. 마침 인근에 저렴히 나온 빌라가 있었다. 걸어가다 픽 쓰러질 것처럼 야윈 할머니의 신축 5년차 빌라. 수시로 찾아와 팔아달라고 했던 물건이라 기억이 나서 보러 가겠다 했더니 성화였던 것 치고는 의외로 조건이 까다로웠다. 아들이 출근 안 하는 날은 피해야 하고, 아들이 출근해서 없더라도 아들 방은 볼 수 없다고 했다. 가까스로 집을 보고 바로 계약했다. 부동산 계약은 일의 끝이 아니라 시작! 계약 후에는 매도인 할머니가 더 자주 찾아왔다. 함께 사는 50대 돌싱 아들이 할머니를 달달 볶는다고 했다. 밤마다 술에 취해 들어와 낫을 휘두르며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대서 안방 문을 열쇠로 채우고 잠을 잔다나... 결국 도저히 같이 못살겠어서 아들 몰래 집을 판 것이라고 했다. 매도인의 사생활을 계약 전에 알았다면 계약을 안 했을 수도 있지만 계약 후에 알았으니 피할 도리는 없었다. 잔금일이 다가올수록 할머니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했다. 중개사무소 잔혹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사날이 다가오니 집을 비워줘야 해서 집 판 사실을 털어놓았더니, 1주일간은 왜 허락없이 팔았냐고 난리를 쳤고 그 다음부터는 집 판 돈의 절반을 챙겨줘야 이사나간다며 공포스럽게 몰아쳤다고 한다. 돈을 안 내놓으면 칼로 찌르네 어쩌네... 할머니가 전화하실 때마다 혹시 칼에 찔렸나 놀래서 떨며 받았다. 드디어 잔금일.
"엄마! 진수가 죽었대요..." 저녁식사 후 딸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가왔다. 진수는 상가 2층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강선생의 아들이다. 딸과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다. "며칠 전에 강원도에 화재났잖아요 거기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급히 상가의 소식통인 세탁소한테 전화를 했다. 혹시 2층 진수네 관련해서 무슨 소식 못 들었냐고.... "왜요? 오늘 낮에도 강선생이 애들이랑 왔다갔다 하던데요? 무슨 일 있대요? 평소랑 똑같던데.."
"중개사님이 왠지 저를 못 믿으시는 것 같아서 제가 보여드리려고 ...." 라고 하면서 그가 갑자기 외투의 지퍼를 내리더니 확 벗어제꼈다. 헉!! 춥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던 1월 중순 어느 날 오후, 중년 남성이 전화를 했다. 반전세에 대해 문의했는데 월세를 조정해달라는 말부터 여러차례 하길래 집이나 본 후에 조정해보자고 했다. 그래도 자꾸 월세 부담을 어필하길래 입주 날짜는 언제냐고 물었더니 5월 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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