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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사우루스

다 됐어요 송금하세요!

양콩읽는 데 약 4

70대 아버지와 40대 아들이 아파트 매매를 보러 왔다.

집을 볼 때는 보통 부부가 오거나 어머니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들은 항상 부자간에 동행했다.

아들 집 사는데 아버지가 든든하게 함께 다녀주시니 다정한 부자지간이구나 싶어 마음이 흐뭇했다.

몇 군데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집을 선택해 계약하기로 했다.

계약서 작성 날. 매도인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꼼꼼히 브리핑한 후 매수인에게 계약금을 송금하시라고 안내했다.

그러자 아들이 옆에 앉은 아버지 손에서 스마트폰을 가져가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

"입금했어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버지가 아들 폰을 들고 계셨나?'

중도금 날, 등기부를 열람해 매수인인 아들 폰으로 보내주며 권리 변동이 없으니 중도금을 송금하라 했다.

잠시 후 아버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네 중도금 송금했습니다."

그때도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왜 매수인인 아들이 확인 전화를 안 하고 아버님이 하셨을까?'

대망의 잔금 날.

이번에는 웬일인지 항상 함께 오던 아버지는 안 보이고 아들 혼자 왔다.

법무사 직원이 등기 서류를 모두 확인한 후 이상이 없다고 하자, 아들에게 잔금을 송금하라고 했다.

그러자 아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사무실 밖으로 나가며 전화를 걸었다.

"다 됐어요. 송금하세요!"

잠시 후 매도인이 계좌를 확인하더니 입금이 되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정산이 끝나고 매도인이 먼저 자리를 뜨자, 가방을 챙기는 아들에게 슬며시 물었다.

"오늘은 아버님이 바쁘셔서 함께 못 오셨나 봐요? 항상 같이 다니셔서 참 보기 좋았는데요."

그러자 아들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아버지 지금 은행에 계세요. 제가 아침에 은행에 모셔다드리고 여기로 왔거든요."

"은행에요?"

"네. 오늘 잔금은 모바일 이체 한도에 걸려서 아버지가 은행 창구에서 미리 기다리시다가 송금해주기로 하셨거든요. 이제 아버지 모시러 가려고요."

"그럼 아버님한테 본인 통장이랑 도장을 맡기고 오신 거예요?"

"아니요? 아버지 통장에서 보내주신 건데요."

"네? 그럼 이 집 매매대금을 아버님이 다 내주신 건가요?"

아들은 그제야 머리를 긁적이며 집안 사정을 털어놓았다.

미혼인데 몇 년 전 주식과 코인 투자로 돈을 크게 날려 집안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 뒤로 아버지가 '너한테 돈 맡겨두면 다 날린다'며 아들의 모든 수입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들의 월급은 들어오는 족족 아버지 통장으로 자동이체되었고, 아들은 필요할 때마다 아버지에게 용돈처럼 타서 썼다. 이번 아파트 매매대금 역시 아버지가 그동안 모아둔 아들의 월급과 관리 자금에서 나갔다는 이야기였다.

머릿속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그러니까 계약금, 중도금, 잔금이 전부 아버님 명의 통장에서 매도인 계좌로 바로 들어갔다는 말씀이세요?"

"네, 맞아요. 그게 어때서요?"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파트 명의는 아들인데, 매매대금 전액이 아버지 통장에서 매도인에게 직송금되었다.

국세청 전산망에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수억 원을 증여해 아파트를 사준 전형적인 제3자 대납 거래'로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출처 소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증여세는 물론 무신고 가산세까지 떠안을 수 있다.

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제 피 같은 월급이 다 섞여 있는 돈인데요?"

안타깝게도 과세관청은 한 집안의 사정을 일일이 헤아려주지 않는다.

세법은 오직 '돈이 누구의 통장에서 출발했는가'라는 객관적인 금융 흐름을 본다.

부동산 명의는 자녀인데 매매대금이 부모 통장에서 흘러나왔다면, 세법에서는 일단 부모가 자녀에게 매매대금을 무상으로 준 '증여'로 추정할 수 있다. 아들 월급을 대신 관리해준 것뿐이라는 말은 가족끼리의 사정일 뿐, 국세청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납세자가 객관적인 금융 증빙으로 명백히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세 폭탄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1. 소득과 입금 내역의 완벽한 일치 (자금출처 소명)

아들의 급여 계좌에서 아버지 계좌로 돈이 이체된 내역(원천징수영수증, 계좌 이체확인서)과, 아버지가 그 돈을 다른 생활비나 투자로 소비하지 않고 예·적금 등으로 온전히 보전해 이번 매매대금으로 직결시켰다는 금융 흐름의 동일성을 입증해내야 한다. 자금의 꼬리표가 중간에 끊기면 소명이 인정되지 않는다.

2. 금융실명법 위반 및 차명계좌 리스크

자녀의 돈이라 해도 부모 명의 통장에 장기간 넣어두고 관리하는 행위는 금융실명법 상 차명거래 혐의를 받거나, 자녀가 부모에게 돈을 보낼 때 한 번, 부모가 집값으로 돈을 보낼 때 또 한 번 증여로 의심받는 양방향 증여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자녀의 자금이라면 계약 전 미리 자녀 본인 명의 계좌로 환원한 뒤, 자녀 통장에서 매도인에게 직접 송금하는 것이 정석이다.

3. 부족한 자금에 대한 증여세 면제 한도 및 차용증 작성

만약 아들이 모은 돈 외에 아버지의 순수 자금이 보태졌다면, 성인 자녀 증여재산공제(10년간 5천만 원) 한도를 우선 체크해야 한다. 그 이상의 자금을 빌린 것이라면 반드시 법적 요건을 갖춘 차용증(금전소비대차계약서)을 작성하고, 적정 이자를 매달 계좌 이체로 주고받으며 원금을 상환해 나가는 객관적인 금융 증빙을 남겨두어야 한다.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가자 아들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고가 주택을 거래하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세무 상담을 거치며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지만, 생애 첫 집을 장만하거나 세법에 밝지 않은 분들은 가족 간의 신뢰만 믿고 중대한 원칙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부동산 거래 시 대금의 흐름과 경로까지 미리 꼼꼼히 준비하는 것이 추후 예기치 않은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댓글4

  • 시월의꽃2026년 9월 2일

    이런 사정이 있을 줄 몰랐던 인듯 아버지가 다 관리하신 거면 아들이 편한 집이라도 의아할 수 있겠다 싶음 그리고 매매대금 흐름이 이러면 세금 문제는 진짜 신경 써야 할 듯 나는 계약하고 큰일 날 뻔했겠다 싶음 상권이든 뭐든 결국 돈 문제는 원천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드네

  • 희수니2026년 9월 2일

    근데 이 글을 보니까 아버지께서 자금 관리를 다 하신다고 하니 아드님이 계약할 때 안도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고 집을 사는 과정이 아무래도 복잡하게 느껴지네요 제가 요즘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동네가 저렴하면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결국 자금의 흐름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네요 실제로 호재가 생기면 얼마나 체감될지 궁금해요 분명 아드님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었을 텐데 만약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모르는 상황에서는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 귤농장2026년 9월 2일

    이런 사정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드님이 집을 사는데 은행에 계신 아버지께서 직접 송금하셨다니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매매 과정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습니다...

  • 수달2026년 9월 2일

    ㄹㅇ 나도 아는 애가 비슷한 상황 겪었는데 아버지가 다 해주더라고요;; 집 매매 과정 생각하면 ㄹㅇ 복잡해서 부담될 것 같음, 그때는 세금 걱정 같은 거 안 했던 듯하고 중간중간 뭘 챙겨야 할지 ㄹㅇ 헷갈릴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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