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우루스

브랜드란 화장을 덧칠한 싸구려 집

Mr.리퍼비시먼트읽는 데 약 5

요즘 하자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4400여건의 하자중재요청이 접수됐다합니다.

대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더 심한 곳도 있지요. 실제로 붕괴사고가 일어난 검단아파트와 광주 화정아파트 모두 시공사가 대기업입니다.

층간소음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요. 윗집 배관이 터져서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일들도 허다합니다. 이 때문에아래윗집 간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심각한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지요.

이쯤되면 '브랜드아파트'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풍자와 자조를 섞은 '순살자이', '흐르지오' ,'통뼈캐슬' 등 브랜드아파트를 비판하는 말들도 시중에 떠돌고 있습니다.

자 그럼 속사정을 들여다볼까요?

속사정을 제대로 알려면, 건설현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겠습니다.

건설현장은 크게 공사를 주는 발주처, 공사를 총괄하는 시공사, 시공사의 하청을 받아 세부적인 공사를 수행하는 하청업체, 하청업체와 시공사에 고용돼 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무자로 이뤄집니다.(실제로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4가지 핵심 구성요소 중 정상적인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오늘날 모든 문제를 야기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현장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건설현장은 외국인이 아니면 안 돌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국인이 많이 늘었습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외국인 건설노동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건설근로자 중 약 15%가 외국인입니다. 실제 현장에선 30% 이상이 외국인이거나 중국동포(일명 조선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국인 근로자들은 심각한 고령화를 겪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건설근로자 평균 연령은 51.8세 입니다. 50대(34.4%)와 60세 이상(33.5%)을 합치면 67.9%에 달합니다. 전체 근로자 셋 중 하나는 50대 이상인 셈입니다. 20대는 11%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전체 한국인 근로자 수는 14개월 째 계속 감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감소폭도 매달 적게는 2000명에서 많게는 1만5000명까지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숙련공'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대부분 벽식구조와 무량판구조입니다. 기둥이나 벽이 될 곳에 철근을 교차해서 심고, 이를 띠철근으로 단단히 묶어줘야 합니다. 이후 콘크리트(시멘트+물+자갈+모래)를 부어서 굳힙니다. 띠철근이 제대로 단단히 묶였는지, 콘크리트는 배합이 잘 됐는지, 골고루 균일하게 부어졌는지, 바닥과 천장·벽에 심겨야 할 전선이나 배관이 제대로 된 각도로 설치됐는지 등 살펴야 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죠.

그런데 일을 할 기술자가 줄어들고 단순 노무자들도 외국인과 고령자만 늘어가니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2. 하도급업체

이러한 현장 전반을 관리하고 공사를 수행할 하도급업체들도 문제가 많습니다.

하도급업체에 만연한 불법 재하도급은 익히 아는 내용이실 겁니다. 이 과정에서 면허를 사거나 허위로 기술자를 등록해 자격을 갖춘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일을 받기도 하지요. 현장을 관리할 기술자가 부족한 것은 위의 내용과 이어집니다. 또한 재하도급은 저가 후려치기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는 당연히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후려치기 당한 업체들이 손쉽게 하는 일이 뭘까요? 자재를 빼돌리는 것이겠지요. 건축설계를 하다보면 최대한의 튼튼함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몇 개의 자재를 빼돌려도 건물이 무너지지 않았죠.

그런데 최근엔 공학이 발달하고 이를 계산하는 프로그램도 정밀 해지면서 설계를 아주 '타이트'하게 하고 있습니다. 단가를 줄여야 하니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타이트한 설계를 한 상황에서 예전처럼 자재를 빼돌리거나 까먹으니 문제가 터져나온 것입니다.

문제는 이처럼 하도급업체의 실력과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도, 지역에선 지역업체를 쓰라고 종용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자를 구하기 힘든 지방에선 더더욱 부실시공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3. 시공사

시공사도 문제가 많습니다.

우리가 대기업 계열의 시공사를 쓰는 이유가 무엇이죠? '브랜드'입니까? '브랜드'는 왜 '브랜드'일까요? 품질이 보장된다는 믿음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못 합니다. 하도급실태에서 알 수 있듯 대기업들은 이름만 걸고 실제 공사는 하도급업체가 대부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대형 건설사에 일을 맡기는 이유는 '관리능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자재가 들어왔는지, 일정과 계획에 맞게 시공이 이뤄지고 있는지 등등 대기업에서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줄 것으로 믿는 것이죠.

그런데 이 '관리능력'도 이제 믿을 게 못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 현장에 가보면 대기업 '본사'의 명함을 갖고 머무르는 인력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심한 현장은 10개동 아파트를 짓는데 공무담당자(공사관리, 자재 및 중기 관리, 노무·안전관리)가 1~2명에 불과한 곳도 있습니다. 일일이 자재를 검수하고 인력들이 제대로 투입돼 일을 하고 있는지 살피기 힘듭니다. 서류작업만 하는 셈입니다.

그나마도 이 '본사' 직원도 계약직이 많습니다. 10대 건설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33.30% 수준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비정규직 비중이 43.57%에 달합니다. 이 비정규직이란 것도 각 프로젝트를 맡기기 위해 뽑은

프로젝트계약직(PTJ직)만 산출한 것이고, 본사 계약직임에도 임직원 수에는 포함되지 않는 '현장체용직'(일명 현체직)은 포함되지도 않습니다. 현장에선 PTJ직과 현체직이 거의 모든 일을 도맡고 있는데도 말이죠.

3. 발주자

공사를 발주하는 발주자는 정상일까요?

발주자를 보통 '시행자' 또는 '시행사'라고 하지요. 쉽게 말해 땅주인입니다. 요즘엔 재개발·재건축이 많은데, 이 땐 발주자가 '조합'이 되겠지요.

발주자의 최대 목표는 '수익'이겠지요.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기본'이 사라지면 안 되겠지요. 건설에서 '기본'은 무엇일까요? 아마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구조안정성'을 갖춘다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춘다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사용성'을 갖춘다 정도가 될 듯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발주자들은 이러한 기본을 지키고 싶어할까요? 시행사라는 기업은 본디 지은 집을 팔아서 수익 챙겨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행사들은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그 이름을 이어가는 곳보단 그때 그때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사업을 수행하고 청산을 하곤 합니다. 당연히 돈을 많이 들여서 품질을 높이기 보단 '수익극대화'에 방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돈을 쓰더라도 겉으로 보이는 '마감재'나 '옵션'에 공을 들이기 마련이지요.

조합이라고 다를까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 원주민 재정착률이 50%가 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30%만 돼도 아주 높은 재정착률이라고 평가하지요. 대부분 지난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오른 집값과 프리미엄을 받고 외부인에게 팔기 마련입니다. 팔지 않더라도 '분담금'을 최소화하고 '배당수익'을 높이려면 위의 시행사처럼 행동하기 마련이지요. 어차피 평생 살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고가 깔려있는 것 입니다.

가령 층간소음이나 하자를 줄이려면 '벽식구조'나 '무량판구조'가 아닌 '라멘구조'나 '철골구조'로 집을 지으면 됩니다. 라멘구조와 철골구조는 기둥과 보로 건물의 뼈대를 잡기 때문에 벽을 타고 층간소음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흡음재니 방음재니 별도의 '미친 짓거리'를 안해도 되지요. 벽체를 허물수 없는 벽식구조와 다르게 언제든 벽체를 트거나 쌓을 수 있어서 집안 구조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층고도 훨씬 높아서 개방감이 탁월하지요.

실제로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선 모두 라멘구조와 철골구조로 집을 짓습니다. 사실 그게 기본값입니다. 우리나라만 산업화시대에 빨리 싸게 지으려고 '벽식구조'를 개발했고, 이후 개량한다고 한게 '무량판구조'입니다. 후진국형 구조지만 돈을 아낄 수 있는데다, 같은 높이에서 층수가 2~3개층 더 많이 나오다보니 높이 제한이 있던 시절엔 일반분양 수익을 늘리기 위해 다 '벽식구조'와 '무량판구조'를 선택해왔습니다.

이걸 다 알게 되면 후진국형 구조가 사라질까요? 선뜻 돈을 더 투자해 좋은 집을 짓도록 발주할까요?? 저는 당연히 이젠 그런 의식이 함양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비전문가인 발주자를 위해 존재하는 대리인이 있습니다. '감리'와 'CM'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발주자들 상당수는 비용을 아끼겠다고 최저가입찰로 업체를 선정하거나, 선정시기도 공사를 착수하는 시점에 가까운 날로 최대한 늦게 선정합니다. 그렇다보니 업체들도 서류검토 수준으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수박 겉핥기로 현장을 둘러보고 관리하곤 합니다. 제대로 일을 하고 싶어도 기본설계(설계콘셉트)와 실시설계(공사방법)에 깊이 관여하지 못했다보니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이 어렵습니다.

〓 요즘 'S넬'이니 '루이V똥'이니 명품들이 다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합니다. 'OEM'이라고들 하지요. 품질은 떨어지고 대량생산에 치중하는데도 '명품브랜드' 딱지 하나만 붙이면 수백만원을 아끼지 않고들 사갑니다.

우리네 아파트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명품을 만들던 장인들은 어디가고, 공장에서 찍어내듯 건물을 만들고 거기에 '래미안'이니 '디에이치'니 '자이'니 '아크로'니 '르엘'이니 브랜드를 붙이고, 무슨 대단한 명품인양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를 다 끌어다 붙여서 이름을 짓습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가 붕괴되고도 여전히 우리는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건축물을 짓는 현장소장을 지낸 어느 건설전문가 분이 그러더군요. "우리나라는 마굿간 같은 집을 짓고 살면서도 명품이라고 '허세'를 부린다"라고.

언제쯤 진짜 명품 아파트를 보게 될지. 진짜 요원하기만 한 일일지. 여러분들의 선택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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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 자가자가자식아 · 2024년 10월 28일

    저런 집들을 10억 20억 주고 못사서 난리인게 지금의 현실임

  • 견용학 · 2024년 10월 28일

    건설현장에 외노자를 쓰면서 품질이 하락한게 공공연한 비밀이 되버렸습니다. 외노자들이 똥싸지른것부터 쓰레기까지 벽 안에 넣어 묻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기술도 없어서 마감도 거지같이 하는게 현실입니다.

  • 페어리 · 2024년 10월 28일

    감리들이 하는일이 뭔가요 대체

  • 달타냥 · 2024년 10월 28일

    현산과 자이 이름을 단 아파트들이 무너져버렸으니...

    근데 슬픈 현실은

    이러니 더 중형건설사 아파트가 꺼려진다는 거임

    자이가 이 정돈데 다른데는 얼마나 더 심할까 싶어서

  • 트민녀의 부동산 트렌드 · 2024년 10월 28일

    구축이 더 튼튼한 아이러니…

  • 펨맨 · 2024년 10월 28일

    확실히 아파트는 브랜드라고 무조건 좋은 법이 아닌 거 같네요

  • 레모나 · 2024년 10월 28일

    참나...전체적으로 개판이네요

  • 리켈메10 · 2024년 10월 28일

    사실 구축이 입지도 더 좋은 경우가 많죠

  • 카트리나 · 2024년 10월 28일

    결국 관리 및 감리수준에 따라서 공사 품질이......

  • 카트리나 · 2024년 10월 28일

    88년도엔 시멘트에 모래 섞인거 아네요?

  • 스티브집스 · 2024년 10월 29일

    <@UELSW8NFT> ㅋㅋㅋㅋㅋㅋㅋ연식 나오시는데

  • 베테랑킴 · 2024년 10월 29일

    하 진짜.. 하자 문제는 너무 속상하죠. 한두푼도 아니고.. 진짜 그렇게 집을 사는데 하자 나오면 .. 하..

  • 미니멀부자 · 2024년 10월 29일

    브랜드이미지를 보고 신뢰를 갖기도 하지만..이러면 진짜 너무 답답하겠네요. 감리의 역할이 엄청 중요한건데..

  • 오늘도화이팅 · 2024년 10월 29일

    맞아요..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높아져가는데, 실상 안전에 대한 이미지는 나빠지고 있죠.. 잘 좀 지어지면 좋겠어요

  • 스위티자몽 · 2024년 10월 30일

    입주하는 신축 아파트 하자 문제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던데.. 이게 언제까지 이럴지 걱정이네요

  • 부울경 · 2024년 10월 31일

    이상하죠 우리 나라 사람들 브랜드에 집착해 명품 소비하는 걸 보면 참...

  • 훠이 · 2024년 11월 1일

    이래서 요즘에 만드는게 맞는지 모르겟어요 잘 확인해 봐야할거 같아요

  • 말차우유 · 2024년 11월 4일

    하자 논란이 크게 있었는데도 여전히 브랜드 아파트를 노리시는 분들이 많죠.. 내구성도 브랜드에 걸맞았으면 좋겠어요.

  • 집고양이 · 2024년 11월 7일

    브랜드 이미지는 무시 못하지만.. 그만큼 이름걸고 하는거면 하자 문제 좀 확실히 했음 좋겠어요

  • 아기새 · 2024년 11월 7일

    그러게요 진짜 겉만 브랜드로 번지르르한. ㅠㅠ 진짜 ㅠㅠ 브랜드라고 해서 더 잘짓는것도 아니네요 , ㅠㅠㅠㅠ

  • 헤일리 · 2024년 11월 7일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얼죽신 얼죽브에 휩쓸리지않고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겠네요

  • 무슈 · 2024년 11월 8일

    이름만 브랜드네요 진짜 잘 확인해야할거같아요

  • 아아정복 · 2024년 11월 8일

    브랜드란 이름만 믿고서 너무한거아닌가요

  • 쿠크다스 · 2024년 11월 8일

    요즘 보면 구축이 더 좋은 듯 한 느낌이 듭니다. 신축은 보기에만 번지르르 하지 순살아파트가 워낙 많아야죠... 지하주차장 기둥 꼭 보고 사야합니다.

  • 오렌지쥬스과 · 2024년 11월 10일

    어떻게든 저렴하게 만들고, 납기일 맞추려 무리하게 시공하고, 또 그러다보면 하도급의 하도급을 쥐어짜는 현상.. 요즘 아파트 아무튼 무섭습니다 ㅠㅠ...

  • 아기새 · 2025년 9월 2일

    진짜 고가의 브랜드 아파틑가. .. ㅜㅜㅜ 너무 이름만... 좋지.하자 투성이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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