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두꺼비세무사읽는 데 약 4분
상속세를 걱정하는 사람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상속세라고 하면 아직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거액의 재산을 가진 일부 자산가를 먼저 떠올립니다.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가진 기업인이나 부유층에게 해당하는 세금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속세 신고 현장에서 마주하는 모습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부모님이 평생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번 것도 아니고 여러 채의 집을 사들인 것도 아닌데, 오랫동안 보유했던 주택 한 채 때문에 상속세를 고민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수십 년 동안 한 집에서 살아온 것뿐인데 그 집의 현재 가치가 크게 올라 자녀가 상속받는 순간 세금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첨부자료에 정리된 국세청 통계를 보면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속세 신고와 관련된 피상속인은 2015년 5,452명에서 2025년 2만1,741명으로 증가했습니다. 10년 사이 약 네 배가 된 것입니다. 상속세 신고세액 역시 2015년 2조1,896억원에서 2025년 8조7,137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물론 상속세 신고세액은 특정 연도에 대규모 상속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크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금액 하나만 가지고 장기적인 추세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1년에는 상속세 신고세액이 20조원을 넘어섰다가 이후 다시 감소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그렇지만 상속세 신고와 관련된 피상속인의 숫자가 장기간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세가 더 이상 극히 일부의 자산가에게만 해당하는 세금이라고 보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공제와 달라진 자산가격 사이의 간격
상속세를 둘러싼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공제금액입니다. 현재 일반적인 상속에서는 일괄공제 5억원을 많이 활용하고,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 상속공제를 함께 고려하게 됩니다. 배우자 상속공제는 실제 상속받은 금액이나 법정상속분 등을 기준으로 계산하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30억원까지 공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공제기준이 적용되는 동안 우리 사회의 자산가격은 상당히 달라졌다는 데 있습니다.
20년 전의 5억원과 지금의 5억원이 경제적으로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가정만 해도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수십 년 전에 취득한 주택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그 가정의 경제적 생활수준까지 그만큼 높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집값이 오른 만큼 현금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그 집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상속이 시작되면 그동안 실현하지 않았던 자산가치 상승분이 상속세 계산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첨부자료에서도 1997년 이후 핵심적인 상속공제 기준이 장기간 유지되는 사이 부동산 가격과 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상속세 과세대상이 확대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현재 상속세 논쟁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상속세율이 높은지 낮은지를 따지는 것만으로는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상속세와 거리가 멀었던 재산이 지금은 상속세 계산대에 올라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현재의 공제기준이 지금의 자산가격과 생활수준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법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과 준비를 미루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충분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상속세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개편안이 논의됐습니다. 공제금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벗어나 상속인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논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개편의 필요성과 개별 가정의 대응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은 국회 일정에 맞춰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개편안을 내놓고 국회에서 논의하는 동안에도 부모님의 나이는 계속 늘어나고 재산의 가치도 변합니다.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도 있고 금융재산이 늘거나 줄 수도 있습니다. 가족 가운데 누군가에게 증여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건강상태가 갑자기 변할 수도 있습니다. 상속세 개편이 언제 이루어질지 기다리는 동안에도 상속을 준비해야 할 상황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오히려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재산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재 법을 적용했을 때 상속세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보는 것입니다. 예상세액이 크지 않다면 굳이 복잡한 재산 이전을 서두를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상당한 세금이 예상된다면 그때부터 증여나 재산구성 변경, 납부재원 마련 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법이 바뀌면 다시 계산하면 됩니다. 지금 계산해보는 것과 법 개정 이후 다시 계산하는 것은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 숫자를 알고 있어야 나중에 제도가 바뀌었을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상속세는 집 한 채의 가격으로 계산할 수 없습니다
상속세 상담을 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아파트 한 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재산을 하나씩 확인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파트 외에 지방에 토지가 있을 수도 있고, 오래전에 취득한 상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은행 예금이나 주식이 있고 보험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사업을 하셨다면 법인 주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대출이나 임대보증금 같은 채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상속세는 가장 큰 재산 하나만 놓고 계산하는 세금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재산을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비주거용 부동산은 평가방법을 더욱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첨부자료에서도 최근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와 관련한 과세당국의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감정평가액이 일정한 요건 아래 시가로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공시가격 하나만 보고 상속세를 예상하기 어려운 재산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상속을 준비한다면 재산목록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부동산의 주소와 현재 가치를 적고, 예금과 주식, 보험, 법인 지분을 정리하고, 대출과 임대보증금도 함께 기록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해놓으면 비로소 우리 가족의 상속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윤곽이 나타납니다. 상속세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도 그 다음입니다. 숫자도 모르면서 절세방법부터 찾으면 오히려 필요하지 않은 증여를 하거나 가족에게 부담이 되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상속세 논의가 커질수록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합니다
저는 최근 상속세 문제를 보면서 한 가지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법이 복잡해질수록 국민 개인에게 모든 계산을 맡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속세 하나만 하더라도 재산평가, 공제, 사전증여, 배우자공제, 채무, 금융재산, 각종 특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세무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정부가 세제를 바꾸면서 국민에게 “본인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직접 계산해보라”고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때 국민이 자신의 재산을 입력하면 개편 전과 개편 후의 세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스템을 함께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정확한 세액을 확정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어떤 사람에게 상담이 필요한지, 어떤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정도의 서비스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민간에서도 이런 필요 때문에 상속세 계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 역시 복잡한 세법을 대신 판단해주겠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재산이 어느 정도이고 현재 제도에서 상속세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지 먼저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서비스가 민간에만 맡겨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세법을 바꾼다면 국민이 그 변화가 자신의 재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도구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맞습니다.
세법을 공부하는 국민을 만드는 것보다 자신의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상속세 개편을 둘러싼 논쟁도 결국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바꾸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실제 국민의 재산과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것까지 정부의 역할에 포함돼야 합니다.

댓글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