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임장비 논란, 도대체 왜 시작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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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 초기, 팩스나 복사를 부탁하는 이들에게 무료서비스를 해주었다. 비용을 물으면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고객들이니 그 정도 편의는 봐드리자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몇달이 흐르자, 계약이나 잔금으로 바쁜 시간에도 팩스나 복사를 부탁하는 방문객이 늘었다. 심지어 전혀 안면 없는 이들도 수십장을 들고 와 당연한 듯 요구했다.
처음엔 한두 장의 쭈뼛거림이, 어느덧 수십 장의 당연함이 된 것이다. 근처 문구점은 비용을 받으니, 공짜로 해주는 부동산을 이용하는 게 그들에게는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셈이다.
점차 업무에 방해를 받기 시작했다. 손님 상담 중에도, 계약 중에도 팩스와 복사는 줄을 이었다. 어떤 날은 낯선 손님이 30장을 들고와 부탁하기에 "지금 계약 중이라 어렵다"고 했더니 서늘한 눈빛을 보냈다.
부동산 거래와 무관하게 무료 서비스를 당연히 여기는 태도가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유리창에 "복사ㆍ팩스 장당 300원"이라고 써 붙였다. 그러자 방문객이 대폭 줄었다. 어떤 이는 "동네에서 그 정도도 못 해주냐"며 타박했고, 어떤 이는 비싸다며 모바일로 보내겠다고 돌아섰다.
물론 나는 여전히 거래 이력이 있는 고객에게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명확하게 선을 긋고 나니 본업에 집중할 수 있어 한결 수월해졌다.

배려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덧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호의가 이어지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는다.
최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임장비' 언급으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그 핵심 역시 단순히 "돈을 받겠다"는 욕심이 아니다.
거래 의사도 없이 현장 스터디 목적으로 방문하여 업무에 지장을 주는 '임장크루' 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정당한 노동과 시간의 가치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천명하는 것에 더 큰 목적이 있다.
중개사는 언제든 몇 번이고 집을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 계약 의사가 없어도 무료 서비스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
그 인식의 원천이 결국 '계약이 체결되어야만 청구할 수 있는 성공불제 형태의 중개보수 구조'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고 아쉬울 따름이다.
타 전문직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무료 서비스 요구가 얼마나 기형적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변호사는 승소 여부와 상관없이 상담료와 착수금을 받고, 건축사는 본 계약을 안 하더라도 현장 실측비를 받는다. 가전 수리 기사조차 수리 여부와 무관하게 현장 진단 출장비를 받는다. 전문가의 시간과 현장 노동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반면 공인중개사는 현장을 안내하고 권리관계를 분석하고,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수많은 사전 노동을 제공하지만, 오직 '계약 체결'이라는 최종 결과가 나와야만 보수를 받는다.
'임장비' 논란이 단순히 액수의 문제를 넘어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계약이라는 최종 열매만 바라보며 과정 전체를 무료로 요구하는 기형적인 구조는 이제 개선되어야 한다.
전문가의 노동을 정당하게 대우하는 성숙한 시선이야말로, 안전하고 깊이 있는 중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의 출발점이다.
#중개에세이 #임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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