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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줄테니 오라~ 대신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여 오라~

양콩읽는 데 약 3

단독주택 월세가 나와서 인터넷 광고를 했더니, 어떤 남자가 와서 집을 보다가 내게 물었다.

"자격증 있으세요?"

당연히 있지. 자격증 없는 공인중개사도 있나..

당연한 걸 왜 묻느냐 했더니 그가 다시 말했다.

"와.. 부럽네.. 나는 두번 떨어지고 포기했어요.

그런데 없어도 뭐 일하는덴 지장이 없잖아요."

어디선가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중개보조원이거나... 무등록 컨설팅.. 가볍게 목례하고 돌아서려는데 그가 다시 자랑스럽게(?)말했다.

"아파트 이런건 수수료가 얼마 안돼서 저는 빌라만 해요.

빌라는 한건만 해도 수수료가 크잖아요."

개업공인중개사들은 어떤 중개대상물을 거래하든

법정 중개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무자격 컨설팅업자나 자격증을 대여해서 운영하는 자들은, 쉽게 팔리지 않는 물건을 팔아주는 대가로 중개보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용을 받는다.

예를들면 1억5천만원에도 잘 안 팔리는 빌라를

1억8천만원에 거래를 성사시키고 2000만원을

컨설팅 및 보수로 챙기는 수법이다. 1억8천만원의

중개보수는 부가세 포함 880,000원이다.

그는 나를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너 힘들게 공부해서 자격증 따가지고, 혹시 자격증 문제 생길까봐 전전긍긍하며 소심하게 일하지? 오히려 나같은 사람이 돈도 더 잘 벌고 자유롭지'

몇년 후, 인근에 빌라단지가 들어섰다.

물건을 찾는 손님이 있어 분양사무소를 방문했는데, 누군가 과하게 반겨서 쳐다보니 그 남자였다.

그 남자 P씨는 수개월에 걸쳐 분양이 완료되자

분양사무실 겸 거주지로 쓰던 빌라를 매매의뢰 했다. 중개보수 외 넉넉히 챙겨주겠다고 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얼마 후 P씨는 지인에게 빌라를 매도했다며

월세를 놔달라고 했다.

새 빌라 주인도 잘 부탁한다고 방문했다.

계약이 체결됐고 잔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잔금 이튿날 아침, 빌라 주인이 전화를 했다.

"P씨가 중개보수를 왜 부동산에 줬느냐.나에게 줘야 하는거 아니냐? 고 하면서 다시 돌려달라는데요?"

빌라 주인은, P씨도 부동산을 하는 사람이라 하니

P씨의 말이 맞는 것 같다며 그에게 중개보수를 건네주길 원했다.

나는

"물건 의뢰를 받았을 시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말도,

공동중개라는 말도 들은 적 없다. P씨는 처음 매매로 내놨을 때도 중개보수를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중개보수를 받아가려면 계약시에 개설등록번호와 인장을 들고 동석했어야 한다. P씨가 등록된 개업공인중개사가 맞느냐?"

고 항의했다.

10분 후에 P씨가 콧김을 날리며 전화를 했다.

"나는 여기저기서 오랫동안 부동산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이런식으로 하면 부동산들이 다 알아서 부동산비를 챙겨줬다. 도대체 당신은 부동산 룰을 알고나 있느냐!"

어딘가에서 컨설팅사무소를 차려 일하거나 혹은 어느 중개사무소에 빌붙어 똠방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물건의뢰를 할 당시에는 세가 빨리 빠지기를 바래서 사심이 없었다가, 막상 잔금까지 완료되고 나자 한번 우겨나 보겠다는 심보다. 나는 말했다.

"현재 완성된 중개로는 계약부터 잔금까지

그쪽에서 받을 권리가 없으니, 일단 입주한 세입자를 다시 내보내라. 짐 다 빼게 한 다음에 자격증 사본과 등록인장 들고 와서 계약서를 쓰고 다시 입주시켜라.

물론 세입자에 대한 보상은 그쪽에서 다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제대로 된 수순을 밟자.

그 형식을 취하면 중개보수를 돌려주겠다."

그랬더니 P씨가 개발 소발 막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 여자가 미쳤나? 이사 들어간 사람을 어떻게 내보내?

수수료 받겠다고 이사비를 두번 들게 만들어?

그게 말이 돼? "

당근 말이 안된다.

그러나 중개할 자격이 없는 자가 중개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더 말이 안된다.

난 미치지도 않았다.

월세요율이라 몇십만원 안되는 중개보수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중개사의 보수를 가로채려는 무등록자에게

내 권리를 뺏길 수 없을 뿐이었다.

그것이 개업공인중개사로서의 내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P씨의 말에는

우리 중개시장의 우울한 현실이 담겨 있었다.

'자격증이 없어도' , '등록하지 않았어도' 얼마든지 중개업으로 먹고 살게 해주는 대한민국의 너무나 관대한 정책과 풍토.

공인중개사 자격증 제도가 뿌리내린지 30여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무자격자들이 종횡무진할 수 있게 방관한 탓이다.

실제 지방 중소도시 거래건수의 많은 비중이 이런 무자격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최근들어 빌라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전세사기가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개발 소발 욕을 해대는 P씨가 '입만 살고 싸움은 못하는' 여자들만 있는 사무실로 쫓아올까봐 겁이 나서 딸국질이 쉴새없이 터져나왔지만, 나름 통쾌했다.

"얼마든지 줄테니 오라~.

대신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여 오라~"

댓글4

  • 방방곡곡2023년 11월 25일

    무자격으로도 중개를 할 수가 있군요. 이것저것 참 신경써야 할 일이 많네요ㅠ

  • 악동부린이2023년 11월 26일

    당연히 다들 자격증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죠?

    그럼 부동산에 실장님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다 자격증이 있나요?

  • 양콩2023년 11월 26일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양콩2023년 11월 26일

    '실장님'이라는 불리는 분들은

    소속공인중개사이거나 중개보조원일 것입니다.

    중개사무소에는 대표공인중개사(개업공인중개사) 소속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이 있는데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 자격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중개물건에 대한 확인 설명이나 계약서 작성 계약 조건 조율 등의 중개업무를 할 수 없고

    단순한 현장안내나 사무보조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중개보조원이 마치 공인중개사인듯이 업무를 하면서 사고 발생이 많기 때문에

    올해 10월19일부터 중개보조원 고지의무가 신설되었습니다. 중개보조원은 의뢰인에게 본인이 중개보조원임을 고지하고 단순 현장안내와 사무보조만 하여야 하며 고지를 안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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