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보다 먼저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모두 세금부터 물어봅니다. “상속세가 얼마나 나오나요?”라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상담을 시작하면 세금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모님의 재산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각각의 재산을 얼마로 평가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형제자매끼리 어떤 재산을 받을지 생각이 다르고, 배우자에게 어느 정도를 남겨야 할지도 의견이 갈립니다.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한 경우에는 부동산을 팔아야 하는지 대출을 받아야 하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 모든 일이 부모님이 돌아가신 직후 짧은 시간 안에 한꺼번에 벌어집니다. 그래서 상속은 세금계산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금은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에 가깝습니다. 상속재산을 확인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고, 가족이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고, 세금을 낼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이 함께 따라옵니다. 특히 재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된 가정이라면 이런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납니다. 상속받을 재산은 많은데 당장 세금을 낼 현금은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에게 많이 상속하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상속에서 배우자공제는 상당히 중요한 제도입니다.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이나 법정상속분 등을 기준으로 공제가 이루어지고 일정한 경우 최대 30억원까지 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첫 번째 상속에서 배우자에게 재산을 많이 배분하는 방법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상속세만 놓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배우자에게 넘어간 재산은 그대로 배우자의 재산으로 남고, 배우자가 사망하면 다시 자녀들에게 상속됩니다.

따라서 첫 번째 상속에서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방법과 부모 두 분의 재산이 최종적으로 자녀들에게 넘어갈 때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방법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상속에서 배우자에게 상당한 재산을 넘겨 상속세를 크게 줄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이미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두 번째 상속에서 재산이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첫 번째 상속에서 배우자에게 재산을 적게 주는 것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닙니다. 배우자가 앞으로 오랫동안 생활해야 하고 별도의 소득이나 재산이 없다면 노후생활에 필요한 재산을 충분히 남겨야 합니다. 세금을 줄이겠다고 배우자의 생활기반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도 좋은 상속설계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배우자 상속공제를 활용할 때는 이번 상속에서 세금이 얼마 줄어드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부부 두 사람의 재산이 최종적으로 자녀들에게 넘어가는 과정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증여도 서두른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상속세가 걱정되면 가장 먼저 증여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증여는 빠르게 하는 것과 일찍 준비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세법에서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일정 기간 안에 상속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속인에게 사망 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이 대표적인 대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실 것 같다는 이유로 급하게 자녀에게 큰 재산을 넘긴다고 해서 상속세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증여세를 내고도 상속세 계산에 다시 들어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재산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계획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증여를 나누어 검토할 수 있고 재산의 종류에 따라 어떤 것을 먼저 이전할지 판단할 시간도 생깁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부모님의 노후생활이 먼저입니다. 자녀에게 재산을 넘긴 뒤 부모님이 생활비나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세금을 조금 줄였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을 증여할 때는 증여세만 볼 수도 없습니다. 취득세가 발생할 수 있고 자녀가 나중에 처분하면 양도소득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증여를 할지 말지는 증여세 하나를 놓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세와 증여세, 취득세, 양도소득세를 함께 계산해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첨부자료에서 2025년 증여세 신고세액이 5조9,245억원으로 2015년보다 150.7% 증가하고 신고건수도 크게 늘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도 이런 재산이전의 흐름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상속세가 얼마인지보다 납부할 돈이 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상속재산이 30억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중 27억원이 아파트이고 금융재산이 3억원이라면 상속세가 발생했을 때 자녀들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많지 않습니다.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30억원이라도 부동산이 20억원이고 금융재산이 10억원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세금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재산을 활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는 상속이 시작된 뒤 상당히 크게 느껴집니다. 재산이 많다는 사실과 세금을 낼 수 있는 능력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그래서 상속을 준비할 때는 재산의 총액뿐 아니라 유동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연부연납과 같은 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그것이 상속세 납부문제 자체를 없애주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언젠가는 세금을 납부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재산이 대부분 부동산인 가정에서는 생전에 금융자산을 어느 정도 확보할지, 보험을 활용할지, 일부 부동산을 처분할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상속이 시작된 뒤 급하게 부동산을 매각하면 가족들이 원했던 재산승계 계획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집을 물려주고 싶다”는 부모님의 생각이 있었더라도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상속을 준비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을 미리 피할 방법을 찾는 과정입니다.

상속은 세금보다 가족의 합의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재산이 많아질수록 상속에서 가족 간 합의가 중요해집니다. 부모님이 아파트와 상가, 토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첫째는 상가를 원하고 둘째는 아파트를 원할 수 있습니다. 막내는 부동산보다 현금을 받기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고 싶어 하지만 각각의 재산 가치가 정확하게 같지는 않습니다.

더 복잡한 경우는 부모님이 생전에 특정 자녀에게 이미 상당한 재산을 증여했던 경우입니다. 다른 자녀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자녀를 도와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자녀들은 상속재산을 미리 가져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세법만 공부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가족이 살아 있을 때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고, 재산의 가치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 상속공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실제 상속재산의 분할과 등기, 명의개서 등이 법에서 정한 기한 안에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첨부자료에서도 배우자 상속재산 분할과 관련된 기한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상속이 시작된 뒤 가족 간 의견이 맞지 않으면 세금신고와 재산분할이 동시에 꼬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건강하게 계실 때 적어도 재산의 큰 틀과 향후 방향 정도는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속세를 잘 준비한다는 것은 세금을 적게 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상속세 상담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경우는 세금을 조금 더 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미리 알았다면 충분히 선택할 수 있었던 일을 아무 준비 없이 상속이 시작된 뒤에 알게 되는 경우입니다. 부모님의 재산을 미리 확인하고 현재 기준으로 상속세를 한번 계산했다면 증여를 할지 말지 판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배우자에게 어느 정도 재산을 남길지 생각할 수도 있었고,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금융자산을 준비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상속이 발생하면 자녀들은 장례를 치르면서 동시에 재산을 찾아야 하고 세금도 계산해야 합니다. 그때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속세를 준비할 때 특별한 절세비법보다 먼저 현재 재산을 펼쳐놓고 숫자를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속세 개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이 바뀌면 다시 계산하면 됩니다. 현재의 법으로 계산해보는 것과 개편안을 기다리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숫자를 알고 있어야 개편 이후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제금액이 달라졌을 때 세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예상보다 제도 변화가 크지 않다면 기존에 세워둔 계획을 그대로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속을 맞지 않는 것입니다.

상속세 계산 프로그램이 정부에도 필요한 이유

저는 여기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최근 상속세를 둘러싼 제도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상속세 하나를 계산하려고 해도 부동산 평가, 금융재산, 사전증여, 배우자공제, 일괄공제, 채무, 장례비, 각종 특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일반 국민이 세법을 모두 공부해서 자신의 재산에 정확하게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간에서 이런저런 계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 역시 상속을 준비하는 분들이 최소한 “내가 어느 정도의 상속세를 걱정해야 하는지”부터 확인할 수 있도록 계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확한 신고세액을 대신 결정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 자신의 상황을 한번 들여다보고 전문가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서비스는 민간에서만 만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법을 만드는 곳이 정부이고, 상속세 계산에 필요한 제도와 기준도 정부가 정합니다. 그렇다면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때 국민이 자신의 재산을 입력하면 개편 전후 예상세액을 비교해볼 수 있는 공식적인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정확한 세액을 확정하는 기능이 아니더라도 국민이 자신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서비스는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세법이 복잡해질수록 국민에게 더 많은 공부를 요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제도를 바꿨다면 그 제도가 내 재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행정서비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공제가 이렇게 바뀝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당신의 재산에는 이렇게 적용됩니다”라고 보여주는 것입니다.

상속을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상속세가 걱정되는 가정이라면 우선 거창한 상속계획부터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님의 재산을 하나씩 정리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부동산은 현재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예금과 주식, 보험을 정리합니다. 대출이나 임대보증금 같은 채무도 함께 적어야 합니다. 사전증여가 있었다면 언제 누구에게 얼마를 증여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렇게 재산을 한 번 정리한 뒤 현재 법을 적용해 상속세를 계산해보면 그때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세금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면 무리해서 증여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상당한 세금이 예상된다면 증여 여부를 검토하고, 배우자에게 어느 정도 재산을 남길지 생각하고, 상속세를 낼 현금도 준비해야 합니다. 부동산의 가치가 상당히 높지만 금융재산이 부족하다면 그 부분부터 손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 간 재산분할에 의견 차이가 예상된다면 생전에 큰 방향을 정해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상속세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그때 다시 계산하면 됩니다. 공제금액이 늘어났다면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하면 되고, 과세방식이 바뀐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비교하면 됩니다. 현재의 제도를 기준으로 한번 준비해놓는다고 해서 개편 이후의 제도를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의 숫자를 알고 있어야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상속은 세금을 얼마나 줄였느냐만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 필요한 생활비를 충분히 확보했는지, 자녀들이 상속받은 재산을 감당할 수 있는지, 가족 간에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지 않는지, 상속세를 낼 현금이 준비되어 있는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상속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부모님의 재산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과정을 미리 정리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속을 앞둔 분들에게 “어떤 절세방법이 가장 좋습니까?”라는 질문보다 먼저 “부모님의 재산이 지금 정확히 얼마입니까?”라고 묻고 싶습니다. 그 숫자를 알아야 증여도 판단할 수 있고 배우자 상속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세금을 낼 현금이 부족한지도 알 수 있고, 부동산을 그대로 남길 수 있는지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상속세법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재산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현재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해보는 일은 지금 할 수 있습니다. 민간에서 이런 계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바로 그 출발점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저는 이런 서비스가 앞으로는 정부 차원에서도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복잡한 세법을 직접 해석하면서 자기 재산의 세금을 알아내는 것보다, 정부가 제도 변화와 함께 개인별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상속세 개편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상속은 계속 다가옵니다. 법이 바뀔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지금의 법으로 한번 계산해보고, 가족의 재산구조와 상황을 확인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법이 바뀌면 그때 다시 계산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정작 준비할 수 있었던 시간까지 흘려보내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