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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신탁업계의 X맨 'KB부동산신탁'

Mr.리퍼비시먼트읽는 데 약 6

KB부동산신탁은 KB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신탁업계에서도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업체입니다. 금융계에서는 “KB가 하면 다르다”는 인식이 있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KB부동산신탁의 행보가 오히려 자신들뿐 아니라 신탁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탁방식 정비사업에서 잇따른 실수와 악수(惡手)가 이어지면서, ‘B to C’ 성격이 강한 정비사업에서 신탁방식의 신뢰성 자체에 의문을 일으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여의도 한양 아파트 사건 – 도시계획 분야서 취약점 드러내

 

첫 번째 논란의 발단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절차’에서 발생했습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완료한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그 계획을 바탕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단계였죠. 그런데 정비계획 수립이 끝나기도 전에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원칙적으로 시공사 선정은 조합설립 이후에 가능합니다. 정비계획이 수립되고 구역이 지정된 다음, 정비구역 내에서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동의요건을 갖춰야 조합이 설립됩니다.

 

그런데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신탁방식’을 채택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신탁방식의 경우, 추진위원회 구성이나 조합설립 이전에도 신탁업체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 신탁이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죠. 조합이 없이 신탁이 사업을 시행하면 ‘시행자방식’이라고 하고, 조합이 있고 업무만 대행하는 경우 ‘대행자방식’이라고 분류합니다.

 

신탁이 사업시행자가 되는 경우 협약(MOU)을 맺고, 조합설립 동의율과 같은 수준의 ‘지정개발자 지정 동의’를 받으면 되죠. 사업대행자 방식의 경우엔 50%의 동의를 확보하면 됩니다.

 

KB부동산신탁은 여기서 ‘신탁지정 = 조합설립’이라는 등식을 적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신탁이 지정됐으니 조합설립과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시공사 선정을 할 수 있다는 논리인 것이죠.

하지만 당시 여의도 한양은 ‘신속통합기획’만 마친 상태였고, 정비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2003년 만들어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구역 지정과 추진주체 확립 전에 시공사가 개입해서 사업의 주도권을 가지는 것을 배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단순 도급사로서 공사업무만 수행하라는 것이죠.(물론 자금조달 구조를 여전히 시공사에 의존하는 형태가 유지되면서 사실상 시공사의 주도권이 유지되는 것이 현 실태이긴 합니다)

 

그런 법률의 취지를 볼 때,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시공사 선정은? 당연히 안 되는 것이었죠. 결국 서울시가 이 절차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시공사 선정 절차가 몇 달 정도 뒤로 밀리게 됐습니다.

 

사실 어쩌면 그냥 헤프닝 정도로 볼 수 있는 일이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으로 ‘신탁 =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특히 KB부동산신탁은 신탁업계에서 가장 먼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로 등록하면서 ‘전문성’을 내세웠던 곳입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란 조합이나 추진위를 대신해 행정적·법률적 검토와 사업 절차를 조력하는 전문기관으로, 사실상 조합의 두뇌이자 손발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이런 곳에서 기본 절차를 놓쳤다는 건 신탁업계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일이었지요.

 

더 까다로워진 신탁방식 추진 절차

 

여담으로 최근 도정법은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쓰고 더 까다롭게 만들었다라고 읽는)으로 개정이 됐습니다.

예전에는 추진준비위원회나 토지등소유자 모임 등이 신탁과 협약을 체결하고 바로 동의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협약을 맺는 조건이나 규정도 딱히 없었죠.

 

이제는 주민설명회 개최공고 → 주민설명회 개최 → 구청 확인 → 신탁 공개모집 → 협약체결 → 신탁 동의서 징구 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주민설명회 구성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의 모든 추진방식(조합방식, 신탁지정방식, 공공시행, 공동시행 등)을 주민에게 설명하고, 신탁과의 협약 주요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설명회 개최 7일 전에는 구역(단지) 내에 개최 사실을 담은 내용물을 게시해야 하고, 설명회를 마친 후 관할 구청의 확인을 받은 뒤 ‘신탁 공개모집 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

공개모집 동의율이 30% 이상 모이면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모집 공고를 내야 합니다. 이후 공개모집 절차에서 선정된 신탁사와 협약을 맺고, ‘조합설립과 같은 수준의 동의요건’으로 지정개발자 지정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엔, 여의도 한양아파트 사태처럼 신탁이 스스로 절차적 허점을 만들거나 오인한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책준형 관리신탁’이 불러온 재무 충격

 

두 번째 문제는 KB부동산신탁만의 실수라기보다, 신탁업계 전반의 위기였습니다.

바로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책준형)’ 상품 때문이죠.

 

원래 신탁은 개발사업에서 자금관리나 시행대행만 맡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책준형 관리신탁’은 신탁사가 직접 책임준공확약을 제공해, 대출이나 PF 조달 시 이율 등의 혜택을 추가해 주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책임준공이라는 것은 준공까지 완료할 경우 채무부담을 떠안지 않지만, 준공까지 못 가고 사업이 엎어지면 확약을 제공한 측에서 채무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신용보강 형태를 말합니다.

잘될 때는 수수료를 더 받아 이익이 컸지만, 2023~2024년 지방 중심으로 미분양 한파와 부동산 가격 조정, PF 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시행사와 중견·중소건설사들이 줄도산하자, 신탁사가 떠안은 책임준공 확약이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KB부동산신탁도 대표적인 피해 신탁사로 꼽힙니다.

 

각종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KB부동산신탁은 2023년 매출 1488억 원 중 영업손실 963억 원, 순손실 84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24년엔 영업손실 1068억 원, 순손실 1133억 원을 기록했죠.

KB부동산 신탁의 책준형 관리신탁 관련 사업장에서 발생한 신탁계정 대여금 규모는 약 5000억 원 수준으로, 이 중 상당수가 부실화된 사업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더벨의 보도에 따르면 2024년 KB부동산신탁의 대손상각비는 1300억 원 이상, 2025년 상반기엔 충당금 전입액만 900억 원대에 이르렀습니다.

즉, 수익보다 손실 대비 비용이 더 커진 구조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로인해 부채비율은 2024년 129% → 2025년 상반기 150% 이상으로 치솟았고, 당기순손실이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자본잠식 우려까지 제기됐습니다.

신탁업계 내부에서는 “책준형 상품이 신탁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폭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결론적으로 ‘책준형 관리신탁 부실화’ 사태는 ‘신탁 = 안정적인 금융기관’이라는 이미지에 금을 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재개발·재건축처럼 비전문가인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사업에서는, 실제 위험보다 훨씬 과장된 불안이 퍼지는 경향이 있죠. “신탁도 위험하다더라”는 식의 막연한 불신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많은 사업장으로 확산한 셈이 됐죠.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주민들이 신탁방식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정성과 투명성’마저 흔들리다

 

세 번째 논란은 공정성 훼손 문제입니다.

신탁은 그간 조합방식에 비해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이미지로 주민들의 신뢰를 받아왔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 금융사이자, 전국에 단 14개만 존재하는 인가업체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목동14단지 재건축 과정에서 나온 사건은 신탁방식의 신뢰를 다시 흔들었습니다.

더팩트의 보도 -"믿고 맡겼건만"…KB신탁, 주먹구구식 위탁에 내부거래 의혹까지- 에 따르면, 목동14단지는 전자동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용역비가 약 10억 원으로 책정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전자동의 용역비는 통상 1가구당 5,000~1만5000원 수준으로 책정됩니다. 등기 조회 업무를 대행하느냐, 서비스를 더 넣느냐 정도의 차이죠. 목동14단지가 3100가구 규모의 대단지라 하더라도 통상적인 기준으로는 5000만 원 전후면 충분한 규모라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KB부동산신탁과 추진위원회 측은 “10억 원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실제 계약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KB부동산신탁이 자체 발주한 용역이라, 소유주들에게도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더 석연치 않은 점은 이 전자동의업체가 KB부동산신탁의 관계사인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약 10억원의 투자를 받은 회사라는 점입니다. 만약 이 거래로 매출이 부풀려졌다면, 기업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내부거래를 통해 기업가치를 뻥튀기하려고 한 것이라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겠지요.

실제로 이 보도 이후 신탁업계 전반이 술렁였습니다.

다른 신탁사들도 내부거래 및 용역 발주 절차를 점검하고, 무리한 수주 경쟁이나 주민대표의 과도한 요구 수용을 자제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비업계에서는 “신탁방식이 조합방식보다 깨끗하다는 인식이 무너질까 우려된다”는 분위기입니다.

 

신탁업계의 X맨이 된 이유

 

이처럼 여의도 한양의 절차 실수, 책준형 부실로 인한 1,000억 원대 손실, 공정성 논란까지

세 가지 사건이 겹치며, KB부동산신탁은 업계 안팎에서 “신탁업계의 X맨”으로 불리는 모양새입니다.

본의 아니게 신탁방식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상징이 되어버린 셈이지요.

 

물론 모든 책임을 KB부동산신탁 한 곳에 돌릴 수는 없습니다.

다른 신탁사나 업체에서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각종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또 다른 곳에선 정직하고 우직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현장도 많을 것입니다.

다만 업계 리더로서 상징적인 위치에 있던 KB가 흔들린 탓에, 파급력이 유독 컸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제도는 죄가 없다, 문제는 ‘사람’

 

결국 문제의 본질은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신탁이든 조합이든, 제도는 틀일 뿐이지요.

결국 그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얼마나 정직하게 수행하느냐는 사람의 몫입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제도나 방식의 이름이나 이미지만 믿지 말고, 내 재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신탁이라는 간판 뒤에, 조합이라는 간판 뒤에 숨어 있는 리스크를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겠죠.

다시 강조하지만 결국 사업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정직하게 절차를 지키는 신탁이라면 여전히 신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조합도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그 믿음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순간, 아무리 큰 금융그룹의 이름을 달고 있어도 ‘X맨’이라는 오명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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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 아아정복 · 2025년 10월 6일

    신뢰가 가장 중요한거같아요

  • 무슈 · 2025년 10월 6일

    갈수록 더 까다로워지는거같네요

  • 눈사라밍 · 2025년 10월 6일

    신탁방식이 더 까다로워졌나보네요..신탁계의 x맨이라니ㅠ

  • 팽오리 · 2025년 10월 6일

    제도는 죄가 없다는 말에 공감을 하네요ㅠ

  • 치킨 · 2025년 10월 6일

    KB부동산 신탁이 신탁업계에서 가장 먼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로 등록을 했었군요?

  • 펜트하우스 · 2025년 10월 6일

    KB 금융 지주라 KB부동산 신탁이 더 믿음이 갔던거 같아요

  • 빅토리아 · 2025년 10월 6일

    신탁 방식에 대해서 제대로 본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알고 가니까 좋은거 같아요

  • 스위티자몽 · 2025년 10월 6일

    신탁도 조합도 리스크는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 같아요. 요새 신탁 방식 진행도 많다는 말 들었는데, 역시 뭐든 쉽지만은 않군요.

  • 말차우유 · 2025년 10월 6일

    조합 관련 잡음이 많아서 신탁 방식이 그나마 공정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KB부동산신탁의 행보로 그 이미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었겠네요.

  • 오늘을살자 · 2025년 10월 6일

    신탁으로 조합원하는경우도 있었군요 흔치않은줄 알았는데 흥미롭게 글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다솔이에요 · 2025년 10월 6일

    신탁으로도 조합을원하는경우는 오늘 처음안 정보네요 정보감사드려용

  • 뽀뽄 · 2025년 10월 7일

    KB부동산신탁, 여러 논란으로 신뢰가 흔들리네요. '신탁=전문가'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이겠어요.

  • 미니멀부자 · 2025년 10월 8일

    구조가 꽤나.. 길고 복잡한거 같은데.. 까다로워진거 같아서..흠...

  • 베테랑킴 · 2025년 10월 8일

    저는 신탁 쪽은 잘 몰랐는데.. 이렇게 예시까지해서 정리된걸 보니 좋네요. 많은 도움되었어요.

  • 호잇 · 2025년 10월 8일

    신탁으로 조합원을 하는군요 .. kb라는 이름이라 더 신뢰가 갔던거 같아요

  • 빅토리아 · 2025년 10월 10일

    부동산 신탁도 .. 진짜 어렵네요 ㅠㅠㅠ. 신탁으로도 조합을 할수가 잇나 보군요 처음알앗어요

  • 아기새 · 2025년 10월 10일

    부동산 신탁도 신뢰도가 점점떨어지나 보군요 사실 제가 관심이 부족한 분야라 ㅠㅠㅠ.

  • 베키 · 2025년 10월 10일

    KB부동산신탁의 연이은 논란이 신탁 방식 정비사업 전체의 신뢰를 흔들까 봐 걱정되네요.

  • 와사비 · 2025년 10월 10일

    확실히 신탁방식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릴만한 사건이네요

  • 새우깡 · 2025년 10월 11일

    똥볼을 이렇게 연달아 차는 거 보면 내부 사정 심각해보이네요..

  • 창조경제 · 2025년 10월 11일

    신탁으로도 할수있었네요 근데 그만큼 허점이 너무 많아서 잘모르면 안될듯요

  • 치킨 · 2025년 10월 11일

    KB부동산신탁이 신탁업계에서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기는 하죠 KB는 믿을만 합니닷

  • 무슈 · 2025년 10월 12일

    아 앞으로 그러면 더 까다로워지는걸까요?

  • 김다솔이에요 · 2025년 10월 13일

    왜이리갈수록 조건도까다로워지는걸가요

  • 박하맛 · 2025년 10월 24일

    왜 이렇게 자꾸 까다롭고 복잡하게 만드는건지 모르겠어요 ㅠ

  • 청라룡 · 2025년 11월 6일

    진짜 갈수록 점점 더 까다로워지구....어려워지네요...ㅠㅠㅠ근심만 더 늘어나는것 같아요

  • 뽀뽄 · 2025년 11월 12일

    신탁방식이 조합방식보다 깨끗하다는 인식이 무너질까 우려된다는 말, 현장의 고민이 잘 느껴집니다.

  • 베키 · 2025년 11월 12일

    여의도 한양 아파트 시공사 선정 논란부터 책준형 관리신탁 부실화까지, 신탁의 위기가 상세히 설명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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