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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장관이 커피 마시며 입 닫은 2시간, 무슨 얘기 나왔나

보더콜리읽는 데 약 4

14일 열린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경청 토론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커피와 쿠키를 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에서입니다. 김 장관은 "오늘 국토부 공무원들은 제 인사말만 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말하고 싶어질 때마다 커피 마시고 쿠키 먹으면서 여러분 얘기를 잘 듣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장관은 2시간 내내 입을 닫았습니다.

정부는 국토부를 시작으로 15일 금융위원회, 16일 기획재정부 순으로 사흘 연속 토론회를 엽니다.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 주관 종합 토론회가 열리고, 최종안은 이달 말 나올 종합대책과 2026년 세제개편안에 담깁니다. 이날 김이탁 1차관과 학계·업계·시민단체·청년 등 60여 명이 모였습니다. 규제 완화 요구와 가격 안정론이 정면으로 부딪친 2시간을 정리했습니다.

인허가 받고도 첫 삽을 못 뜬다

발제를 맡은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 상황을 '파이프라인의 병목'으로 규정했습니다. 진 교수는 "인허가·착공·분양·준공·입주가 순환하듯 돌아야 하는데 지금은 착공 과정에서 상당한 병목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각종 규제에도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은 것입니다.

진 교수가 던진 과제는 일곱 가지입니다. 신축 금융·세제 지원,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주요 공급지역의 주거 확대와 속도 제고, 도시·건축 규제 유연화, 임대공급 주체·방식 다변화, 공공부문 역할 강화, 주거비 부담 완화입니다.

진 교수는 해법을 내놓으면서도 곳곳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금융·세제 지원에는 "필수적인 정책 개입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시장의 과도한 기대심리를 끌어올려 오히려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며 정교한 설계를 주문했습니다.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집의 절반 이상이 20년을 넘겨 갱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추가 용적률과 규제 완화가 얼마나 착공·준공으로 이어졌는지, 부담 가능한 주거를 얼마나 생산했는지는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용도지역도 짚었습니다. 진 교수는 "용도는 한번 정해지면 운명 같은 것인데 이미 지금의 수요와 맞지 않는다"며 저이용 부지와 공실 상가의 미스매치 해소를 제안했습니다. 임대차 시장의 80%를 다주택자의 사적 전월세가 떠받치는 구조에는 장기 임대법인 같은 제3의 주체 육성을 주문했습니다. 끝으로 "대출만 많이 해주면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리비·에너지 비용까지 아우르는 주거비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착공 11만→3만가구…"지어도 살 사람이 없다"

첫 주제는 비아파트였습니다. 서미숙 연합뉴스 부장은 "국토부 통계를 보면 비아파트 착공이 2021년 11만가구였는데 지난해 3만1000가구밖에 안 된다. 4년 전의 28%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강경훈 진경건설 대표는 "서울 다세대·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연평균 2만5000가구에서 3000~4000가구로 급감했다"고 전했습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축비, 대출, 세금, 전세사기 여파가 몽땅 합쳐진 결과"라며 규제지역 지정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 축소를 첫손에 꼽았습니다. 강 대표는 "9·7 대책 이후 주택신축판매업자에게까지 LTV 0%가 적용되면서 잔금을 치르려고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하는 기형적인 일이 벌어진다"고 호소했습니다.

김 위원은 건축기준도 겨냥했습니다. "다세대·연립 건축기준이 1990년에 만들어진 그대로다. 당시 아파트 평균 층수가 10층이어서 4층 이하, 연면적 660㎡ 이하로 제한했는데 지금은 60층까지 올라가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입니다. 서 부장은 "높은 공사비를 들여 빌라를 지어도 살 사람이 없다고 사업자들이 말한다"며 "시세차익이 없어 아파트로 넘어가기 전 징검다리 주택으로 인식된다. 매수자와 거주 수요층이 분리된 시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빌라를 사면 1주택자가 돼 청약·대출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도 지적됐습니다.

해법은 갈렸습니다. 서 부장은 "전세보증 완화는 전세사기 후폭풍을 고려하면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등록 임대사업자는 10년간 5% 인상 상한 의무를 지므로 정부도 저렴한 민간임대 재고를 확보할 수 있다. 세제 혜택을 풀어 비아파트 공급을 흡수하는 통로로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다만 비아파트를 주택 수에서 빼자는 요구에는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김 위원과 강 대표는 반대로 주택 수 제외 특례를 2030년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2249개 단지 중 7%만 착공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주택의 49.8%가 노후주택이고 노원·강북 등 외곽은 64~68%에 이른다.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가 2249곳인데 그중 7% 정도만 시공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은 "신반포22차는 2017년 3.3㎡당 569만원이던 공사비가 2023년 1300만원으로 마무리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도마에 오른 것은 이주비 대출입니다. 김덕례 위원은 "정비사업 이주비는 집을 사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사업에 필요한 자금"이라며 차등 접근을 주문했습니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추진 중인 김명희 신길2 위원장은 "이주비를 해주겠다는 금융기관이 없어 많은 사업장이 이주 지연 위기"라며 "신속한 공급을 얘기하면서 정작 자금줄을 막은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장의 산수는 더 냉정합니다. 오현석 가리봉1구역 조합장은 "용적률 상향분의 절반을 토지 보상 없이 표준건축비로 기부채납하는데, 공공이 사가는 임대주택 가격이 34평 기준 1억5000만~2억원이다. 원가는 8억원"이라며 "용적률을 올려줘도 손해"라고 했습니다. 이정식 서울시 공동주택과장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50~70%) 완화와 조합설립 동의율 75%의 70% 인하를 요청했습니다.

땅은 있는데 집이 안 선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시장이 나쁠 때도 신규 택지는 됐는데 지금은 도심 정비와 택지가 둘 다 안 된다.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고비용 고착화와 도시기능·주거기능의 불균형을 원인으로 꼽고, 도심 저이용 부지를 '제3의 축'으로 삼아 공공이 능동적으로 비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도시·건축 규제로는 계획의 유연성(한국형 화이트존)과 용도의 유연성을 들며 "뉴욕은 오피스의 주거 전환을 위해 조닝 완화는 물론 전담 조직, 절차 신속화, 세금 감면까지 지원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김용진 대한토지신탁 리츠1본부장은 비용을 지목했습니다. "공사비 지수가 136% 올랐고 금리 상승도 예상된다. 공사비는 건드리기 어려우니 금융비용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임대주택은 13년을 운영해야 하는데 13년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은행이 한 곳도 없다"고 했습니다.

서 부장은 실행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1·29 대책의 용산·태릉·과천 공급이 6·3 지방선거 이후 우려스럽다"며 "용산은 정부가 1만가구, 서울시는 8000가구를 말하는데 2000가구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공급이 된다는 시그널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 명분만 따지지 말고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길주 대신이엔디 대표는 2·3기 신도시의 미매각 자족·업무용지를 주거용지로 전환하자고 건의했습니다.

"닥치고 공급" vs "어떤 집을 짓느냐"

가장 날이 섰던 대목은 공공의 몫이었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토론회 자체를 겨냥했습니다. "마치 민원의 장 같다. 출범 1년이 넘도록 주거복지 로드맵도 없이 국민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빠른 공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집을 공급하느냐가 중요하다. 집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 비싸서 세입자가 문제"라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닥치고 공급' 발언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이후빈 강원대 부동산학과 조교수는 "주택 공급은 수단이고 목적은 주거 안정"이라며 "목이 마르다고 소금물을 마실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대안으로는 공공분양의 '로또 청약'을 막을 재판매 가격 제한을 내놨습니다. 시세의 80%로 분양하고 되팔 때도 시세의 80%로 팔게 해 저렴한 재고가 계속 누적되게 하자는 구상입니다.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과거처럼 35%만 공공임대로 공급해서는 지금 상황을 해소할 수 없다. 최소 50% 이상"이라며 "비율이 낮았던 것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기금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입자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는 "2024년 주거실태조사 기준 청년의 82.6%가 세입자이고, 청년 세입자는 최저임금의 31%를 주거비로 쓴다. 30%를 넘으면 주거비 과부담 가구"라고 밝혔습니다. 유튜브 '아영이네 행복주택'을 운영하는 윤희한씨는 "청년주택인데 왜 부모님을 심사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부모 소득·자산 심사에서 걸러진 3순위가 지난 3년간 서울에서 당첨된 경우는 0.4%"라며 순위별 쿼터제를 요구했습니다.

규제지역을 놓고도 정면충돌했습니다. 김효선 위원은 "강남구와 용인 기흥구가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세입자를 내보내지 않으면 팔 수 없어 구축 전세 매물까지 줄어든다"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습니다. 최 소장은 "2025년 2월 서울시가 토허구역을 풀자 1분기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원을 넘었다. 해제 때 벌어질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맞받았습니다.

좌장인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수요 충격은 단기로 끝나지만 공급 부족 충격은 장기로 간다. 가격 안정도 좋은데, 공급이 안 되면 수요만으로는 안 되는 구조"라고 정리했습니다. 이어 "주택 공급이라는 경제활동 자체를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동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을, 원하는 국민에게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마무리했습니다. 김 장관은 "어제 잠을 거의 못 잤다"며 "오늘 내용을 대통령께 직접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파이프라인을 뚫는 일과 그 결과물을 누구에게 배분할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23일 대통령 주관 토론회에서 정부가 두 축의 균형점을 어디에 놓느냐가 이달 말 대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입니다.

댓글 4

  • 팽오리 · 2026년 7월 15일

    인허가 받아도 첫삽을 못뜨는건 참..

  • 공간의가치 · 2026년 7월 15일

    규제지역에 토허제에 주담대 한도까지 이어지는가운데

    저렇게 침묵했다는건 다음 카드가 있다는 시그널일까요?

    무슨말해도 욕먹을거같아서 일까요 7월말 토론회에서는 어떤얘기가 나올지 궁금하네요..

  • 포근포근쿠키 · 2026년 7월 15일

    모든지 탁상 행정 같은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진짜 사람들한테 맞는 내용들이 나오면 좋겠어요.

  • 효쥬님 · 2026년 7월 15일

    진짜 이번에 정책 변화 준 게 제일 어이가 없던데.. 앞으로 또 뭘 통제하고 무리수를 두려고 할지 궁금해지네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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