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는 신이 아니다.
양콩읽는 데 약 2분
며칠 전 신혼부부의 아파트 하자 소송 뉴스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평생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했는데 입주도 못 하고 소송까지 이어졌으니 누구라도 억울할 것이다.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었던 신혼부부는 해당 물건을 중개한 중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공인중개사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공인중개사의 역할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이 더 커졌다.
이에 20여 년간 부동산 현장에서 사고 한번 없이 중개를 이어온 개업공인중개사의 한사람으로서의 심경을 풀어보고자 한다.

1. 공인중개사는 건축 진단 전문가가 아니다
공인중개사는 거래를 연결하는 전문가일뿐 전문진단업체도, 시공사도 아니다.
벽 속 배관의 파열이나 보일러 내부 결함, 장판 아래 숨어 있는 누수처럼 철거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은닉하자까지 찾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행법 역시 중개사에게 확인 가능한 사항을 성실히 조사하고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건물의 품질을 보증하거나 과학적인 안전진단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은닉하자까지 모두 찾아내야 한다면 공인중개사는 건축기사이자 누수탐지 전문가, 구조기술자까지 되어야 한다.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다.
이번 사건 역시 장판과 벽체를 철거한 뒤에야 하자가 확인됐다.
매도인도 몰랐다고 주장했고, 공인중개사는 매도인의 설명과 확인 가능한 사항을 토대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작성했다. 공인중개사의 이러한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에서 규정한 업무를 신의성실하게 수행한 것이다. 법원의 판단은 그것을 증명해 준 것이다.
2. 어떤 전문직도 결과를 100% 보장하지는 않는다
변호사가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의사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모두 의료과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전문직은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는 것이지, 결과 자체를 보증하는 직업이 아니다.
법원 역시 이번 사건에서 공인중개사가 하자를 알고도 숨겼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눈으로 확인 가능한 하자를 숨기거나, 확인도 하지 않고 정상이라고 허위로 설명하거나, 알고도 고지하지 않았다면 공인중개사는 당연히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문제는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법적으로 요구되는 책임이냐는 부분이다.
3. 하자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매도인에게 있다
민법 제580조는 하자가 있는 상태로 매도한 경우 매도인이 책임을 지도록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즉 하자담보의 주체는 매도인이다. 공인중개사는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 매도인의 담보책임까지 대신 부담하는 역할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거래 과정 상 문제가 발생하면, 진위 여부나 법적 권한 범위를 초월해 모든 책임을 공인중개사에게 물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과잉책임론은 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4. 진짜 필요한 것은 제도의 보완이다
공인중개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계약 직전 매도인, 매수인, 공인중개사가 함께 현장을 재확인하는 절차를 활성화하고, 필요하다면 미국의 홈 인스펙션(Home Inspection)처럼 매수인이 비용을 부담해 전문적인 주택 상태를 점검받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또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제도적 보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5. 책임 전가보다 중요한 것은 거래 안전성 확보
공인중개사는 신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모든 하자를 예측할 수도 없고, 모두 보증할 수도 없다. 하지만 거래의 안전을 위해 누구보다 꼼꼼하게 확인 설명해야 하는 전문가인 것은 분명하다.
동시에 매수인 역시 공인중개사에게 법적 범위를 초월한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보다, 직접 현장을 살펴보고, 필요하면 전문 점검을 받는 것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책임은 정확하게 물어야 하지만, 무조건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공인중개사도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으며, 부동산 거래의 안전성 역시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댓글 4
수달 · 2026년 7월 15일
ㄹㅇ 공인중개사도 한계가 있더라;; 주변에 수명 다해가는 구축 아파트 많던데 하자 문제는 매도인 책임이 더 크다고 봄 개인적으로는 그냥 거래 전에 확인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함.. 안 그런가;;
식사마 · 2026년 7월 15일
무조건 공인중개사만 믿고 넘어갈게 아니라 거래하기전에 하자가 있지 않은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는게 중요한것 같아요.
포근포근쿠키 · 2026년 7월 15일
공인중개사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확인하고 꼼꼼하게 체크하는 게 제일 좋기는 하죠.
효쥬님 · 2026년 7월 15일
모든 걸 알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게 제일 좋기는 하더라고요. 집 볼 때마다 진짜 엄청 꼼꼼히 보고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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