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1번가의 몰락을 바라보며
너구리읽는 데 약 2분


1번가 거리 공실 모습.
얼마 전, 오랜만에 지인과 안양1번가에서 만났다. 나는 여러 글에서 밝혔듯 안양이 고향이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안양1번가는 내 일상의 중심이었다. 수원·안산 등 인근 도시의 유흥 수요까지 흡수하던 경기 남부 최대 번화가. 그때의 안양1번가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그날 마주한 거리는 놀라울 정도로 적막했다. 색 바랜 간판들은 간신히 매달려 있었고, 유리창마다 ‘임대문의’ 종이가 바람에 펄럭였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비어 있었다.
기억은 참 묘하다. 어릴 적 안양역 광장은 서울역보다 넓어 보였고, 그 옆 롯데백화점(현재는 폐점 후 ‘엔터6’로 바뀌었다)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공간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초라하게 느껴진다. 어쩌다 이 거리는 이렇게까지 쇠락했을까.
뉴스나 유튜브에서 안양역 상권 침체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직접 마주한 풍경은 훨씬 더 참혹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발 디딜 틈 없던 곳이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구 감소와 온라인 쇼핑의 확산이 주요 원인인 것일까. 실제로 안양에 사는 지인 말로는 범계역과 평촌학원가 상권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고 했다. 평일 저녁에도 범계 로데오거리는 붐빈다고 한다. 점포 간 매출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유동 인구는 꾸준하다는 이야기다.
실제 통계를 보자. 지난해 하반기 기준 안양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1.3%, 2023년 4분기에는 15%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경기도 전체 소규모 상가 평균 공실률은 6.3%에 불과하다. 수치만 봐도 안양역 상권의 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상권 침체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크게 언급되는 요인은 ‘학생 수 감소’다. 안양1번가는 오랫동안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주 소비층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들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 2000대 초반 안양1번가 거리 모습. 출처=안양시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최근 중고생들은 학원 생활에 몰두하면서 방과 후 시간을 학원 근처에서 보낸다. 학교 숙제는 미뤄도 학원 숙제는 챙긴다는 말처럼, 일상 자체가 학원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학원이 밀집한 지역이 소비 중심지가 된다.
문제는 안양1번가 인근에 ‘괜찮은 학원’이 없다는 점이다. 학원 수요는 이미 평촌학원가가 흡수했다. 학원가 상권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높은 월세도 큰 부담이다. 유튜브 영상에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렇게 말한다.
“안양1번가 건물은 대부분 작고 노후되서 평수가 작은 편이다. 대체로 10~15평 소형으로 구성됐다. 유흥가에서 장사하기엔 애매한 크기인데, 월세는 300만 원씩 나간다. 그렇다고 임차인이 리모델링을 하기도 쉽지 않다. 30평 이상 공간은 월세가 500만~700만 원에 달한다. 주요 소비층이던 학생들은 이미 다른 상권으로 빠졌다. 안양시는 100억 원을 투입해 상권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임차인이 버틸 수 없는 월세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결국 인구 감소, 학원 중심 문화, 낙후된 인프라, 높은 임대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안양1번가는 침체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1분기 서울 집합상가 공실률은 9.14%로 전분기(9.08%)보다 소폭 증가했다. 용산역 일대는 무려 37.53%로 가장 높았고, 청량리(23.95%), 영등포역(21.77%), 가락시장(20.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모두 오래된 상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입지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인구 감소 시대에는 오래된 상권일수록 더 빨리 무너지고 있다. 반대로 학원처럼 확실한 수요가 있는 지역은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 최근에는 단지 내 입주민이라는 고정 수요를 품은 ‘아파트 단지 상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한때 상가 투자는 노후 대비의 정석이었다.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월세를 받으며 자산을 불리던 시대. 하지만 이제 그 공식은 깨졌다. 상가 투자, 누구나 하던 시절은 끝난 분위기다.
물론 나는 당장 상가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 하지만 또 모른다. 향후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새 정부 들어 증시가 살아나면서 뭔가 투자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 않은가. 푼 돈이 생겨도 그냥 은행에 넣어두자니 조바심이 생기는 시기다. 안양1번가 사례를 보며 좋은 공부를 한 것 같다.
댓글 24
호우호우 · 2025년 7월 27일
근데 저기 뿐 아니라 다른데도 공실 임대 엄청난데..다 그렇자나요
훠이 · 2025년 7월 27일
진짜 인기 좋앗었는데..지금 다른데도 공실이 너무 많으니ㅠㅠ
김다솔이에요 · 2025년 7월 27일
요즘 정말 임대 많고 문닫는 상권들이 갈수록 많아진것같아요
헤일리 · 2025년 7월 27일
분위기 진짜 많이 바뀌었네요.. 이정도로 바뀌다니;;
호잇 · 2025년 7월 27일
헉 공실이 많이 늘어났네요?
무슈 · 2025년 7월 28일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했네요
아아정복 · 2025년 7월 28일
어릴때 많이 가던곳이네요
빅토리아 · 2025년 7월 28일
저도 예전에 대학다닐떄 안양일번가 자주 갓는데 ~~ 공실이 많이 보이나 보군요 요즘에는 . ㅠㅠ 유동인구는 많던데
팽오리 · 2025년 7월 28일
안양 1번가가 이렇게 몰락할 줄 몰랐네요ㅠㅠ
눈사라밍 · 2025년 7월 28일
안양1번가의 사례를 한번 저도 알아봐야겠네요!
아기새 · 2025년 7월 28일
안양1번가가 예전에는 되게 활기찻엇는데 공실이 많이 생겻나 보군요 .. 저 다닐떄는 안그랫는데
창조경제 · 2025년 7월 28일
진짜 안양1번가 유명했는데 이렇게됐다하니 속상하긴합니다 시간이흐르고 중심지가 바뀌기 마련이죠 신도시가 생겨남으로
오늘을살자 · 2025년 7월 28일
이미 지방도 이런 상권들이 많더라고요 흐름을 읽어야하는건데 ㅜ 이런건물주들 속은 얼마나 안좋을까요
유푸티 · 2025년 7월 28일
안양 1번가 엄청 유명했는데 요즘 지방은 확실히 유령도시가 서서히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ㅠ
호라이즌 · 2025년 7월 29일
어릴때 꽤나 놀러갔었는데 많이 죽었군요..
와사비 · 2025년 7월 29일
안양1번가 상권 공실률만 봐도 심각하군요
미니멀부자 · 2025년 7월 29일
진짜 요즘 공실 엄청나죠.. 이런 상황에.. 진짜 다시 나아지길.. 바라는데...
베테랑킴 · 2025년 7월 29일
진짜 한때 엄청 난 유명 장소였던곳이... 흐름은 이렇게 바뀌네요..
새우깡 · 2025년 7월 30일
안양 1번가 상권이 완전 죽어버렸군요 제가 어렸을 때 가던 번화가도 상권 죽었던데..
스위티자몽 · 2025년 7월 31일
상가 공실 문제가 진짜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제 기억에도 옛날에는 안양역 근처에 사람 진짜 많았었는데.. 무슨 일인가요..ㅜ
말차우유 · 2025년 7월 31일
예전에는 상가만 하나 가지고 있어도 노후 걱정 없다고들 했었는데.. 진짜 옛말이네요. 상가 공실률 때문에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으니까요.
청라룡 · 2025년 11월 10일
안양1번가가 예전엔 노래가사에도 나올만큼 활기찼었는데ㅠㅠ안타깝네요ㅠㅠ
펜트하우스 · 2025년 11월 10일
저도 10대따지 안양하면 놀거많은 지역이고 맛있는 가게가 있다면 일부러 가서 먹고 놀았던 곳이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뽀뽄 · 2025년 11월 12일
학원 중심 문화와 온라인 쇼핑, 높은 임대료 등 복합적인 원인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잘 짚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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