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싼 첫 전세집, 부동산이 말하지 않은 다섯 글자
읽는 데 약 2분
부동산에서 집을 보다 보면 시세보다 싼 매물을 종종 보게 된다.
만약 그런 물건을 확인했을 때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시세보다 싼 매물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 이 사실을 놓치기 쉽다.
나 역시 부린이 시절 그랬다.
사실 부동산 공부는 집을 사려는 사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미 어딘가에 살고 있다면, 시작하는것이 좋은 이유다.

2016년, 나는 이 사실을 몰랐다.
시세보다 몇천만원 싼 집의 이유
당시 20대 후반, 미혼, 첫 독립. 서울의 한 오피스 밀집 지역에서 방 두 개짜리 빌라를 얻었다.
전세 1억 5천만원. 회사 다니며 짠순이처럼 모은 전 재산이다.
집은 마음에 들었다. 5층인데 엘리베이터는 없었지만, 방 두 개에 부엌과 화장실. 무엇보다 안방만 한 거대한 베란다가 있었다. 세탁기를 놓고, 소파를 놓고, 고기까지 구워 먹을 수 있는 공간. 혼자 살기에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싶었다.
시세보다 몇천만원이 쌌다. 그 이유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만기 무렵, 처음 들은 단어
2년이 흘렀다. 만기가 다가와 다른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 그때 한 부동산에서 조용히 말했다.
"이 집, 위반건축물이라 전세대출 안 나오는데 알고 계약하신 거죠?"
부끄럽지만 나는 당시에 그 단어를 잘 몰랐다.^^;
원칙적으로 공인중개사는 계약 전 위반건축물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첫 계약 때 그 설명은 없었다. 등기부등본이든 건축물대장이든 어딘가에 반드시 나와 있었을 그 사실을, 나는 확인하지 못했고 부동산은 알려주지 않았다.

1년, 그리고 다시 온 계절
집이 빠지지 않는다...
위반건축물이라 전세대출이 나오지 않는 매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조건은 세입자 후보를 극단적으로 줄인다. 전세금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후보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 부동산은 물론이고, 옆 동네, 회사 근처 부동산까지 매물을 뿌렸다. 직방과 피터팬에도 직접 광고를 올렸다. 문의는 있었고, 집도 여러 번 보여줬다. 그런데 조건을 알면 대부분 물러섰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내용증명을 보낼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무거워 결국 미뤘다. 법으로 풀면 돈은 돌려받겠지만, 그 과정을 감당할 자신이 그때는 없었다. 언젠가는 빠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집주인의 재산 규모
결과적으로 보증금은 100% 돌려받았다. 만기가 한참 지난 1년 후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반환해준 것이다. (총 3년을 그 빌라에 살았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집주인은 50대 중반의 강남 태생이었다. 내가 살던 빌라 건물 전체를 소유하고 있었고, 시가는 당시 약 18억이었다.
본가는 대치동이고 해당 빌라는 부모에게 증여받은 것이라고 함..
유추해보건데 돈이 없어서 못 돌려준 것이 아니고 유동성이 없었을 뿐이다.
18억짜리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도 1억 5천만원이 없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유동성 부족의 시간을, 나는 1년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견뎌냈다.. ㅜㅜ
세입자에게 집주인의 자산 규모는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안전을 만들어주는 것은 계약 조건, 등기부등본, 그리고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지식이다.

그때 알았다
지금 돌아보면,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건축물대장 한 번만 확인했어도 위반건축물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등기부등본에서 근저당 규모를 봤다면 집주인의 자금 사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시세보다 싼 이유를 파고들었다면 계약 자체를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나는 나름대로 똑 부러진다고 생각했다.
모르면 놓친다. 이 사실에는 정말 예외가 없다.

무주택자라면?
당신은 지금 매수할 계획이 없을 수 있다. 전세든 월세든 지금 상황에 만족할 수도 있다.
그래도 부동산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지금 살고 있는 그 집에도 계약할 때 확인하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다. 다음 이사에서도 놓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자산을 지키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부동산 공부를 지금 시작해도 되는 이유는 매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당신이 이미 전세든 월세든 매매든 부동산 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26
건축학개론2026년 7월 30일
공감합니다. 당장 내 집이 없더라도 한국의 모든 땅 위에서 전세나 월세로 사는 순간, 우리는 이미 부동산 시장의 일원이 되어있는 거죠. 가격 결정 구조와 법적 테두리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법으로 내 보증금을 어떻게 안전하게 지킬건지, 임대차 보호법의 권리를 어떻게 활용할건지, 적정한 시세를 어떻게 판단할 건지, 이런 판단력을 기르는 공부는 투자 여부를 떠나 나의 자산을 지키는 최소한의 '호신술' 같은 거죠.
희수니2026년 7월 30일
근데 저도 예전에 전세집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서 생각이 나네요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시세보다 저렴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때는 잘 몰랐었거든요 그냥 운이 좋다고만 생각했었죠 그래서 전세 만기 후에 집을 구하느라 힘들었고요 만약 그 집도 대출 관련 문제 같은 게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네요 물론 지역 차이가 있겠지만 알지 못했던 것들이 정말 아쉽습니다 다음 집을 구할 때는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좋은 집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껄껄껄2026년 7월 31일
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 이 다섯글자 잘 기억하고 있어야할거 같아요 부동산거래에서 꼭 확인하고 확인해야할 단어네요 그리고 시세보다 싼집은 잘 알아봐야한다는걸요
포근포근쿠키2026년 7월 31일
솔직히 문제가 있다면 말을 해야 하지만 파는 입장에서는 말 하지 않고 팔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솔직하게 말을 해야 서로 피해를 보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효쥬님2026년 7월 31일
시세보다 저렴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봐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고요. 그걸 감당할 수 있으면 뭐 상관 없겠지만
행복하자2026년 7월 31일
부동산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집이 많긴 한데 솔직히 그만큼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ㅎㅎ 특히 시즌이나 분위기에 따라 주민 성향도 달라지고 결국 그 지역의 특색이 중요한 듯 헤헉 어떤 동네는 사람들이 잘 알아보고 조심하는 반면 다른 동네는 더 오픈된 느낌도 있는 것 같고 조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화가 잘 통하는 분위기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 솔직히 마음을 잘 활짝 열고 소통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하긴 하네ㅎㅎ
이룸이2026년 7월 31일
희수니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군요 😢
저도 겪고 나서 보니 이런 일들이 주변에서 꽤 일어나더라고요. 조심 또 조심해야 되는 거 같아요
이룸이2026년 7월 31일
네~ 건축학개론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놩2026년 7월 31일
이런 경험을 했기때문에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위반건축물이라니ㅠㅜ
팽오리2026년 7월 31일
부동산에서 이야기를 그런것도 해줘야될텐데 않해주면 진짜ㅠㅠ
어느여름2026년 7월 31일
시세보다 저렴한 이유를 꼭 확인해봐야겠네요. 건축물대장 점검과 부동산 지식 공부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해주는 현실적이고 소중한 경험담 감사합니다!
말차우유2026년 7월 31일
첫 독립 때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하면 눈이 먼저 가기 마련인데 참 힘든 시간 보내셨겠어요. ㅜ 그래도 무사히 잘 해결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스위티자몽2026년 7월 31일
저도 집 구할 때 항상 방 구조나 크기만 봤었는데.. 위반건축물 표기 하나가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네요. 집 구하기 전에 기본적인 공부는 필수군요. 😢
어느여름2026년 7월 31일
집주인 재산 규모만 믿을 것이 아니라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을 직접 확인해야 내 자산을 지킬 수 있다는 걸 배우고 갑니다. 현실적인 조언과 경험 공유 감사합니다!
호잇2026년 8월 1일
아찔할수도 있는 상황이었을거 같아요 결론적으로는 받을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긴하지만 .. 위반 건축물로 대출이 안나오는 건물이라니 전세 알아볼때 제대로 알아보고 해야 할거 같아요
세르미온느2026년 8월 1일
이 글 보니까 예전에 전세로 살던 집이 떠오르네요;; 그때 가격이 시세보다 많이 저렴했었거든요 솔직히 방이 예뻐서 좋은 줄만 알았지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넘어갔던 것 같아요 다시 생각해보면 사진이나 분위기가 매력적이면 함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드네요 다음 집 구할 땐 더 조심해야겠다고 느끼네요 좋은 집 찾는 게 정말 쉽지 않군요;;
호비2026년 8월 1일
가격이 시세보다 저렴한 집은 항상 뭔가 문제있지 않나 ㅎㅎ 위반건축물 이런게 있으면 나중에 큰일 날 수도 있겠네 그래도 이런 경험으로 부동산 지식 쌓는게 중요한 거 같기도 해 다음엔 더 조심해야겠어 좋은 집 구하는게 쉽지 않지 ㅎㅎ
똘맘2026년 8월 2일
부동산 시장 요즘 진짜 아예 가라앉은 느낌이네 인정 금리 인상 때문인지 거래량도 줄고 입주 물량도 애매한 상황이라서 집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고 교통 좋은 지역 찾는 것도 이제 더 어려워졌다니까 와 다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 드는 시점인듯 하네 진짜 교통 좋은데 의외로 여파가 크네 ㅋㅋ
햇님꽃님2026년 8월 2일
이런 시세보다 싼 집은 반드시 알아봐야 할 듯... 교통 좋은 곳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ㅎㅎ 사람 많고 경쟁도 치열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잦던데 실거주 만족도와 집값 상승 가능성은 꼭 따로 따져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분명히 조심스러워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집 구하는 게 진짜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송이송22026년 8월 2일
집을 고르는 게 정말 조심해야 하는 거 맞죠 와 개인적으로도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가격도 중요하고 시세보다 싼 집이라면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과연 무슨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다음에는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파전이2026년 8월 2일
부동산 얘기하면 긍정적인 것 같긴 한데;; 교통 좋은 지역이 대세인듯 해도 시세보다 싼 집은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고?? 거기 뭐 생긴다던 거 맞지 않나;;;
무난무난이2026년 8월 2일
부동산 시장의 매력이 정말 있는 것 같죠?? 저도 시세보다 저렴한 집을 본 적이 있는데 항상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나요?? 그런 집에서 실거주가 만족스러워도 결국 문제가 생기면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요. 다음 집은 더 신중히 고르려구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생기면 잘 알아봐야겠네요??
홈스윗홈2026년 8월 3일
저렇게 가격 저렴한 집은 이유가 있지 ;; 예전에도 저 근처에 뭐 생긴다더니 결국 어쩌나 걱정됨 ㅋㅋ 좋은 조건이어도 잘 따져보는 게 맞는 듯 하네;;
인생은아름다워2026년 8월 3일
인정 ;; 시세보다 저렴한 집은 ㄹㅇ 뭔가 있음;; 나도 그런 경험 있는데 결과적으로 문제가 많더라 ;; 다음엔 확실히 신경 써야 할 듯;;
호롤롤2026년 8월 3일
시세보다 저렴하면 고민해야되는게 맞는거같아요 ㅠㅠ 좋은 집 구하는게 정말 어려운거같아요 ㅠ
온잇2026년 8월 3일
오... 개인적으로는 저렇게 넓은 베란다가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 사는 데에도 아주 넉넉하게 쓸 수 있을 테니 뭐 간단한 요리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결국에는 그 넓은 공간보다 계약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니 제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집 구하실 때 잘 살펴보셔야겠습니다 사람 많은 곳은 신경 쓸 일이 많으니 특히 교통이 좋은 동네에선 더더욱 조심해야 할 듯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