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대치동 학원 다녀 보면 안 돼?"

저녁을 먹던 딸이 불쑥 물었다. 같은 반 친구가 대치동 학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날이었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늦둥이다. 웃고 넘기려다 말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상에 먼저 앉는 아이라서다. 학군지 아파트 이사 시기를 진지하게 따져 보게 된 건 그날부터였다.

처음에는 학원 때문에 시작한 고민이었는데, 알아볼수록 중요한 건 중학교 배정 시기였다. 마침 올해 6학년들이 중학교 배정원서를 내는 기간이 10월 26일부터 11월 6일까지다. 딸 차례는 2년 뒤다. 그 전에 주소와 실제 사는 집을 옮겨야 한다는 걸 알고 나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첫째 때는 학군을 생각하지 않았다

첫째는 아들이다. 지금은 인천에 있는 대학에 다니면서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한다. 시험 기간이 아니면 한 달에 한 번쯤 집에 오니 독립이라기보다 반독립이다. 등록금과 월세, 용돈 조금은 우리가 보내고, 모자란 돈은 본인이 아르바이트로 채운다.

첫째가 초등학생일 때 학군 때문에 이사하자는 이야기는 우리 집에서 나온 적이 없다. 지금 동네에서 학교를 다녔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둘째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동생은 제대로 밀어 주라는 말

얼마 전 첫째가 집에 왔을 때 딸이 한 말을 꺼냈다. 첫째는 길게 생각하지도 않고 동생은 자기 때와 다르게 제대로 밀어 주라고 했다.

대학생 아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딸의 질문을 다시 생각했다. 한 번 해 본 소리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저녁 불빛 아래 펼쳐진 초등학생 문제집과 공부 책상

옥수에서 대치동 학원을 다니려면

지금 집은 성동구 옥수동이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강남이지만 학원을 다니는 건 다른 문제다. 옥수역에서 3호선을 타면 갈아타지 않고 대치역까지 가지만, 그 사이에 역이 아홉 개나 있다.

남편은 중견기업 부장이고 나는 회사에서 경리 일을 한다. 둘 다 평일 저녁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올 형편이 아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저녁마다 혼자 한강을 건너 학원을 오가는 모습은 아직 그려지지 않는다.

학원을 아이 쪽으로 옮길 수 없다면 집을 옮기는 수밖에 없다. 갈아타기라는 말이 처음으로 진지하게 떠올랐다.

학군지 아파트 이사 시기, 날짜를 거꾸로 세어 봤다

회계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마감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학원만 생각하면 이사는 천천히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중학교 배정 기준을 찾아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서울 중학교는 거주지를 기준으로 학교군을 나누고, 그 안에서 추첨으로 배정한다. 올해 나온 2027학년도 중학교 입학 배정업무 시행계획을 보면 배정원서는 2026년 10월 26일부터 11월 6일까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낸다. 이때 전 가족이 서울에 주민등록을 하고 같은 주소에 실제로 살고 있어야 한다.

딸은 2029년 3월에 중학교에 들어간다. 일정이 해마다 비슷하다면 딸이 원서를 내는 건 2028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고, 그때는 이미 새 집에 살고 있어야 한다. 지금이 2026년 10월이니 남은 시간은 2년이 조금 넘는다. 지금 집을 팔고, 살 집을 고르고, 잔금 날짜까지 맞추려면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해마다 일정은 교육지원청 공고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대략의 마감이 보이자 막연하던 고민이 계산 문제로 바뀌었다.

딸의 중학교 입학까지 남은 시간 일정표: 2026년 10월 초4, 2028년 10~11월 배정원서 접수 무렵, 2029년 3월 중학교 입학

중학교 배정 전 이사, 주소부터 확인할 것

날짜만 세고 끝낼 일이 아니었다. 옥수동은 성동구라 성동광진교육지원청 관할이고, 대치동이 있는 강남구와 반포가 있는 서초구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할이다. 이사를 가면 아이를 배정하는 교육지원청부터 달라진다.

중학교 학교군은 교육청 고시로 따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살 집이 정해지면 그 주소로 학구도안내서비스에서 학교군을 직접 조회해 보기로 했다. 학교군 안에서는 추첨으로 배정하니 특정 중학교를 골라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교육지원청 안내에도 통학 거리를 고려하려고 노력하지만 반드시 가장 가까운 학교에 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적혀 있다. 결국 집을 고를 때는 어느 학교 앞이냐보다 어느 학교군에 들어가느냐를 먼저 봐야 한다.

배정 결과가 나온 뒤에도 2월 초에 재배정 접수 기간이 며칠 있기는 하다. 2027학년도는 2월 1일부터 3일까지다. 하지만 재배정도 거주지 학교군 안에서 전산으로 하고, 먼저 낸다고 유리한 것도 아니다. 늦게 옮기고 나중에 맞추겠다는 계산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치동이냐 반포냐

후보는 두 곳이다. 대치동은 학원가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반포도 학군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동네다. 어느 쪽이 딸에게 맞는지, 우리 집 형편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아직 모른다.

욕심이라는 건 안다. 그래도 아이가 먼저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형편 핑계부터 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 계산부터 해 보기로 했다.

해 질 무렵 한강 건너 강남 쪽 아파트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