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회사 근처를 한 바퀴 걷다가 같은 층에서 일하는 동료에게 학군 이야기를 꺼냈다. 고등학생 아이를 둔 사람이라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대치동 반포 학군 비교를 혼자 머릿속으로만 하고 있던 참이었다.

나는 강남 학군지라고 하면 대치동밖에 몰랐다. 그런데 동료는 반포나 잠원 쪽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강남 학군지는 대치동뿐인 줄 알았다

"근데 다들 돌고 돌아 결국엔 대치로 가더라고. 돌돌대치라잖아."

아이가 버틸 수만 있다면 학원이 모여 있는 것도, 엄마들 사이에 오가는 정보도 대치동은 다른 학군지와 비교가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동료 본인은 대치동에 살지 않는다. 주변에서 그렇게 옮겨 간 집을 여럿 봤다고 했다.

듣고 나니 반포와 잠원이 대안이 아니라 대치로 가기 전에 잠깐 들르는 곳처럼 들렸다. 그런데 마음에 걸린 건 앞에 붙은 조건이었다. 아이가 버틸 수만 있다면.

점심시간이 끝나 가는 사무실 책상 위 노트북

대치동은 학원 수부터 달랐다

동료 말이 맞는지 궁금해서 그날 밤 기사와 학부모들이 쓴 글을 찾아봤다.

대치동은 역시 규모가 달랐다. 올해 초 기사를 보니 대치동에만 학원이 1,422곳 몰려 있고, 강남구는 학생 수에 비해 학원이 서울 평균의 두 배가 넘었다. 더 놀란 건 5월에 본 기사였다. 대치동 일부 학원 최상위반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끝낸다고 했다. 딸이 지금 초4다.

그렇다고 대치동에 최상위반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대치동에 살았던 학부모의 글을 보니 기초반이나 놀이처럼 하는 수업까지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했다고 한다. 그 대신 옆 아이들 진도를 보면 마음이 급해지는 때가 있었다고.

올해 초6 아이와 대치동으로 이사한 집은 숙제가 많고 어려워서, 적응하는 동안 다른 학원은 다 정리하고 수학 하나만 남겼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오래 멈췄다. 딸이 지금은 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그 양을 받아 들면 어떨지 나도 모르겠다.

반포는 학교가 가깝고 학원가는 이제 커지는 중

반포는 학원가가 생긴 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2024년 기사에 따르면 2022년 말 대형 입시학원 분원이 단지 상가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커졌고, 그 전에는 작은 학원 100여 개가 전부였다고 한다. 요즘은 대치동에서 가르치는 강사들이 반포까지 와서 편해졌다는 학부모 이야기도 있었다. 다만 일부 과목은 여전히 대치동까지 보내야 한다고 했다.

반포에서 아이 셋을 키운 집은 단지 안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서 중학교까지는 안심하고 보냈다고 했다. 이 부분은 솔직히 부러웠다. 맞벌이라 아이 등하굣길을 매일 챙기기 어려운 집에는 그것만큼 큰 장점이 없다. 그런데 그 집도 고등학교 때는 대치동 학원을 다녀야 했던 게 아쉬웠다고 한다.

반포로 이사한 지 두 달 됐다는 학부모는 교육 선택지가 넓어진 대신 시간표가 빽빽해져서, 처음엔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겁이 났다고 했다. 대치동 이야기와 결이 같았다. 동네가 바뀌어도 걱정은 비슷한 자리에서 생기는 모양이다.

잠원은 학원보다 생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잠원은 학원가 이야기를 찾기가 어려웠다. 대신 사는 이야기가 많았다.

지난해 가을 잠원으로 이사한 집은 큰아이가 가까운 학교로 옮겨 잘 적응했다고 했다. 막내는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고 싶어 해서 아빠가 매일 차로 데려다준다고 한다. 이사는 어른이 정해도 적응은 아이가 하는 거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른 글에서는 역에서 가까운 평지 단지와 한강 공원을 좋은 점으로 꼽았다.

세 동네 글을 다 읽고 노트북을 덮었는데, 어디가 낫다는 답은 안 나왔다. 대신 어느 동네 이야기든 결국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얼마냐로 돌아왔다.

저녁 스탠드 불빛 아래 문제집이 펼쳐진 아이 책상

경쟁에 넣고 싶지 않은 마음, 공부하고 싶은 아이

솔직히 과한 경쟁 속에 아이를 넣고 싶지는 않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아직 놀이터에서 노는 게 더 좋을 나이다. 너무 어릴 때부터 등수와 레벨 테스트에 묶이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문제는 딸이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거다. 시키지 않아도 책상에 앉고, 대치동 학원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도 딸이었다. 지금 잘하는 편이기도 하다. 원하는 아이를 엄마 걱정 때문에 붙잡아 두는 것도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욕심과 걱정이 같은 크기로 와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

중학교는 반포·잠원, 고등학교는 대치?

그래서 생각한 게 중간 단계다. 중학교는 반포나 잠원 쪽에서 다니고,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하고 본인이 더 원하면 고등학교 때 대치로 가는 방법이다.

이 생각을 하면서 배정 기준을 다시 찾아봤다. 중학교는 학교군이 갈린다. 서울특별시교육청 고시를 보면 반포와 잠원은 강남서초3 학교군, 대치동은 강남서초2 학교군이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추첨하는 중학교 범위가 달라진다.

고등학교는 사정이 달랐다. 일반고는 지원해서 추첨하는 방식인데, 서울시교육청 고교 안내를 보면 거주지 기준 학교군에서 강남구와 서초구 전체가 강남서초 하나로 묶여 있다. 반포에 살든 대치동에 살든 고등학교 학교군은 같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때 대치로 옮기는 건 학교 배정보다 학원과 통학의 문제다. 반포 쪽 고속터미널역에서 3호선을 타면 대치역까지 중간에 역이 다섯 개, 잠원역에서는 여섯 개다. 학원만 보고 이사를 한 번 더 할지, 그 거리를 감당할지를 그때 정하면 된다.

중학교는 갈리고 고등학교는 같다: 옥수동 성동광진1·성동광진, 반포·잠원 강남서초3·강남서초, 대치동 강남서초2·강남서초

그날 저녁 딸에게 이 이야기를 조금 했더니 딸이 물었다.

"엄마, 대치동이랑 반포는 중학교가 달라?"

학교군이라는 게 있고 그 안에서 추첨으로 정해진다고 설명해 줬다. 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럼 동네부터 정해야 하는 거냐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아직 정하지 못한 것

처음부터 대치로 갈지, 반포나 잠원에서 중학교 3년을 지켜볼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돌돌대치라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다만 그 말에는 아이가 버틸 수 있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고, 그 조건은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을 보고는 알 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두 길을 모두 열어 두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든 중학교 입학 전에는 집을 옮겨야 하니, 남은 2년 동안 두 동네를 같은 기준으로 따져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