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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지는 집을 중개해놓고…복비는 왜 받나

너구리읽는 데 약 3

얼마 전 집에서 TV를 보며 채널을 돌리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를 보게 됐다. MBC 아나운서 고강용이 원룸에서 1.5룸으로 이사하는 내용이었다.

사회초년생 특유의 허당미와 소소한 일상이 묻어나는 재미있는 회차였다.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던 김대호 아나운서의 뒤를 이어 MBC가 고강용 아나운서를 새로운 스타로 키우려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한 장면에서 웃음이 멈췄다.

고 아나운서가 새집에 입주해 짐을 정리하는데 전기가 계속 나가는 것이다. 냉장고와 각종 전자제품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중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짐을 정리하다가 전기가 계속 나가서 불이 꺼집니다."

그러자 돌아온 답은 이랬다.

"아... 그게 저도 알고 있어서 집주인에게 점검해달라고 했었는데…. 거기가 간헐적으로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및 댓글.[사진 MBC 유튜브]

나는 이 대목에서 표정이 굳었다.

물론 방송 만으로 모든 사실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중개인이 해당 문제를 정확히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집주인에게 전달했는지, 수리를 요청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방송에서 비친 모습만 놓고 보면 중개인은 이전부터 해당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도 새 세입자인 고 아나운서는 계약 체결 전까지 그 사실을 제대로 명확하게 전달받지 못한 듯했다. 방송을 보면 계약 체결 이후 문자로 욕실 전원을 끄면 간헐적으로 전기가 나간다는 문자를 고 아나운서에게 전달한 듯 하다.

더 아쉬웠던 것은 통화 내용이었다.

중개인은 "집주인에게 바로 연락해보겠다"거나 "수리 여부를 확인해보겠다"는 적극적인 안내보다 상황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통화를 마무리했다. 이후 실제로 집주인과 협의해 문제를 해결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실제 방송에서도 고 아나운서는 결국 전기 문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후 해결과 사전 고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방송에서는 이 장면이 고 아나운서의 허술한 성격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처럼 소비됐다.

패널들도 웃으며 말했다.

"전기 같은 건 입주 전에 확인했어야지."

맞는 말이다.

집을 보러 가면 수압도 확인하고 창문도 열어보고 문도 닫아봐야 한다.

하지만 세입자가 확인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문이 안 닫히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있다. 수도가 안 나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가 하루에 한 번씩 차단되는 집인지, 일정 전력 이상을 쓰면 반복적으로 차단기가 내려가는 집인지는 집을 보러 간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중개인이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이 방송 댓글에는 온통 중개인의 역할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공인중개사는 단순히 계약서에 도장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중개대상물의 상태와 권리관계 등을 확인·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계약 당사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질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집을 보여주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집중한 나머지 정작 세입자가 꼭 알아야 할 하자는 입주 이후 발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다.

입주했더니 보일러가 고장 나 있었고, 누수가 있었고, 창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고,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는 경험담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나 역시 지금 살고 있는 구일역 전셋집에서 문고리와 마루 일부를 직접 교체했다. 그 정도는 그러려니 한다. 집이 새것일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생활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하자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런 문제까지 세입자가 모두 직접 찾아내야 한다면 중개인은 왜 존재하는 걸까.

중개인들은 전세 수억원짜리 계약에서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의 복비를 받는다. 돈은 계약과 동시에 정확하게 받아간다.

그런데 정작 하자 설명은 "들었었는데…" 수준이라면 이게 정상일까.

나는 예전에도 복비가 아깝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newgle.co.kr/users/UAP5MP20Y/contents?groupId=G0WDAX7048&pageTitle=%EC%86%8C%EC%A4%91%ED%95%9C%20%EC%BD%98%ED%85%90%EC%B8%A0&postId=T400RVCJ4&tab=post&types=post%2Breply_reply-nestedReply%2BproductReview)

너구리40대 늦깎이 신혼부부이자 직장인, 너구리입니다. 늦은 나이 시작한 서울 살이에 대한 소박한 일상을 전달합니다. 저의 글을 통해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를 한 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아파트사우루스

인터넷이 없고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동네 부동산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매물을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AI가 매물 분석과 정보 제공까지 맡는 시대도 머지않았다.

그렇다고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더 명확해졌다. 플랫폼이 대신할 수 없는 정보와 책임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문가라면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보다 계약 당사자가 알아야 할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전세사기는 수많은 청년들의 인생을 무너뜨렸다. 물론 집 하자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중개인을 전세사기범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계약 상대방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계약을 성사시키는 관행 역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낡은 집은 사회초년생과 청년들이 들어간다. 보증금 몇천만원, 몇억원은 그들에게 전 재산과도 같다. 집 하자 하나가 생활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복비를 받을 거라면 최소한 알고 있는 하자 정도는 숨기지 말자. 그게 공인중개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최소한의 직업윤리 아닐까.

중개인들은 이번 나혼산 방송을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그저 "고 아나운서 허술하네~"하고 웃고 말았을까. 아니면 "저 중개인이 중개인 망신 다시키네"라며 찝찝함을 느꼈을까. 나는 후자였길 바래본다.

댓글 10

  • 자가자가자식아 · 2026년 7월 6일

    저건 심각한 하자인데 '들었었는데?' 라니 ㅋㅋ 세입자한테 고지도 안해놓고 당당하구만

  • 춘식러버 · 2026년 7월 6일

    부동산 잘못만나면 진짜 머리 빠개짐... 나도 알고 싶지 않았음... ㅠ

  • 불멍비멍부멍 · 2026년 7월 6일

    반값 수수료 얘기하던 우대빵은 반짝 하더니 다 어디갔나요

  • 온잇 · 2026년 7월 6일

    오... 전기 문제로 고생하시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계약 전 중개인이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요 그 점이 아쉬운 것은 이해가 갑니다 결국 입주 후에 문제가 생기면 세입자가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참 곤란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교통편이 생긴다던 것 맞습니까? 이런 변화를 반영했을 때 실거주 만족도와 집값 상승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궁금합니다

  • 눈사라밍 · 2026년 7월 6일

    ㅠㅠㅠㅠ그럼에도 불구하고 복비는 다 내야되는 현실이참..

  • 팽오리 · 2026년 7월 6일

    저도 나혼자산다 보면서 그렇게 느꼈는데 ㅎㅎ 저만 그렇게 느낀건 아닌가요

  • 인생은아름다워 · 2026년 7월 7일

    전기 문제 생기면 ㄹㅇ 심각한 거 인정 ;; 중개인이 미리 알았다면 진짜 문제 인정 ;; 근데 교통 좋은 지역이었는지 궁금하네 ;; 그거랑 연관 있나 ;;

  • 호롤롤 · 2026년 7월 7일

    전기 뮨제 생기면 넘 힘둘죠 ㅠㅠ 역시 부동산도 잘 봐야될거같아요 ㅠㅠ

  • ㄴㄴㄴ · 2026년 7월 8일

    복비 과다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중개사 카르텔이 커서 그런가 뭐 변하는게 없넹

  • 포근포근쿠키 · 2026년 7월 8일

    진짜 이거 보면서 엄청 많이 느꼈는데.. 와 이거 좀 심각한 문제더라고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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