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우루스

롯데자이언츠 가을야구 진출보다 먼저 갈아타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커피가조아조아읽는 데 약 5

"갈아타기는 하락장에 하는 거야."

이 말을 처음 들은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갈아타기 선배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난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집값 안 떨어졌는데,

왜 빚을 더 내서 이사를 가야해? 저 집도 곧 떨어질 것 같은데"

진짜 아무것도 몰랐던 거다.

그래서 갈아타기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

첫 번째는 기회인 줄 몰라서.

두 번째는 기회라는 걸 알았지만 잡을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가끔 남편과 웃픈 농담을 하곤 한다.

"롯데자이언츠가 가을야구를 못 간 지도 벌써 9년이라던데, 우리도 이사 못 간지 9년이네? "

평행세계인가? 그래도 우리가 롯데자이언츠가 가을야구 가는 것 보다 먼저 이사갈 수 있겠지?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사실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슬픈 진실.

우린 진짜 갈아타기가 간절하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의 나에게 꿀밤을 100대 때리고 싶다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스드메니 웨딩홀이니 신경 쓸 게 참 많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해도 '신혼집'이라고 생각한다.

전세든 매매든 일단 두 사람이 몸 뉘고 같이 살 집이 있어야 하니까.

그런 점에서 우리의 출발선은 좋은 편이었다.

결혼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는 신혼집을 고민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 당시는 불장을 향해 달려가는 상승장 중반부였다.

그 때 (구)남친(현)남편은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 한다고 했다.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서울에 집을 사지 못할 수도 있다며 대출을 최대한 받아 집을 사자고 했다.

하지만 그 시절 난 대출을 무서워했다. 집을 왜 대출을 받아서 사야하는 지 몰랐다.

있는 돈에서 집을 사자고 했고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최소한으로 받아서 사자고 했다.

내 고집을 이기지 못한 남편은 최소한의 대출만 받아서 살 수 있는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 그 당시 남편이 알아봤던 아파트 >

남편은 제한된 예산 안에서 서울 지역 한정, 500세대 이상, 역세권이라는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아파트를 발이 부르트도록 알아봤다.

노원 삼익아파트부터 신내동의 두산대림, 시영, 진로, 화성 단지들까지 샅샅이 뒤져서 알아봤다.

이중 실제로 같이 가본 곳도 많다.

하지만 철없던 그 당시 내 눈에는 하나같이 마음에 차지 않았다.

"너무 낡았어."

"지금 내가 사는 동네가 훨씬 좋은데 왜 굳이 여기까지 와?"

"왠지 낯설어서 정이 안 가"

"여기 너무 시끄러워"

"그냥 싫어"

온갖 트집을 잡으며 다 싫다고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난 엘리베이터가 무서우니까 고층은 싫다. 저층이 좋은데 1층은 싫고 2층이 좋아.

(만약 이 때로 잠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과거의 나에게 꿀밤 딱 100대만 때리고 오고 싶다)

남편은 내 철없는 요구사항들을 군말 없이 다 받아줬다.

그래서 어디를 샀냐고?

내가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내가 학창시절에 살던 아파트를 계약했다.

상승장 중반부에 매매했기에 매수 후 2년 동안 집값이 계속 올랐다.

불장이었다. 안 오른 곳이 없었지만 그 당시 난 그런 거 몰랐다.

그냥 봐봐 내 말이 맞지? 내가 말한 곳 사니까 집값 오르잖아하면서 으쓱 거렸을 뿐.

솔직히 집값 계속 오를 줄 알았다.

다른 아파트는 몰라도 여긴 계속 오를 줄 알았다.

이 고집의 대가가 하락장에서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그때는 정말 1도 알지 못했다.

집값 떨어지면 뭐 어때? 여기서 평생 살면 되잖아

< 자가가 좋은 점 : 벽에 못을 마음대로 박을 수 있다>

2022년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미친 속도로 올리기 시작하더니

전고점 대비 집값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사 갈 것도 아니고 실거주 한채인데 좀 떨어지면 어때?"

"우리집 떨어지면 다른 집도 다 떨어지겠지 우리만 떨어지겠어?"

"부동산은 원래 사이클이잖아. 이러다 금방 또 오르겠지"

지금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지만 그 당시엔 별 생각 없었다.

1년 뒤, 2023년 여름쯤 남편이 조심스럽게 이사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가 교통, 인프라가 아쉬우니 지금 이사를 가자, 지금이 기회인 것 같다라고 하더라.

지금 들으면 그래 가자라고 했겠지만 그 때의 난 별로 이사를 가고 싶지도 않았고

왜 우리 집은 싸게 팔고 이사 가는 집은 비싸게 사야 하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또 남편이 이사 가자고 한 지역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그때나 지금이나 대출을 풀로 땡겨도 살 수 없는 곳이지만

그 때 만약 남편이 말한 곳으로 이사를 갔다면

지금은 내가 원하는 곳 중 한 곳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난 원하는 아파트를 한 번에 점프하는 게 아니라 징검다리 건너듯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가는 거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부동산 무지렁이 자ㅡ슥)

다들 첫 집에서 돈 모아서 두 번째 집은 원하는 곳으로 바로 가는 줄 알았다.

그렇게 첫 번째 갈아타기 기회를 놓쳤다.

두 번째 기회마저 날린 똥고집

내가 진짜 이사를 가고 싶다고 생각이 든 건 2025년 초부터다.

집 한 채 있으니까 하는 안일한 마음에 돈 안모으고 탱자탱자 쓰며 살았기에

생각보다 갈아탈 수 있는 서울 아파트가 많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9억이 맥시멈인데 내 마음은 자꾸 10억~15억 아파트를 가고 싶었다.

남편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아파트 위주로 알아봤고 그걸 보며 난 이사를 가고 싶지가 않아졌다.

이사를 가야 하는 건 알겠는데 우리가 이사갈 수 있는 아파트를 보면 한숨이 퍽퍽 나오더라.

그나마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가양6단지.

우리가 사는 동네와 가까워 익숙한 곳이라 눈길이 갔다.

하지만 여기로 갈 거면 꼭 이사를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을 본 지 3개월 쯤 되니까 여기로 이사가고 싶어지더라.

실제로 가양쪽 아파트 집값이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남편은 고점인 것 같다며 다른 곳을 알아보자고 했다.

남편이 1년 동안 꾸준히 봐았던 단지가 관악현대, 성현동아다.

난 그냥 관악구가 싫었다. 그래서 저 두 곳 보여줬을 때 심드렁했다.

실거주 후기를 찾아보며 여기 언덕 많다던데. 학군 별로라는데 이러면서

안 좋은 점만 계속 찾아서 나열했다.

역세권 + 직주근접 생각하면 여기가 베스트였지만 내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여기도 갑자기 꾸준히 집값이 오르더니 나중엔 내가 저기라도 갈까?

할 때에는 이미 격차가 많이 벌어져서 갈 수가 없는 단지가 되었다.

(물론,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다시 가능해졌다. 상승장 만세! 하지만 선택권에서 버린 단지는 다시 보지 않는다. )

예산 안에서 지금보다 평수를 넓혀서 갈 수 있는 마포구 아파트.

남편이랑 부동산 관련 이야기 하면 항상 내가 하는 말이 있다.

"난 서울에서 살고 싶어. 근데 한강 위쪽은 싫어."

하지만 마포구는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긴해.

이 한마디에 남편은 우리 예산에 가능한 마포구 아파트를 열심히 서칭해왔다.

근데 부동산 무지렁이인 난, 마포구 = 합정역 주변이었다.

그러니 상암월드컵파크 아파트 단지들이 마음에 들리가...

남편은 홍제역 주변도 괜찮을 것 같다며 이 두 아파트를 보여주었다.

나는 네이버 지도를 켜서 쓱쓱 보고 여기 동네가 너무 오래된 느낌인데?

이 동네로 이사 안 가고 싶어.

남편은 송파구 어때? 하면서 거여 아파트 단지들을 보여주었다.

말만 송파구지 사실상 송파구 끝자리에 발 하나 걸치면 위례신도시인데

이거 우리 동네보다 상급지 맞아? 아닌 것 같은데.

온갖 이유를 되며 내가 싫어싫어 하는 와중에 집값이 또 뛰어버렸다.

우리가 사는 동네도 서울이긴 하지만 집값이 늦게 오르는 곳이라

남편이 처음 저 아파트들을 보여줬을 대와 지금의 격차가 순식간에 1~2억 차이로 벌어졌다.

이렇게 우리는 두 번째 갈아타기 기회마저 날려 버렸다.

이번엔 무조건 갈아탄다

< 자가가 좋은 점 : 고양이가 벽지를 뜯어도 바닥을 긁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최근 드디어 우리집도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과거 전고점까지는 조금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그래도 온기가 느껴지고 있다.

드디어 여기까지 오나 보다.

원래는 2029~2030년 쯤에 하락장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쯤 갈아타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지금 우리집이 오르는 거 보니 올해 안에 무조건 갈아타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부동산에 부자도 모르면서 이상한 고집을 부리는 나를 설득하며 집 알아보느라

남편 속은 아마 새까맣게 타들어 가지 않았을까?

이번에는 무조건 갈아탄다. 최대한 내 욕심을 버려보려 한다.

그 첫번째, 익숙한 동네만 고집하지 말 것.

댓글 10

  • 샤니 · 2026년 6월 30일

    헉 이 글 읽으니까 복잡한 감정이 드네 오... 갈아타기 기회를 놓친 이야기 ㄹㅇ 아쉽지 그때는 좋을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면 왜 그랬지 싶기도 하고 집값 상승장 속 돌아가는 상황은 진짜 난해한 거 같아 ㅋㅋ 앞으로는 좀 더 잘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네 오... 잘 되면 좋겠다 정말

  • 파워에이드 · 2026년 6월 30일

    가끔 소음이 진짜 거슬릴 때가 있지 헉... 그럴 때 이사 가고 싶어지는 기분 알지? 언덕 있는 곳은 더 그런 거 같던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함?

  • 곰탱이 · 2026년 7월 1일

    실거주하면서 집값 오르는 거 중요한데 그거 무시하고 밀어붙이면 힘들지 않을까 싶음;; 나도 그런 상황에서 고민 많이 해봤고 그냥 주차 스트레스 덜 받고 회사 가까우면 나쁘지 않더라구. 원하는 동네만 고집하면 손해보는 것 같아. 이렇게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함; 결국 실거주랑 집값은 별개인 듯;

  • oyuha · 2026년 7월 1일

    결국 갈아타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걸 실감하네 ㅎㅎ 처음에는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잘 할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 선택이 쉽지 않더라고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지금 아쉬움으로 남기도 하고 또 기회는 언제 생길지 모르니 고민이 많아지기도 하네 ㅎㅎ

  • 짜라짠 · 2026년 7월 1일

    근데 요즘 새로 생기는 마트나 병원 소식은 잘 몰라 근데 여긴 진짜 필요한 게 없어서 생활 인프라가 많이 아쉬워 집값 떨어지면 어떡하나 싶은데 친구들 많이 있는 동네로 옮기고 싶어 그런 부분에서 인프라가 정말 중요하더라구 혹시 그런 데 없거나 생기는 데 맞지?

  • 원희 · 2026년 7월 1일

    헉... 언덕 부분 진짜 걱정은 되긴 해 오... 내가 사는 곳도 언덕이라 겨울에 눈 오면 진짜 힘들지 뭐. 혹시 거기 언덕도 많이 있긴 한 건가? 주차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네. 소음 문제는 아파트마다 다르다지 근데 그건 또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

  • 자가자가자식아 · 2026년 7월 6일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많이 만족하시나보네

  • 호롤롤 · 2026년 7월 10일

    갈아타기가 진짜 이러헥 힘들군요 !!언덕은 진짜 힘들거같아요 실 거주면서 힘들거같긴해요

  • 눈사라밍 · 2026년 7월 13일

    지인이 살고있는데 소음도 소음이지만 교통 때문에도 이야기하더라구요

  • 팽오리 · 2026년 7월 15일

    언덕은...저는...힘들것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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