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우루스

착시 속 가려진 ‘집값‘ 과연 내릴까

호랑이읽는 데 약 3

집은 많은데, 왜 내 집은 없을까

한국의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늘 괴리가 존재한다. 통계로 보면 집을 가진 사람이 더 많다. 그런데 체감은 정반대다. “내 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숫자와 현실 사이의 이 간극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통계청과 국토교통부 자료를 종합하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자가보유율은 약 61% 수준이다. 가구 기준으로 보면 집을 소유한 비율이 무주택 가구보다 분명히 높다.

하지만 같은 데이터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이다. 통계청 2023년 인구조사실태에 따르면 수도권, 특히 서울의 자가보유율은 50% 안팎에 머문다. 절반가량은 여전히 무주택 가구라는 의미다. 주택 수요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내 집 없는 현실은 훨씬 더 강하게 체감된다.

연령별로 쪼개 보면 격차는 더 선명해진다. 30대의 자가보유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사회 진입 초기 세대일수록 자산 축적이 부족하고, 높은 집값과 대출 규제에 막혀 주택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다주택 구조가 겹친다. 일부 계층이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면서 전체 주택 수는 늘어나지만, 실제로 거주할 집을 확보하지 못한 가구도 함께 존재한다. 다시 말해 집의 수와 집을 가진 사람의 분포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이 불균형이 체감 격차를 더욱 키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어디에, 어떤 형태로 주택이 분배돼 있는가가 핵심이다. 수도권 집중, 세대 간 격차, 자산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자가보유율이 60%를 넘더라도 ‘내 집 없는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집값은 어디로 가는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실거래 흐름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현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국토교통부 주택 실거래가에 따르면 2021년 20억 원 초반대에 형성됐던 가격은 2024년 20억 중후반을 지나, 2025년에는 30억 원을 넘어 최고 38억 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몇 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다소 달라졌다. 거래는 눈에 띄게 줄었고, 간헐적으로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 강화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출 압박에 더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5월9일로 임박해지자 일부 보유자들은 버티기 대신 매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하락 신호에 가깝다. 실제로 “살 사람이 없다”는 말이 시장 곳곳에서 나온다. 가격이 너무 올라 실수요자의 접근이 어려워졌고, 금리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매수 여력 자체가 위축됐다. 과거 상승장을 떠받쳤던 유동성이 빠지자 거래 절벽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하락장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으로 ‘하방 경직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긴축 등 굵직한 외부 충격 속에서도 집값은 결국 반등하거나 버텨왔다. 자산 시장으로서의 부동산은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대체 투자처’ 역할을 해온 측면이 있다.

현재 시장의 본질은 ‘가격 조정’이라기보다 ‘거래 실종’에 가깝다. 팔 사람은 가격을 쉽게 낮추지 않고, 살 사람은 더 떨어지길 기다린다. 이른바 ‘눈치 싸움’ 국면이다. 특히 강남권과 같은 핵심 입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은마아파트 사례에서도 보이듯, 단기적으로 등락은 있지만 고점 자체는 계속 높아지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다. 변수는 외부에 있다. 최근 국제 정세는 과거보다 훨씬 불안정하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관세 인상, 지정학적 갈등 확대는 한국 경제의 취약한 고리를 자극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기업 실적과 주가가 견조해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비용 압박이 누적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원자재 가격, 물류비 상승은 기업 수익성을 잠식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공공요금 통제, 농산물 가격 안정 등으로 물가를 억제하고 있지만, 이는 일종의 지연된 인플레이션일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부동산 시장과 거시경제가 맞물린다. 만약 억눌렸던 물가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면, 실질 구매력은 더욱 위축되고 금리 정책 역시 다시 긴축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 이는 곧 부동산 시장에 이중 압박으로 작용한다. 수요는 줄고, 금융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경우, 실물자산인 부동산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집값의 방향은 단일 변수로 결정되지 않는다. 금리-유동성-정책-글로벌 경제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함수다.

결론적으로 지금 시장은 상승도 하락도 아닌 ‘전환기’에 가깝다. 다주택자 규제와 대출 압박은 단기적으로 가격을 누르는 요인이지만, 공급 부족과 자산 선호 현상은 여전히 상승의 불씨로 남아 있다. 폭등도, 급락도 아닌 ‘정체 속 양극화’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착시를 걷어내는 일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리스크가 누적된 상태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집값이 뛴다고해서 마냥 좋은건 아니다. 이득을 본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인플레이션이라는 큰 파고는 이미 형성되고 있다. 지금은 흔들리지 않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댓글 1

  • 팽오리 · 2026년 6월 12일

    결국 올라가는곳은 올라가는 것 같은데 숨겨진곳들은 모르겠네요ㅠ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