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우루스

왜 이름이 ‘연예인 아파트’일까

너구리읽는 데 약 2

현대연예인아파트 입구 모습.

우리 동네 구로1동은 여러 구축 아파트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동네를 걷다 보면 특이한 이름의 아파트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은 바로 ‘현대연예인 아파트’다.

2년 전 이 동네 부동산 사장님과 현재의 신혼 전세집을 구할 때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당시 사장님과 구축 아파트 단지들을 돌다가 현대연예인 아파트라는 단지 입구 팻말을 발견하고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현대연예인 아파트? 사장님, 저기는 진짜 연예인이 사는 거예요? (웃음) 재밌네요."

"아뇨, 연예인이 굳이 이런 구축 아파트에 살겠어요? 아, 그런데 옛날에는 연예인들이 살았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아마 지금은 연예인과 크게 상관이 없을 거예요."

최근에 동네를 산책하다 다시 저 아파트 팻말을 보고 궁금해졌다. 저기는 왜 ‘연예인 아파트’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정말 이 동네에 연예인이 살았던 걸까. 아니면 지금도 누가 살고 있는 걸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아파트는 나름 브랜드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이 만든 아파트였다. “그래서 앞에 ‘현대’가 붙었구나…” 하고 놀라던 찰나, 더 놀랄 만한 정보가 뒤를 이었다. 이 아파트는 연예인이 살아서 ‘연예인 아파트’가 아니라, 연예인이 ‘만들어서’ 연예인 아파트였다.

이 아파트는 1989년 연예인들이 주택조합을 만들어 건설한 단지다. 약 700세대 규모로, 최근에는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홈페이지 설명에도 ‘연예인들이 주택조합을 만들어 건설했다’고 쓰여 있다. 내용을 더 찾아보니 과거 방송국이 모두 여의도에 몰려 있던 시절, 여의도·영등포에 자리 잡지 못한 연예인들이 이 지역에 새롭게 단지를 조성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비석 모습. '연예인촌'이라고 쓰여있다.

단지 안내도.

지금이야 차가 막혀서 구로에서 여의도까지 차량으로 20~30분 정도 걸리지만, 80~90년대에는 10분이면 갈 만큼 가까운 곳이었다. 결국 이 아파트는 ‘누가’ 만들었는지를 이름에 그대로 붙여버린 셈이다.

이 아파트처럼 70~9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 이름은 굉장히 솔직담백하다. 서울 종로에 있는 ‘낙원아파트’는 낙원상가 위에 있는 주거 공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낙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회현시범아파트’ 같은 이름도 있다. ‘시범’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단순하다. 말 그대로 정부가 시험적으로 지은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베타버전 아파트’ 같은 느낌이다.

더 내려가면 직업이 이름이 된 아파트들도 등장한다. ‘외교관 아파트’, ‘교수 아파트’. 실제로 해당 직군 사람들이 많이 살던 단지라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이런 방식의 작명이 거의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꽤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국내 아파트 이름은 이후 ‘미도아파트’, ‘우성아파트’, ‘삼익아파트’ 등 건설사 이름이나 브랜드명을 그대로 차용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개포주공, 둔촌주공 등 주공 아파트가 대거 생기기도 했다. 나도 대구에 살았을 때 송현 주공아파트에 살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뜻을 살펴보니 주공아파트의 ‘주공’은 주택공사의 줄임말이었다. 쉽게 말해 정부가 만든 아파트라는 의미다. 지금의 LH 아파트의 전신인 셈이다.

국내 아파트 이름이 세련되게 바뀌게 된 시점은 이름에서 ‘아파트’를 떼기 시작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삼성의 ‘래미안’을 시작으로 롯데 낙천대, 자이, 힐스테이트 등 이름에서 ‘아파트’가 빠지면서 점차 세련된 이미지를 갖추기 시작했다.

또 인근에 숲이 있으면 ‘포레스트’, 강이 있으면 ‘리버’, 공원이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면 ‘센트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 개념도 지금 보면 조금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ㅎㅎ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형 오피스텔의 이름은 OO팰리스다. 이름만 들으면 꽤 궁전 같은 느낌이지만, 외관은 그냥 평범한 아파트다. ㅎㅎ

아페르한강 조감도. 출처:KB부동산

참고로 찾아보니 서울에는 실제로 연예인들이 많이 살았던 아파트도 있다. 서울 창신동의 ‘동대문아파트’는 196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인데, 당시에는 실제로 연예인들이 많이 거주하면서 ‘연예인 아파트’라는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리고 용산 서빙고동의 ‘아페르한강’은 실제로 연예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 공유, 김고은, 한효주 등 연예인들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는 입주민의 약 30%가 연예인이라고 한다. 여기가 말 그대로 ‘찐 연예인 아파트’인 셈이다. ㅎㅎ

댓글 4

  • 부동산입문 · 2026년 6월 3일

    연예인 아파트라니 이름이 진짜 신기하네요 ㅋㅋㅋ 연예인들만 사는 아파트 같아 보여요

  • 빅토리아 · 2026년 6월 3일

    신기하네요 아직 저 이름을 유지하고 잇다는 것도 신기하고 재밋어요 연예인 아파트라니 처음 듣네요

  • 껄껄껄 · 2026년 6월 15일

    연예인들이 만든 아파트라 연예인아파트였군요 실제로 연예인이 사는 곳들은 가격이 비싸더라고요 위치가 좋으니 연예인이 살고 그래서 유명하고..

  • 로렐라이 · 2026년 6월 27일

    오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군요 ㅋㅋ 신기하네요 제목만 보고는 연예인들만 사는줄 알았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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