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진 시공사 선정시기, 과연 좋은걸까?
Mr.리퍼비시먼트읽는 데 약 3분


오늘은 재개발·재건축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계인 '시공사 선정'에 대해 한 번 더 파고 들어가보겠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시공사란 공사를 총괄해서 도맡아 진행하는 건설사를 말합니다. 많이들 들어보신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같은 곳들이 바로 시공사입니다.
쉽게 말해 "시공사란 '아파트 브랜드'를 달아주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겠습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은 '조합설립 이후'에 가능합니다. 예외적으로 서울시에선 2023년 7월 전까지 '사업시행인가 이후'라는 별도의 조례기준을 만들어서 운영했는데, 현재는 다른 지역과 같이 '조합설립 이후'로 변경됐습니다. 다만 '과반이상 득표'라는 조건이 갖춰야 합니다.
조합설립 이후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긴 배경을 알아야겠지요?
조합입장에선 시공사가 주는 '사업대여비'와 시공사 선정이 주는 '안정성'이 탐나는 부분입니다.
사업대여비는 이전에 선정한 용역업체에 대한 비용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조합이 설립되기 전 추진위원회에서는 '설계업체'와 '정비업체'를 뽑게 됩니다. 그 전에 '도시계획업체'도 선정했을 수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이라면 '안전진단 모금'도 했겠죠?
조합은 시공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때 내는 '입찰보증금'을 초기 사업대여비로 빌려서 쓰고 있습니다. 사업대여비가 들어오면 그 돈으로 용역업체들에게 일했던 비용을 정산해주는 겁니다. 용역업체들 입장에선 그전까진 돈 나올 구멍이 없으니 외상으로 일을 하는 셈입니다.
조합 입장에서도 목돈이 들어오면 조합임원 월급이나 사무실 임대료 등 조합운영비를 편하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안전진단비를 낸 조합원들도 몇십만원에 불과한 돈일지라도 빨리 돌려받고 싶어하니, 사업대여비가 들어오면 보통 모금액을 환급해줍니다.
또 대내외적으로 시공사가 선정되면 사업이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시공사가 정해지면 책임준공확약을 통해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됩니다. 건설사가 주도해 공사에 필요한 자금과 하청업체가 속속 결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봤을 때도 건설사가 정해지면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인식을 갖는 계기가 됩니다.
'대안설계' 적용을 빨리 준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습니다. 대다수 조합들은 기본적인 설계를 한 상태에서 건설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입힐 수 있는 건설사의 '대안설계'를 적용하려고 합니다. 그게 집값을 더 올리고 '명품'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애써 건축심의르 받고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가 대안설계 적용을 위해 계획변경을 하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여깁니다.
자, 그럼 시공사 선정시기를 앞당겼을 때 발생하는 취약점도 당연히 있겠죠??
가장 큰 단점은 '내역입찰'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조합설립만 된 상태에서는 '내역'을 산출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입찰 방법에는 ▲총액입찰과 ▲내역입찰이 있습니다. 총액입찰을 건물의 규모에 따라 대략적인 금액을 산출해 공사비 총액을 제시하는 방법입니다. 내역입찰은 구체적인 자재, 품셈 등을 산출하고 각각 항목에 금액을 도출해 공사비를 제시합니다.
건물을 지으려면 설계도면이 있어야겠지요? 도면을 그리려면 제약조건이 무엇인지 정해져야 할 것이구요. 이 제약조건을 정하는 것이 '도시계획'(정비계획)입니다. 정비계획이 정해지면 설계업체가 이를 기반으로 설계를 하게되지요. 이게 바로 '기본설계'입니다.
총액입찰은 기본설계만 나온 상태에서 금액을 산출해서 입찰을 진행하게 됩니다.
'사업시행인가'는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건축물의 '스펙'과 제반여건을 정하는 심의를 토대로 이뤄집니다. 층수와 가구수를 확정하는 '건축심의'가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사업시행인가를 하고 나면 실제 공사에 적용하는 '실시설계'를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조건이 갖춰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나면 '내역입찰'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잊지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 모든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착공 전에 '변경계약'을 맺는다는 것입니다.
총액입찰은 구체적인 사항을 정해놓은 것이 없습니다. 당연히 실시설계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항목이 변하게 됩니다. 그만큼 '공사비 증액'의 여지도 커지게 됩니다. 반면 내역입찰은 내역에서 바뀐 부분만 체크하면 되니 공사비 증액을 방지하기 훨씬 수월합니다.

'대안설계'라는 것도 독이 든 성배입니다. 대안설계라는 것이 결국 총액입찰이든 내역입찰이든 다 뒤엎고 건설사가 제안한 설계를 적용해 사업시행인가를 받거나 다시 받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건설사의 입맛과 이해관계가 녹아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여기서 가장 큰 이해관계는 바로 '공사비'일 것입니다.
예전에는 설계업체를 뽑을 때 비용이 저렴한 중소업체를 뽑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 건축사사무소들이 설계를 맡고 있습니다. 건설사보다 완성도가 높은 설계를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용만 충분히 내고, 아이디어 공유만 잘 이뤄지면 '진짜 명품 설계'를 건설사 도움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설계업체에 주는 비용을 아무리 높게 잡아도 건설사들이 대안설계라는 명목으로 올리는 공사비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그 대안설계라는 것도 건설사들이 밑그림을 주면 조합이 뽑아놓은 '설계업체'가 다시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대안설계'라는 화려한 겉포장에 현혹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그럼 앞서 뽑았던 용역업체들의 비용정산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세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직접조합설립제도'입니다. 조합설립을 하기 위한 기본설계와 기본 업무를 처리할 정비업체를 공공에서 뽑도록 하는 것입니다. 흔히 공공에선 "추진위원회를 생략한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사실은 추진위원회 역할을 공공에게 위임하는 구조라고 보면 됩니다.

장점은 용역비를 공공에서 내 줍니다. 단점은 공공의 입맛에 따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겠지요.
두 번째는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정비사업 융자금'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매년 예산을 배정해서 추진위원회와 조합에 자금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융자금은 설계비 등 용역비와 조합운영비로 쓸 수 있습니다.

장점은 주민들이 주도해서 입맛에 맞는 설계업체와 정비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이자를 내야한다는 것이죠. 다만 공공에서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금리가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세 번째는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신탁방식을 선택해 신탁사가 시행자가 되면 신탁사의 자금을 수혈할 수 있습니다.
장점은 공공에 간섭을 덜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신탁방식은 수수료가 별도로 든다는 것입니다.
제가 요즘하는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대기업인 시공사가 내미는 '브랜드'와 '자금'에 최대한 현혹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조합 자력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공공에서도 조합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자금지원과 제도개선을 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공공사업'으로서 정비사업이 바로 서는 길이면서 동시에 주민들의 호주머니 돈을 건설사가 다 가져가는 구조를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뉴글 인기 콘텐츠 더 보기
댓글 22
토끼풀 · 2025년 1월 13일
서울은 시공사 선정 빠르게 가능하니까 건설사들 일감 확보하기엔 좋을듯요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1월 13일
원래 다른지역보다 느렸는데 지금은 같아진 상태입니다~
마름모 · 2025년 1월 13일
브랜드에 혹하는 사람 나야나~
앞으로 조심해야겠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공디도 · 2025년 1월 14일
이거 약간 그런 느낌이네요
인테리어할때 유명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면 눈탱이 지대로 맞으니까
집주인이 공부 좀 해서 디자인 업체 따로 목수 따로 불러서 작업하는 느낌?
부자가된다 · 2025년 1월 14일
근데 조합이 직접설계했어도 시공사가 이거 문제있다 못한다 어쩌구 걸고 넘어지면 결국에 대안설계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요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1월 14일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하고 구조기술사의 검토를 거친 설계면 문제가 생길 것이 없습니다 ㅎㅎ
문제있다 못한다고 하면 저희 시공능력부족하다라고 말하는 꼴이 됩니다.
부읽남체고 · 2025년 1월 14일
https://www.ar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6395
한남하이츠, 설계 공모에 국내 최고 업체 경합서울 성동구 한남하이츠 재건축 설계 공모에 국내 최고 업체들이 참여했다. 한남하이츠아파트 재건축조합은 공모에 진양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한원포럼건축사사무소, 한길건축사사무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까지 총 5개 업체가 참여했다고 19일 밝혔다.한남하이츠아파트는 지난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한남하이츠에서 설계공모를 했다하던데 이렇게 초호화 설계업체에 설계받은 경우도 대안설계가 진행되나요 아니면 대안설계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건가요?
고동개 · 2025년 1월 14일
하이튼간 브랜드, 이름값 이런거 엄청 좋아한다니까
명품좋아하는것도 종특이다 ㅋㅋㅋㅋ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1월 14일
팩트를 말씀드리면 현재 서울 내 정비사업 중에 저정도의 설계사가 안 붙은 곳이 없습니다. 삼우 anu 희림 정안 나우... 그렇게 뽑고도 건설사가 그럴듯 하게 그림그려와서 해외 유명 건축가 이름빌려서 박아 놓으면 그걸 따라갑니다. 해외 유명 건축가 사무소들 이름만 빌려주거나 디자인 콘셉트만 잡고. 국내 업체가 실시설계 다 합니다. 비용은 거의 해외 건축사가 30% 정도 먹습니다. 허세와 해외께 장땡인줄 아는 허영이 만들어낸 촌극입니다.
깡정 · 2025년 1월 14일
어쩔 수 없음 우리나라 국민성이 그런당깨
카이시 · 2025년 1월 14일
건설사가 갑인건가요?
카이시 · 2025년 1월 14일
어쩐지..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 참여했다 그런식으로 말하던데 그 느낌이 하나도 안나더라구요 이런 이유가 있었꾸만요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1월 14일
건설사 이름값에 목메는 풍토가 만연한데다 자금 조달까지 건설사의 신용공여에 의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계약체결 순간부터 건설사가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제3의눈 · 2025년 1월 15일
서울 내 공사비 갈등 해결도 잘 안되는 마당에 시공사 조기선정하는게 맞나 싶습니다
제3의눈 · 2025년 1월 15일
기왕이면 다옹치마라고 없는 것보단 있는 게 좋
가나다람쥐 · 2025년 1월 15일
재건축 시작되면
건설사가 울트라 슈퍼 갑!
가나다람쥐 · 2025년 1월 15일
한가지 궁금한게 있어용 재건축 따놓고 건설사에서 사업 포기하는 경우 좀 보이던뎅 이것도 건설사의 갑질일까융?
홍이 · 2025년 1월 16일
근데 조합에서 시공사 교체하기도 하잖아요 이건 조합 갑질 아닌가
lovely · 2025년 1월 16일
<@UIGYMBPYO> 시공사 선정되고 나면 시공사가 갑이죠 괜히 재재는 속도전이라는 말이 있는게 아니거든요
lovely · 2025년 1월 16일
<@UIGYMBPYO> 아 그리구 기존 시공사해지하면 조합원 추가 부담금만 증가할걸요 괘씸해서 교체하고 다른데 구하고 그래도 부담금은 증가하니까 시공사 해지가 능사는 아닌듯해요
배우고배우자 · 2025년 2월 2일
안녕하세요.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읽다보니 궁금한게 많아지는데요.
1. 건설사가 해외 설계사무소에 맡기는 대안설계비는 보통 얼마정도인지 아시나요?
2. 대안설계도 어쨌든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하나요? 국내 설계업체의 기본설계 자료를 받아서 그 바탕에서 하는지 아니면 정비계획에만 맞게 자체적으로 설계하나요?
3. 최근에 한남4 사례를 보니까 UN스튜디오 포트폴리오에 있는 조감도랑 삼성물산이 가져온 조감도가 또 다르던데, 건설사 내부에 설계인력들이 또 바꾼거겠죠?
4. 기존에 선정한 국내 설계업체가 대안설계를 바탕으로 다시 설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셨는데 최종 결과물은 기본설계에 가깝게 나오는 편인가요 아니면 대안설계에 가깝게 나오는 편인가요?
5. 후자라면 대안설계를 한 해외업체와 협업을 하나요?
새우깡 · 2025년 10월 11일
시공사 선정 시기를 빠르게 하는게 무조건 좋은 효과만 나오게 하진 않네요 오히려 이후 공사비가 늘어난다거나 할 수도 있군요
함께 보면 좋은 글
삐까번쩍 시공사 대안설계, 독이 든 성배일수도
Mr.리퍼비시먼트25. 02. 23.

재개발, 재건축 투자시기 앞당겨진다
Mr.리퍼비시먼트25. 07. 14.

PF? 책임준공? 너 누군데? (ft.시공사 빽으로 공사비 빌리기)
Mr.리퍼비시먼트24. 11.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