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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집, 현관 없이 바로 거실인 이유는?

Easy 부동산 in the USA읽는 데 약 4

안녕하세요, 설 연휴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설 연휴가 되면 온 가족이 한 집에 모이고 자연스럽게 거실로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죠. 하루 종일 TV가 켜져 있고, 과일 접시가 식탁과 소파 사이를 오가는 풍경이 익숙합니다. 누군가는 바닥에 앉아 있고 누군가는 소파에 기대 잠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한국에서 거실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집의 중심 역할을 하는데요. 그래서 명절이 되면 집 안 다른 공간보다 거실의 온기가 더 뚜렷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살다 보니 미국은 거실의 구조부터 의미까지 뭔가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오늘은 미국의 문화에서 비롯된 '거실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현관이 없고 바로 거실이네?"

미국에서 처음 집을 보러 다닐 때 문득 낯설게 느껴졌던 풍경이 있어요. 바로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파와 TV, 다이닝 테이블이 한눈에 들어왔다는 점이에요. 이 집에 가도, 저 집에 가도, 아파트, 콘도미니엄에 가도, 단독 주택에 가도 모두 그런 구조였죠.

생각해 보니 미국에서 방문했던 지인들의 모든 집들이 현관이 없었더라고요. 어렴풋이 예전에 미국에 여행 와서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문을 열고 신발을 벗으려는데 문을 열자마자 거실이 나와서 신발을 어디에 벗어둬야 할지 난감해했던 경험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가 살 집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집을 찬찬히 둘러보니 그제야 이 점이 눈에 띄었어요.

한국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 수 있는데요. 물론 전통적으로 미국은 실내에서 신발을 신는 문화가 강했기 때문에 신발을 벗기 위한 전용 공간이 비교적 필요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요즘은 미국에서도 신발을 벗는 가정이 점점 늘고 있는데도 구조는 그대로인 경우가 많아요. 미국에서 살아보니 왜 이렇게 구조가 다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미국 집은 현관과 거실이 맡고 있는 역할 자체가 한국과 달랐습니다.

한국 집의 동선은 보통 현관 - 거실 - 방으로 구성된다. /사진=운정 아이파크 포레스트 사이버 모델하우스 화면 갈무리

한국 거실은 '가족 중심'의 사적인 공간

한국 집에서 거실은 단순한 공용 공간이 아닙니다.

⁃ 가족이 함께 모이는 장소

⁃ TV를 보고 식사 후 시간을 보내는 공간

⁃ 방문한 외부 손님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영역

그래서 한국 집의 동선은 보통 현관 - 거실 - 방으로 구성되죠.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사적인 공간이 됩니다. 현관은 바깥과 안을 나누는 강력한 경계고, 거실은 그 경계를 통과한 후에야 허락되는 공간이에요. 명절에 거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거실은 '집 안에 들어온 사람들'만 공유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거실은 로비와 같은 '공용' 공간

미국 집에서는 거실의 의미가 한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가족만의 공간이라기보다 집 안에 있는 공용 공간에 가깝습니다. 미국 문화에서는 홈파티, 가족 모임, 이웃 초대가 잦습니다. 이에 거실은 '생활의 중심', 사적인 영역이라기보다는 '사람을 맞이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강하게 녹아 있죠. 호텔로 비유하자면 로비와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웃이나 지인을 맞이하는 공간

⁃ 가족과 외부인이 섞이는 공간

그래서 현관문을 열자마자 거실이 보이는 구조가 불편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거실이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현관문을 열자마자 거실이 보이면 '집 안이 다 보이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거실이 보여도 불편한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실은 현관문과 바로 연결되고 주방, 다이닝과 열려 있으며 집의 첫인상을 담당합니다. 미국 집에서 가장 신경 써서 꾸며진 공간이 거실인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미국 집에서 사생활은 '방문'에서 시작한다

한국과 미국의 집은 심리적 사생활의 경계가 다릅니다. 한국은 관계 중심 문화의 영향이, 미국은 개인의 경계를 중시하는 문화의 영향이 비교적 강한 편인데요. 이러한 문화적 성향의 차이가 공간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현관을 넘는 순간 '우리'의 공간으로 들어온다는 인식이 강해 사생활의 경계가 집 바깥에 형성이 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같은 집 안에 있어도 개인의 경계가 유지되며 사생활은 현관이 아니라 각자의 방문에서 시작되는 셈입니다. 거실은 공유 가능한 공간이고 침실은 철저히 개인 공간인 것이죠.

그래서 미국 집의 구조를 살펴보면 개인 공간이 뚜렷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 집을 보면 방의 개수보다 화장실의 개수가 더 많은 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이는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미국식 사생활 개념이 공간으로 구현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중대형 주택 설계에서는 개인 공간의 기본 단위가 단순한 침실이 아니라 침실과 전용 화장실이 결합한 구조인 경우가 많은데요. 화장실을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것을 사생활 침해에 가깝게 느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주택에서는 '방 3개 화장실 3.5개'와 같은 구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0.5'는 보통 변기와 세면대만 있고 샤워 시설은 없는 파우더룸을 의미합니다. 이 공간은 주로 거실 근처에 위치하며 손님 전용으로 쓰입니다. 가족이 쓰는 화장실과 손님 화장실을 분리하는 형태죠.

미국 집에서 '현관'을 담당하는 공간은?

그렇다면 미국 집에 현관 같은 공간은 없을까요?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는 포이어(Foyer)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작은 전환 공간이 한 번 더 있는 구조인데요. 다만 이 공간은 한국식 현관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신발장 중심이 아니라 콘솔 테이블, 거울, 러그 같은 장식 중심이에요. 신발을 벗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외투를 걸고 손님을 맞이하는 전환 공간에 가깝습니다.

물론 미국 집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구조는 아닙니다. 지역과 주택 유형, 건축 연도에 따라 엔트리웨이가 분리된 집도 일부 있습니다.

마무리

미국 집에 현관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거실이 맡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거실은 가족 공동체 중심의 공간이기 때문에 집 안으로 들어오기 전 한 번 더 걸러지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반면 미국에서 거실은 사람을 맞이하는 공간이자 집 안의 로비에 가깝고, 사생활은 그 이후 방문에서 분명하게 나뉩니다. 같은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사생활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에 대한 합의가 다른 것이죠.

설 연휴를 미국에서 보내며, 거실에 앉아 있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거실은 우리를 한데 모으는 공간이고, 미국의 거실은 세상과 우리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공간이라는 것. 어느 쪽이 더 낫다기 보다는 각 사회가 선택해 온 방식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생활을 나누는 방식은 달라도 한국이든 미국이든 거실이 사람들에게 함께 있다는 즐거움과 온기를 전해주는 공간이라는 사실은 같습니다.

(사진: 픽셀, 운정 아이파크 포레스트 사이버 모델하우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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