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우루스

4화 미국에서도 한국 거주지가 따라다닌다구요?

엘레이맘읽는 데 약 2

LA근교에서 흔히 볼수 있는 게이티드 커뮤니티 : 게이트가 있어 안전성을 높인 만큼 상대적으로 월세가 비싸다.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현실은 집 구하기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한국을 인맥사회라고 하지만, 미국이 오히려 더 인맥을 중시하는 사회라는 점이었다.

특히 LA처럼 매일같이 새로운 이민자들이 유입되는 도시에서는, 누군가를 신뢰하기 위해 인맥이 필수적인 검증 수단이 되었다.

집을 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었지만, 회사에서 지원하는 주거비로는 그럴 수 없었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우리가 제시한 금액을 듣고 "이 동네에서는 그 가격으로 집을 구하기 어려워요"라며 고개를 저었고, 직접 찾아간 집주인들은 미국에서의 신용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를 거절했다.

결국, 미국에서 첫 집을 구하는 데는 두 가지 중 하나가 필요했다.

넉넉한 자금이 있거나, 믿을 만한 소개자가 있거나.

미국이 맞나 싶을 만큼 몇블럭 지나면 보이는 한인교회 본교회는 글 내용과 무관합니다 / 출처 : 감사한인교회홈페이지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인맥을 만들기 위해 교회에 나가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교회 얘기를 할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뀐다는 것이었다.

한인 사회에서 교회는 단순한 신앙의 공간이 아니라, 정보가 오가고 비지니스를 위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커뮤니티의 중심이었다. 동네마다 한인 교회가 있을 정도로, 교회는 한인 사회의 핵심 네트워크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교회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들은 각자 겪었던 불편한 경험을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교회 가면 너무 호구조사를 당하는 느낌이에요."

실제로 교회를 방문해 보니,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한국 어디에서 살다 오셨어요?"

처음 교회에서 들은 이 질문은 단순한 인사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 질문은 단순한 관심 표현이 아니었다. 마치 미국 상류층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어느 학교 나왔어요?"라고 묻는 것처럼, 이 질문은 ‘당신은 한국사회 어느 계층사람인가요?’를 알고 싶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듯했다.

강남 신축 아파트 입주자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결혼 만남 사이트나,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서 ‘교복’처럼 여겨지는 300만원짜리 패딩처럼 미국 한인 사회에서도 ‘we’와 ‘they’를 나누는 경계가 있는것 같았다.

미국의 공립중학교 교실 풍경

아들의 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한 어머니에게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 한눈에 봐도 고가인 액세서리를 착용한 그녀는 딸들을 "제니퍼"와 "클라라"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질문이 이어졌다.

"한국 어디 사셨어요?"

그 순간, 이 질문이 단순한 관심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나를 어떤 부류로 분류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표정은 밝았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지역 출신인지가 대화의 방향을 결정짓는 건가?'

'내 대답에 따라 그녀의 태도가 달라질까?'

이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나는 그녀와 더이상의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들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하는 것이 일상적인 미국문화 / 출처 : RF123

인맥 만들기가 쉽지 않던 때, 아들 친구 부모님과 저녁을 함께할 기회가 생겼다. 그들 역시 우리처럼 미국으로 파견된 가족이었다.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끼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식사 시간은 무척 즐거웠다.

그러다 드디어, 그 질문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어느 동네에 사셨어요?"

순간, 이 질문 하나로 지금까지의 좋은 분위기가 깨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스쳤다. 하지만 뜻밖에도 아들 친구 어머니와 내 남편이 동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요? 여기서 동네분을 만나다니 너무 반갑네요!"

마치 외국에서 먼 친척을 만난 것처럼, 우리 두가족은 금세 가까워졌다. 내가 늘 불편하게 여겼던 이 질문이 처음으로 따뜻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그들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결코 들어갈수 없었을 타운하우스

얼마 후, 우리는 그 가족을 통해 그들이 사는 집의 집주인을 소개받았다. 집주인은 성실하게 렌트비를 납부하던 그 가족을 신뢰했고, 그들의 추천으로 우리는 집주인 지인의 집에 새로운 세입자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미국내 인맥이라는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가장 불편했던 그 질문이 우리의 구세주가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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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시월의꽃 · 2025년 2월 17일

    미국 완전 인맥사회죠 대학 입학시에도 선생님이나 교장 추천서 있어야되고 직장 잡을때도 추천서 없으면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 자가자가자식아 · 2025년 2월 17일

    편입해도 최초 학부가 평생 따라다니는 그거랑 같은건가? ㅋㅋㅋㅋㅋ

  • 쵸쿄칩 · 2025년 2월 17일

    어딜 가든 다 인맥이 중요하죠 비단 미국만 그렇겠어요~ 티를 내느냐 안내느냐 차이겠죠

  • 떡상 · 2025년 2월 17일

    이게 그렇게 특별한가? 초중고만 하더라도 중간에 전학온 애 있으면 너 어디서 왔어? 가 첫 질문이고 대학교 때도 마찬가지로 너 어디 살아?가 첫 인사. 처음 보는 자리에서 너 성격 어때? 잘살아? 라고 물을 순 없잖아.

  • 달빛이내린다 · 2025년 2월 17일

    한인교회 나가면 맨땅해딩 1년 할거 안해도 되고 1~2개월이면 다 알 수 있음

  • 앨리스 · 2025년 2월 17일

    교회에서 사람 만나는게 제일 쉽지만 제일 위험하다고 어디선가 그러더라구요 ㅎ

  • 릴리 · 2025년 2월 17일

    나이들수록 한국에서도 친구 사귀기 힘들잖아요~ 미국은 오죽할까 싶네요

  • 랑호이 · 2025년 2월 17일

    미국 커뮤니티는 교회를 중심으로 움직이는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으덥다아 · 2025년 2월 18일

    영어 좀 할줄알면 자연봉사활동하거나 플래시몹 해도 되져

    교회만이 답은 아니니깐

  • 으덥다아 · 2025년 2월 18일

    기독교 국가니깐요

  • 크록스 · 2025년 2월 18일

    종교적인 이유보단 그냥 사람만나는 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긴 하죠

  • 따거객잔 · 2025년 2월 26일

    주택문제는 세계 어딜가나 기초적인 인간의 기본 생활...

    쉅지않은 문제...

  • 나안아... · 2025년 3월 29일

    전 처음에 한국이 인맥사회라고 생각했는데,, 엘레이맘님 글이나 주변 지인 이야기 들어보면 진정한 인맥사회더라고요,,ㅜㅜㅜ 취업도 거의 인맥 통해서 하던데ㅜㅜ 미국도 아무나 가서 사는게 아닌것 같아요ㅠㅠ

  • 엘레이맘 · 2025년 3월 30일

    맞아요 진정한 인맥사회죠 근데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면 개인의 노력이 반드시 보상받는 사회라는 점이예요 인맥도 중요하지만 한국사람들의 성실하고 노력하는 마인드로 성공할수 있는 분야가 너무 많습니다

  • 아기새 · 2025년 9월 19일

    ㅋㅋ 뭔가 아무래도 .. 원래 살던곳을 물어보는게 신기하기는 하네요 .. ㅠㅠ 집사기 힘들거같아요

  • 새우깡 · 2025년 10월 11일

    한국 부동산은 미국에서의 삶에 조차 영향을 끼치네요 ㅋㅋ..

  • 와사비 · 2025년 10월 11일

    거주지는 외국 나가도 꼬릿표가 되어 좌지우지 하는 군요 ㅋㅋ 타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신기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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