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보수 천태만상
양콩읽는 데 약 2분
전세 잔금을 마친 후 늦은 점심을 먹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70대 노인분이 문을 꽝 열고 들어왔다.
스트레칭하다 문 소리에 놀라 뒤로 넘어질뻔...
들어오는 기세도 놀라웠지만 동시에 술 냄새가 퍼져 나왔다.
의자에 앉자마자 소리부터 질렀다.
"왜 내 복비를 안 돌려줘? 신고할거야! 신고한다 나!"
이건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야...

두달 전에 인근에 있는 투룸 전세 계약을 했다.
임대인이 전세 7000만원에 놓아달라 해서 계약에 이어 잔금까지 마쳤는데, 이 임대인이 임대사업자였다.
임대사업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5조에 따라 등록을 하고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각종 세제 혜택을 보는 대신 일정 임대기간 유지와 임대료 인상에 5%의 제한을 받는다. 이를 어길 경우 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
또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관공서에 임대차 신고를 해야 해서 임대인이 방문했더니,
보증금을 500만원 내려서 놓아야 한다고 했단다. 임대사업 등록한 지가 얼마 안됐던 임대인은 그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어서 거칠게 항의를 했고, 그래도 법은 준수해야 하므로 어쩔 수없이 쌍방합의로 임차인에게 500만원을 내려주고 계약서를 재작성해서 신고했다.
중간에 임대인이 중개사무소로 찾아와서,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신고용으로 500만원 감액한 계약서를 써주면 안되냐고 하여서 거짓 계약도 못하고 이중계약서 작성은 더더욱 안된다, 적법하게 임차인에게 500만원을 돌려주고 감액계약서를 작성하라고 조언하였다.
그런데 이 임차인 할아버지는 집주인이 보증금 500만원을 내려줬으니 500만원에 해당하는 중개보수를 돌려달라고 찾아온 것이다.
못 돌려준다고 했다.
중개사인 나는 보증금 7000만원에 의뢰를 받아 양자 합의하에 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 진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임대인 사정으로 부득이 보증금 중 일부를 돌려받게 된 것이 내가 애초 체결했던 계약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중개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반환이 아니다. 더구나 동일 조건에서 보증금을 돌려받게 된 건 임차인에게 부당한 일이 아닌데 그걸 이유로 중개보수를 돌려달라는 건 말이 안된다. 못 돌려준다
그랬더니 앞뒤 안맞게 법도 들먹이고 계속 술냄새 풍기면서 말을 이어가길래
"그럼 법으로 하세요! 중개사가 양자 합의로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후에 계약당사자들의 합의로 임대조건이 달라졌다고 중개보수를 반환하라는 결정이 내려지면 그때 중개보수 22,000원 돌려드릴게요"
그리고 20,000원을 서랍에서 꺼내어 건네며..
"중개보수는 돌려드릴 상황이 아니니 못 드리고, 집 얻으러 올 때 따라 온 이쁜 손녀 생각나서 과자값 드립니다. 손녀한테 부동산의 착한 아줌마가 사주라고 했다고 과자 사서 들어가세요.
중개보수는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돌려드리는 것이 아니에요."
했더니 "아유 그럼 주인한테 말해서 복비 돌려주라고 해야겠네" 하더니 주춤주춤하다 가셨다.
아니 20,000원 과자값 받았으면 됐지, 집주인한테 또 달라 한다고....?
그리고 바로 이어진 매매잔금.
한달 전 매매 계약을 체결 시 매수인이 말했다.
"중개사님. 제가 우연히 알아보니 협회 일 하시더라구요?
직책도 있으시던데 직책 값으로 10만원만 깎아주세요"
했다.
매매가에 대한 조정을 요구하는 일은 흔하지만, 중개사의 활동 보직 값으로 몇백도 아니고 10만원을 깎아달라는 건 애교스럽기까지 했다. 웃으면서 조정해주었었는데, 매매잔금이 끝나고 다시 매수인이 말했다.
"중개사님. 이번엔 협회 직책 값으로 중개보수 1만원만 깎아주세요!"
이 매수인은 참 희안하다. 매매대금도 10만원, 중개보수도 1만원. 센스가 넘치는 분이구나... 그래서
"네 직책 때문이 아니라 말씀하시는 내용이 재미있어서 커피 값 빼드립니다."
중개보수를 깎는 이유도,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고 참 다양하다.
나름의 사연과 인간미가 숨어있다.
이것이 부동산 현장의 모습이고 내가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이다.
댓글 23
아아정복 · 2025년 10월 22일
중개보수를 깎을수가 있었군요 이제 알았어요
박하맛 · 2025년 10월 22일
중개보수 너무 비싼거 같아요...그러다보니
ㅇㅇ치같은 사람들이 부동산업으로 많이 전향했구요
도기몬 · 2025년 10월 22일
저도 중개보수를 깎을 수 있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이렇게 알게 됐네요 ㅎㅎ..
현맘이 · 2025년 10월 22일
이걸 . 미리알았더라면... 중개보수를 . 깍을수 있다니
펜트하우스 · 2025년 10월 22일
중개보수를 깎을 수 있아보네요 처음 알았어요 이런것도 잘 알고있어야겠네요
빅토리아 · 2025년 10월 23일
중개보수를 조금이라도 깎는 방법이 있엇군요 전혀 몰랐어요 중개보수비 너무 부담이기는 하죠
아기새 · 2025년 10월 23일
중개보수가 진짜 . 너무 비싸기는 하더라구요 부동산끼고 하는게 점점 부담이 되는거 같아요
눈사라밍 · 2025년 10월 23일
헐 이렇게 중개보수도 깍을 수 있는거였군요ㅠㅠㅠ오늘도 배워갑니다
아아정복 · 2025년 10월 23일
이런 방법이 또 있었네요 ㅎㅎ 잘배우고가네요
스위티자몽 · 2025년 10월 23일
협회 일 하는 거랑 돈 깎아 줘야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가요? ㅋ 어떻게든 중개 보수를 깎고 싶어서 이유를 만들어 내는 듯하네요. ㅜㅜ
말차우유 · 2025년 10월 23일
500만 원 내려 계약한 게 여간 짜증났나 보네요. 그래도 중개사님이 센스 있게 잘 대처하신 것 같습니다. 별별 사람이 다 있군요.
포근포근쿠키 · 2025년 10월 24일
와 중개보수를 깎을 수 있는 거였나요? 저는 정해져 있는 줄 알았어요.. ㅎㅎ
베테랑킴 · 2025년 10월 25일
아 이렇게 조율?할수도 있는 상황이 있긴하군요. 몰랐어요. 저도 그냥 정해진줄만...
미니멀부자 · 2025년 10월 25일
진짜 정말 다양한 이유로 깎는거 같네요 ㅎㅎ 그래도 잘 넘어가신듯 합니다.
호잇 · 2025년 10월 25일
허허 .. ㅋㅋㅋ 계약된게 좋은거 아닐까요 그래도 중개사님이 잘 하셨네요
와사비 · 2025년 11월 1일
진짜 천태만상이라는 말이 맞네요 온갖 인간 군상들을 다 보실 거 같아요
새우깡 · 2025년 11월 1일
너그러운 분 잘 만나셨네요 과자값이나 간식값이라도 깎아가신 분들
아아정복 · 2025년 11월 1일
조율이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이번에 알았습니다
청라룡 · 2025년 11월 2일
중개보수를 깎을수가 있다구요..?저는 곧이곧대로 드린것 같은데...ㅋㅋㅋ 역시 가는말이 고와야 오는말이 곱다구..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말한마디가 진짜 중요한것 같아요!
뽀뽄 · 2025년 11월 11일
2만원 과자값과 1만원 커피값. 정말 별의별 사연이 다 있네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 재미있어요!
스위티자몽 · 2025년 11월 11일
이런 일화들 보면 신기해요.. 저런 사람도 있구나 저럴 수도 있는 거구나.. 새삼 느끼는 게 많네요.
말차우유 · 2025년 11월 11일
양콩님이 올려주시는 글들은 항상 한 편의 이야기 같아서 늘 집중해서 보고 있어요.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 더 흥미롭고 재밌는 것 같습니다.
베키 · 2025년 11월 12일
중개 보수를 흥정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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