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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실화 -6] 전세살이 자체가 리스크다

너구리읽는 데 약 4

원래 이번 글은 다른 주제를 다루려 했다. 그런데 허그(HUG/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 보험금 이슈가 생겨 급히 주제를 바꿨다. 너무 열불이 터져서 지금 이 감정을 글로 옮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내인 꼬북이는 허그 보험금 신청 후 현재 대략 5개월 정도가 지났지만 여전히 허그로부터 전세보증보험금(허그 보험금 2억3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앞서 나는 뉴글을 통해 꼬북이가 결혼 전 혼자 살던 까치산역 전셋집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허그 보험금 신청(3월 17일)을 했고 대체로 3개월이면 모두 지급이 완료되는 편이지만 4개월이 돼가도록 아직 보험금을 받지 못한 내용을 다룬 바 있다.

이유는 심사관 1명당 배정되는 허그 보험금 심사건이 너무 많아 심사에 수 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당시 나는 글을 통해 보험금 지급 지연은 여러가지 사회 비용을 야기할 수 있으니 신속한 심사를 위해서는 심사관이 더 많이 양성되고 배정돼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심사관 부족 등의 사유를 넘어..그냥 너무 화가 난다. 허그로부터 보험금을 받지 못해서 만은 아니다. 그들의 업무 처리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7월 중순의 일이다. 허그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보완서류를 내란다. 현재 전세보증금이 걸려 있는 까치산역 전셋집을 실제로 점유하고 있다는 사진과 공과금 납부 내역이다. 또 임대인이 지방세 등 국세를 완납했는지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허그로부터 보완서류를 내라는 메시지(위)와 정산 내역(아래)

자료는 얼마든지 준비해서 낼 수 있다. 꼬북이의 경우 까치산역 전셋집 임차 기간 중 나와 결혼으로 인해 현재 구일 신혼집으로 전출을 한 번 하면서 우선변제권 상실 위기에 놓인 상황이었다.

다행히 허그 직원과 상담을 통해 특정한 목적이 있는 전출이 아니고 까치산역 전셋집 등기부등본상 권리변동 내용도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다만 담당 심사관이 누구냐에 따라 지급이 지연되거나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었다.

이렇듯 꼬북이는 보험금 지급에 있어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었기에 허그가 어떤 서류를 요구하든 우리는 성심성의껏 제출할 준비가 돼있었다.

문제는 허그 보험금을 신청한 지 넉 달이 지나서야 보완서류를 내라고 했다는 점이다. 허그 보험금 심사의 경우 대체로 3개월이면 다 정리가 되는 편이다. 통계를 봐도 10건 중 7건은 3개월 안에 처리가 된다. 꼬북이의 경우 임차기간 다른 집으로 전출을 한 특수한 사례이기 때문에 심사가 더 오래 걸릴 수는 있다.

하지만 보완서류를 이제 요청하는 것은..아무리 생각해도 지난 넉 달간 심사관이 꼬북이의 심사 건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인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른 심사 건들이 많아서 일이 밀릴 수는 있지만 보완서류를 이렇게 뒤늦게 요청할 만큼 심사 시스템이 심사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쨋든 꼬북이는 빠르게 보완서류를 만들어 제출해야 심사가 서둘러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에 연차까지 써가며 까치산역 집을 찾아 계량기를 모두 확인하고 수도요금과 전기요금, 가스요금을 모두 완납한 후 증명서를 받았다. 죽을 만큼 미운(?) 임대인에게도 연락해 국세 납부 증명서도 받았다.(임대인은 돈이 없다며 지방세를 미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꼬북이 담당 심사관은 보완서류를 보낸 이메일을 일주일 째 확인하지 않았다.(분노)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8월 1일 고객센터에 연락을 했다.

"제가 허그로부터 요청받은 보완서류를 모두 담당 심사관에게 보냈는데 메일을 확인하지 않아서요. 혹시 고객센터를 통해 그분에게 보완서류 전달 사실을 알리거나 제가 직접 통화를 해볼 수 없을까 해서요"

"네, 관리센터 업무가 많다보니 심사관들의 메일 확인이 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저희가 담당 심사관에게 전달하고 조치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고객센터 통화 이후에도 심사관(놈)은 연락이 없었다. 결국 꼬북이는 이수역에 위치한 허그 동부관리센터를 직접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이대로는 속이 터져서 안되겠다며.

그리고 까치산역 전셋집의 경우 꼬북이는 은행으로부터 1억원 정도를 대출받은 상태다. 지난 2월 17일(까치산역 계약만료일)에 은행 대출을 6개월 연장했는데 오는 8월 17일이면 기간이 만료된다. 8월 17일 안에 보험금이 나오지 않으면 또 한번 대출 연장을 해야 하는 셈이다..이미 대출 이자로만 수십만원 손해를 본 상황에서 또 한 번 대출 연장 시 계속해서 이자 부담을 안아야 했다.

꼬북이는 지난 8월 4일 오후 반차를 내고 동부관리센터를 방문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대신 옆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심사관이 꼬북이를 맞이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허그 보험금 심사 관련해서 보완서류를 냈는데 저희 담당 심사관인 박oo 심사관님이 아직 메일 확인을 하지 않아서요. 혹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상황을 좀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네. 박oo 심사관은 교육 때문에 오늘 자리에 없습니다. 보험금 신청하신지 얼마나 되셨는데요?"

"지난 3월 17일에 신청했습니다"

"네? 음..보통 3개월이면 다 처리가 될텐데요. 해당 건 관련 서류나 이런걸 담당 심사관이 알고 있어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얘기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박oo 심사관 돌아오면 김oo님 찾아오셨었다고 전달드릴게요."

허탕을 친 꼬북이의 분노 게이지가 점차 차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4일 이후에도 박oo심사관은 메일을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8월 8일(금요일) 꼬북이는 연차를 내고 함께 허그 동부관리센터를 다시 방문했다. 이번에는 나도 연차를 내고 동행했다. 나도 그 심사관(놈)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혹여 이상한 소리라도 하면 내가 대신 화라도 내줄 참이었다.

하지만 이 날도 그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휴가를 갔단다. 자리 전화를 당최 받지 않으니 미리 연락을 하고 올 수도 없다. 이렇게 또다시 허탕을 치고 센터를 나왔다. 꼬북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까치산역 전셋집 사태로 가장 우리를 열불나게 했던건 당연히 임대인이었지만 이제 심사관도 큰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꼬북이는 "대출연장이 가능한지 은행에라도 갔다가 가자"고 했다. 그런데 허그 동부관리센터 인근 국민은행의 대출 담당자가 또 휴가란다. 인근의 다른 국민은행을 찾았더니 관련 서류를 가져와야 연장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단다. 대출을 실행했던 은행은 광화문 지점이라 너무 거리가 멀었다. 이미 은행 마감시간인 4시가 다가온 상황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그날 허탕을 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나는 뉴글에 까치산역 전셋집 보증금 관련 진행 상황 등을 꾸준히 글로 써왔다. 올 초만해도 막연히 '8월 쯤이면 보험금을 모두 지급받고 '지급 후기'를 후련한 마음으로 쓰고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아직도 꼬북이의 보증금은 우리 손에 없다.

여전히 임대인은 정부의 공시지가율 변동으로 해당 집이 허그 가입이 불가능한 집이 돼버렸고 이로 인해 후속 세입자가 없어졌다며 오히려 자신이 정부 정책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나는 꼬북이의 보험금 사태를 옆에서 지켜보며 초반에는 '임대인들의 무리한 갭투자가 낳은 참극'이라고 생각했고 이후에는 '전세로 집을 내놓으면서도 관련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임대인의 무지'가 참 나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전세 자체를 살지 말아야 이런 리스크가 없을 거라는 허탈함과 분노만이 머리 속을 채우고 있다.

부디 박oo 심사관님이 아주 즐거운(?) 휴가를 다녀와 꼬북이의 심사건을 서둘러 처리해줬음 하는 바램이다.

댓글 21

  • 팽오리 · 2025년 8월 11일

    헐..전세살고 있는데 갑자기 무섭네요ㅠㅠ

  • 베테랑킴 · 2025년 8월 11일

    에공.. 전세 살이에 이렇게 리스크도 있죠.. 답답하군요

  • 미니멀부자 · 2025년 8월 11일

    이런 자료 준비에.. 또 처리가 답답하고.. 이런경우도 있네요

  • 훠이 · 2025년 8월 11일

    답답하네요 무슨 3개월되면 된다는데 휴가까지..아휴

  • 호우호우 · 2025년 8월 11일

    이젠 전세도 쉽지가 않은거 같아요..집 더 멀어지는 느낌

  • 치킨 · 2025년 8월 11일

    전세살이 자체는 리스크가 크기는 한거 같아요 만약에라도 전세사기 당하면 진짜 앞날이 캄캄하죠

  • 오늘을살자 · 2025년 8월 12일

    빨리 내집마련이 맞지만 대출이며 현실적 벽에 전세를 선택하는걸텐데 리스크가 슬프네요

  • 빅토리아 · 2025년 8월 12일

    전세사는것도 답답한데 ㅠㅠㅠ 리스크까지 .. ㅠㅠㅠ 아무래도 . 현실적인 문제가 너무 크죠

  • 아기새 · 2025년 8월 12일

    전세살이가 그 자체가 리스크라니.ㅠㅠㅠㅠ 진짜 전세사기 우려도 잇고 너무 힘들거같기는 합니다

  • 헤일리 · 2025년 8월 12일

    ㅠㅠ 기다리는 동안 은근 스트레스일 것 같은 ㅎ

  • 창조경제 · 2025년 8월 13일

    전세가 갈수록 불안해지는 시기인것같아요 전세가 불안해서 흔들림 우리 부동산도 그만큼 흔들릴텐데

  • 호라이즌 · 2025년 8월 14일

    어느정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네요 흐음..

  • 말차우유 · 2025년 8월 14일

    씁쓸하고 슬픈 말이네요. 전세살이 자체가 리스크라니.. ㅜㅜ 특히 전세사기 때문에 더 리스크가 커졌죠.

  • 스위티자몽 · 2025년 8월 14일

    보통 3개월이면 처리되는 건을 5개월 넘게 처리받지 못하고 보증보험금도 받지 못한 상황이라니.. 글을 읽으면서 저도 열불나네요. 일 처리가 왜 저러죠..ㅜ

  • 호잇 · 2025년 8월 15일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ㅠ

  • 치킨 · 2025년 8월 17일

    전세사기를 친 집주인은 떵떵거리며 살고.. 그 피해는 국거가매워주고.. 말도안되는 짓거리들 입니다..ㅜ

  • 아아정복 · 2025년 8월 18일

    이래서 다들 월세로 많이가는건가봐요

  • 새우깡 · 2025년 9월 3일

    진짜 전세 공포가 괜히 있는 게 아닌 거 같아요

  • 와사비 · 2025년 9월 4일

    전세사기로 큰 홍역을 겪고 나니 더 부담스럽게 다가오긴하네요

  • 베키 · 2025년 10월 10일

    전세 보증금 때문에 맘고생 심하시겠어요. 허그 일 처리 정말 속 터지네요.

  • 도기몬 · 2025년 10월 25일

    전세사기없이 잘 사시는분들도 많겠지만, 전세사기 사례들이 워낙 많이 나오니까 전세 살기 겁나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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