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슈퍼갑' 구조 깨려면, 자금조달 방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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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건설사를 구하지 못해 유찰되는 현장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건설사들이 현장을 골라서 들어가는 '선별수주'는 당연하고, 한동안 안보이던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조합들도 보입니다.
건설사들이 선별수주 기조로 돌아선 이유가 뭘까요?
건설사들은 '높아진 공사비'와 '저조한 분양시장'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해 수주를 가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선, 높아진 공사비는 '조합'에게 부담이지 건설사에겐 그렇게 어려운 부분이 아닙니다.
최근 건설현장을 보면 공사비를 다 올리고 있죠? 심지어 '착공 후 공사비 인상 없음'이라는 조건을 내건 곳 조차 공사비를 올립니다. 러-우 전쟁 등으로 자재비가 비정상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예외조항'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설계변경도 건설사에겐 공사비를 올리기 좋은 수단입니다. 고전적인 방법이죠. 예전엔 일반분양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조합을 설득했습니다. 요즘엔 대안설계니, 특화설계니 하는 말을 갖다 붙여서 설계변경을 하자고 합니다. 어차피 올릴 건데 좋게 좋게 업그레이드도 해줄게라는 느낌입니다.
'저조한 분양시장'은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지방에선 미분양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책임준공형 관리형 신탁을 통해 사업에 뛰어들었던 신탁사들도 적자를 보고 있죠. 지방건설사들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분양률이 걱정되는 지역에서 건설사는 공사 진행 정도에 따라 공사비를 받는 '기성불' 계약을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미분양의 경우도 대형건설사가 아닌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낮은 간접비를 내세워 수주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낮추면 해결해나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더구나 재개발·재건축이 제일 활발한 지역인 서울은 여전히 '완전분양시장'을 유지하고 있죠. 그럼에도 서울 내 현장도 선별수주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 '저조한 분양률'도 건설사들이 몸을 사라는 주된 이유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익성 악화도 진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최근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사업 수익률은 4~6% 수준입니다. 수익률이 높다고는 볼 수 없지만 수익이 거의 남지 않거나 적자를 내기도 하는 토목·플랜트사업에 비하면 준수하게 실적을 내는 분야입니다. 실제로 현대건설, DL이앤씨 같은 주요 건설사에서 주택부문 출신이 대표이사 등 요직을 꿰차는 것만 봐도 주택부문의 수익과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회사 내 작지 않음을 알 수 있지요.
사실 건설사들이 수주 숨고르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한 대부분의 주택사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아서 사업비 대출을 받습니다. HUG는 이 과정에서 건설사에게 '책임준공확약보증서'를 받아서 신용보강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임준공확약보증서를 내는 건설사들의 신용에 따라 보증수수료와 금리를 차등 적용해왔죠.

문제는 HUG의 자금줄이 턱밑까지 차올라 있다는 것입니다.
HUG는 전세사기 여파 때 전세보증금을 대위변하면서 2년 연속 4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세사기 물건을 직접 낙찰받아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든든전세'를 내놓았죠. 당분간 직접적인 자금회수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는 결국 HUG가 보증을 발행할 수 있는 한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정부는 HUG의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2023년 말 HUG의 자본금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2배 늘리고 자본금 대비 보증한도도 자본금의 70배에서 90배로 더 늘렸습니다. 2024년 말엔 자본금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도 발행했죠.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입니다만, HUG의 보증한도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보증한도 부족현상이 해소되려면 기존 보증 현장에서 사업이 마무리되야 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죠.
국내 건설사들은 부동산 폭등기를 맞아 공격적인 수주를 이어갔었습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총액은 약 139조입니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분양'까지 가려면 시공사 선정으로부터 3~5년이 걸립니다. 각 건설사들의 꽉찬 보증한도가 해소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셈입니다.
그런데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현장별 공사비 총액이 크게 늘었죠? 숨통이 돌아와도 큰 사업장 1~2개 수주하고 나면 다시 한도가 꽉 차게 되는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1. 지금까지 신용이 높은 일부 상위 건설사들이 '자금조달'을 무기로 수주현장을 독식해왔다.
2. 공사비가 크게 오른데다, 기존에 너무 많이 수주해서 건설사들의 한도가 꽉 찼다.
3. 주요 사업장만 수주해도 이 한도를 돌려막는데 급급하다.
4.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반은 구라'다.
그리고 대형건설사의 '브랜드'를 보고 건설사는 뽑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죠. 실제로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수행하는 '하청업체'나 기술자들은 삼성물산 현장에서도 일하고 현대건설 현장에서도 일하는데, 사람들은 다른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뜯어 고칠 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자금조달구조'를 바꾸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건설사들에게 자금조달을 의존하다보니, 공사비 증액 등의 상황에서 건설사가 갑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자금조달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우선 자금조달 규모가 크지만 리스크는 오히려 적은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자금조달방법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은 추진형태는 '민간사업'이지만 법적위상은 엄연한 '공공사업'입니다. 구청에서 입안하고 시청에서 인허가를 내주는 형태죠. 그렇다면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말도 됩니다. 완전분양시장인 서울에서 '미분양'으로 자금회수가 어려워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 예산이 축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예산을 투입하고 투자수익의 형태로 일부 주택을 받아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용적률을 올려주는 명분으로 임대주택을 강제로 짓도록 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으로 보일 겁니다. 반발심도 없앨 수 있지요.
예산을 투입하면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있다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오명도 벗길 수 있습니다.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은 투입예산에 대해 '감사'(監査)할 권한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조합의 자체적인 감사(監事)보다 막강하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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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데일리 · 2025년 3월 31일
계약 이후 입주전까지 진짜 진정한 갑 of 갑
홍이 · 2025년 3월 31일
우리 같은 서민이 건설사 같이 거대한 곳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슈테른 · 2025년 3월 31일
공사는 조선족 외국인들이 하고 감시도 대충하고 건설 하청 구조도 미쳐버리겠는데 갑질까지 하니 참 진짜 자금조달 방식 빨리 바뀌었으면 하네요
슈테른 · 2025년 3월 31일
++ 하고 싶은 말이 더 생각나서 추가로 붙이자면 일이라도 똑바로 하면 몰라 대충대충하면서 온갖 갑질은 다해요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3월 31일
맞습니다ㅜㅜㅎㅎ계약 전까지 온갖 감언이설ㅎㅎ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3월 31일
그래서 구조를 바꿔야 하는 것이지요~~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3월 31일
옳으신 말씀입니다. 섬세하면서도 저렴한 기술강국 코리아는 옛말이 돼 버린듯 합니다ㅜㅜ
집좀사자 · 2025년 3월 31일
이거 정말 문제입니다. 설계를 아무리 속된 말로 뭣 빠지게 하면 뭐합니까. 시공에서 다 빼 먹고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그리고 또 욕은 설계자들이 먹죠. 콘크리트 타설 같은 중요한 작업 조차도 제대로 안 지키는 주제에 갑질까지 하니 미칠 지경입니다.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3월 31일
그러게 말입니다. 시공사가 설계 자금조달을 쥐고 흔드는 구조를 깨지 못하면 안된다고 봅니다..
머니트리 · 2025년 3월 31일
제대로 보고 계시네요
많은 분들이 뭐 원자재값 올라서 건설사들이 안남는다 하는데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거 건설 현장에 조금이라도 있어보면 다 압니다
미스터차차 · 2025년 3월 31일
지주택 조합들도 어마어마하죠ㅎㅎㅎ
분양가가 괜히 저렇게 형성되는게 아니랍니다 ㅎㅎ
건설사도 어찌보면 을일수도 있어요 ㅎㅎ
습관의힘 · 2025년 3월 31일
수주만 따고 리스크는 정부랑 금융기관이 떠안는 구조, 이제는 진짜 바뀌어야 할 때임.
부릉이 · 2025년 3월 31일
자꾸 보증 제한되면 결국 민간 공급이 줄어들고, 그 피해는 집값으로 돌아오겠지
평화주의자 · 2025년 3월 31일
건설사: 수익이 안 나요ㅠㅠ
HUG: 그럼 보증 안 해줘요ㅎㅎ
정부: 자금 넣어줄게~
국민: 내 세금 왜 또 거기로...
드림벨로 · 2025년 3월 31일
정부가 계속 지원해주니까 징징대고 그러지 배때지 불렀네
마포경찰관 · 2025년 3월 31일
수주할 땐 ‘우리가 합니다’, 공사비 오르면 ‘예외조항입니다’, 분양 안 되면 ‘예측불가였습니다'
완벽한 3단 콤보
수미칩 · 2025년 3월 31일
다 죽어보자 민간인은 안사고 끝까지 버티고 정부도 지원해주지마라
Mr.리퍼비시먼트 · 2025년 3월 31일
모든 이익은 조합원님들께 저희는 명예만 가져가겠습니다! 증액 안 해주면 공사 멈추겠습니다. 그건 하자라고 보기 애매합니다 ㅋㅋ
웃으면된다고생각해 · 2025년 4월 1일
이거진짜 문제심한듯요ㅋㅋㅋㅋㅋ순살공사해놓고 하자보수도 제대로안해놓고 비싸게 받아처먹고 입 싹닫고 나몰라라ㅋㅋㅋㅋ대체 언제바뀌냐 니들? 눈치도안보는듯
아아한잔 · 2025년 4월 3일
바꿔 바꿔 모든 것을 다 바꿔 바꿔 바꿔~
우린깐부 · 2025년 4월 5일
어후~~~~예전 악몽이 떠오르네요~~~분양할땐 사탕발린말로 막~~~말해놓고 하자보수는 나몰라라하는...^^;이런 양아치같은 곳은 사라져야하는데 그 누구도 양아치가 아닌곳이 없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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