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우루스

베란다 없는 집의 슬픔(?)

너구리읽는 데 약 3

너구리의 구일살이③

"저 많은 캠핑장비를 어디에 둘거야. 그냥 복도에 두자.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뭐 어때."

나는 캠핑을 좋아한다.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캠핑은 장비빨이라는 것을. 하나 둘 장비를 구입하다 보니 어느새 짐이 꽤 늘었다. 문제는 집에 둘 곳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결혼 전 본가에는 베란다가 있었고 그곳에 장비를 뒀다. 신혼집은 아파트형 오피스텔이다 보니 베란다나 창고 같은 공간이 없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 보일러실은 세탁 물품으로 가득하다. 꼬북이가 캠핑짐을 복도에 두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

나는 복도에 캠핑짐을 두자는 꼬북이에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캠핑짐을 도저히 복도에 두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도난 문제가 아니라 내 개인의 신념 때문이다.

지난해였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복도에 짐을 놔두는 이웃집 글이 올라왔고 댓글창에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이웃집 주인이 모두가 공용으로 쓰는 아파트 복도에 진열장을 만들어놓은 사연이었다. "아파트 현관 앞 복도 공간은 개인이 점유해도 된다. 개인 택배 물품이 쌓여 있을 때도 있는데 이것도 그럼 문제냐" "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비워둬야 한다" "너도나도 물건을 쌓아두면 그게 복도냐 창고지" 등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나는 개인 물품을 복도에 둬서는 안된다는 주의다. 계약한 곳은 집의 전용면적이지 이 복도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약서 어디에도 이 복도 공간을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는 조항은 없다.

꼬북이가 복도에 물건을 두자고 한 것은 다른 집들 때문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형 오피스텔은 한층에 총 3세대가 산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서 오른쪽은 우리집, 왼쪽과 정면쪽으로 두 세대가 더 살고 있다.

우리 이웃집 세대는 아이를 키운다. 그래서 문 앞에 킥보드와 자전거 등을 뒀다. 정면에 위치한 세대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 부부가 사신다. 복도에 신발장과 화분 몇 개를 내놨다. 나는 아무것도 두지 않았다. 택배가 와도 빛의 속도로 치운다.

다른 층들은 어떨까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집인 13층부터 1층까지 내려가봤다. 정말 엄청난 광경(?)들을 목격했다. 자전거부터 유모차, 대형 진열장도 있었다. 각종 잡동사니는 기본이고 우산꽂이도 있었다. '내가 너무 순진하게 살았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꼬북이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파트형 오피스텔 특성상 물품을 둘 공간이 없어 이웃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집 앞 공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오가는 계단 근처에도 물품을 쌓아놨다는 점이다.

경비실에 문의를 넣었다. 모두 불법이란다. 그런데 사실상 단속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얘기해도 일주일이면 다시 물건을 쌓아두기 때문에 그냥 방치하고 있단다.

법은 어떨까. 소방시설법 16조에 따르면 피난 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아파트 복도에 통행에 불편이 없을 정도의 물건을 소량 적치한 것으로 과태료가 부과되지는 않는단다. 소량과 대량은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결국 해석 문제다. 이렇게 해도 크게 처벌 받을 가능성이 낮다.

아까 본 기사 말미에는 소방본부 관계자 멘트가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현장을 확인한 후 유사시 피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통로가 막혀있다고 판단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복도나 계단에 쌓아둔 물건 때문에 소방활동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과태료를 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러니 너도나도 자기 물건을 쌓아두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뭐가 문제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집 앞에 물건 정도는 쌓아둘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 말도 맞다. 그런데 자전거나 우산꽂이 정도는 이해해도 아예 자기 공간처럼 진열장을 만들어놓는 것은 나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결국 보일러실에 있는 기존 물건들을 정리해 밖으로 뺀 뒤 그곳에 캠핑짐을 꾸역꾸역 테트리스해서 집어 넣었다. 그 광경을 보는 꼬북이의 표정이 복잡스럽다. 이제 다른 큰 짐이라도 생기면 이제 더는 집에 둘 곳도 없다. 그때는 정말 둘 곳 없는 짐은 복도에 내놔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도 아이가 생기면 자전거나 킥보드를 결국 문 앞에 내놓지 않을까.

나도 결국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결국 나 같은 신념을 갖고 있다가 현실과 타협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집은 잠자고 밥을 먹고 씻는 곳도 중요하지만 나의 물건을 보관할 공간도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테라스 아파트 부활?일본 건물을 유심히 보면 공통점이 있다. 특히 우리로 치면 아파트나 주거형 오피스텔 형태의 주택이 그렇다. 지난해 나고야를방문했을 때 가이드에게 물었다.  "주택으로 보이는 건물마다 테라스가 있군요.”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지진이나 화재를 대비해해 테라스를 설치해 놓는다는 것이었다. 어제까지 오사카 부근에 있었는데 다시 한번 건물들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역시나 였다. 테라스 유무에 따라 멀리서도 건물을구분할 수 있었다. 지역과 싱관없이 일본 공동 주택에는 하나같이 테라스가 갖춰져 있다.뉴글

아파트 복도에 설치된 세대별 창고시스템서광교 한라비발디 레이크포레에 세대별 "비스포크 스토리지"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요즘 레저나 캠핑 스포츠 등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에 따른 장비들 짐이 꽤 많은데요. 집안에 창고를 들이는 것이 아니라 현관옆이나 주차장의 일부 공용공간에 세대별 창고가 있어서 보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의 기능들이 점점 편이하게 발전하고 있네요.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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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4

  • 용가리 · 2024년 11월 24일

    시간이 갈수록, 이사를 할수록 짐이 자가증식(?)하는 경험을 하게 되실겁니다.

    집이 넓어져도 또 그만큼 넘치게 되죠 ㅎ

    "집은 수납과의 전쟁터"

  • 훠이 · 2024년 11월 24일

    펜트리랑 지금 저희두 다 넣어놔가지구 힘든거 같아요

  • 호라이즌 · 2024년 11월 25일

    공감되는 글이네요 저도 아파텔 살 때 계단 쪽 창고?같은 곳에 짐 넣어놓고 그랬는데ㅠ

  • 펨맨 · 2024년 11월 25일

    불법인걸 알지만 어쩔 수 없어서 선택한 것일 수 있겠네요

  • 헤일리 · 2024년 11월 25일

    이사를 하면 할 수록 수납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 사자부동산 · 2024년 11월 26일

    집없는 것보다는 그나마 ㅋㅋ

  • 뉴글 감평사 · 2024년 11월 26일

    요즘 창고를 주는 신축으로 이사를 ..... ^

  • 호이아루 · 2024년 11월 26일

    이건 비단 오피스텔형 아파트의 문제가 아닌것 같습니다; 집에 베란다가 한 스무평 된다고 해도 밖에 두는 집들은 밖에 둘겁니다. 신념을 지키는게 손해인것 같지만 그래서 신념이 더욱 빛나는 것일수도~

  • 카트리나 · 2024년 11월 26일

    집없는 슬픔이 더 크겟죠 ㅋㅋㅋ

  • 이지현 · 2024년 11월 26일

    저도 복도에 짐을 두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데 옆집, 앞집이 놓아둔 한뭉텅이 물건들을 보다보면 그냥 나도 그냥 놓을까? 싶기도 하고 막 그러더라구요.

  • 아롱힐다운 · 2024년 11월 26일

    아우 진짜 사진만 봐도 화딱지가나네

  • 냐리냐리숑 · 2024년 11월 26일

    이거 언젠가 층간소음을 뛰어넘는 사회문제 될거같아여 예전에 식당에서 담배피던 시절 있던것 처럼 한 십년후에 돌아보면 집앞에 물건내놓은게 얼마나 야만적인지 알게 될 날이 왔으면 좋겠네여

  • 마가린 · 2024년 11월 26일

    택배 여러개 온 날 민폐인 것 같아 빨리 치워왔건만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

  • 쿠크다스 · 2024년 11월 26일

    베란다 없으면 저렇게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는 하겠죠.. 그런데 솔직히 저거는 좀 민폐라고 생각을합니다.

  • 마리한화 · 2024년 11월 27일

    수납공간은 역시 다다익선인 것 같습니다

  • Geek & seer · 2024년 11월 27일

    문제는 수납 공간을 더 만들 수 없다는 슬픔 ㅠ

    짐을 버려야 하는데 우리 대부분은 저장강박증이 있다는 거죠.

    미니멀리즘은 저 세상 이야기

  • 집사 · 2024년 11월 27일

    우산이나 유모차 정도는 많이들 내놓고 사시는 거 같아요

  • 집사 · 2024년 11월 27일

    다들 그러고 싶어서 그러신 건 아니실거에요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구요 ㅠㅠ

  • 빅피쳐 · 2024년 11월 27일

    그게 바로 접니다.. 우산이랑 택배박스는 걍 앞에다 둡니다.

  • 키득 · 2024년 11월 27일

    첫 사진 보고 깜짝 놀랐네요 장농이 왜 저기에..

    근데 또 올려주신 사진들 다 보고 나니까

    차라리 장농이 미관상 보기에 괜찮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쁜이 · 2024년 11월 27일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글이라 너무 좋네요 ㅎㅎㅎ

    왜냐! 저희 집도 같은 고민끝에 복도에 짐을 내놨거든요

    애 생기면 자전거에 킥보드에 아주 난리입니다 ㅠㅠ

  • 트민녀의 부동산 트렌드 · 2024년 11월 27일

    마리한화님 닉네임 취향저격👏🏻👏🏻👏🏻

  • 미니멀부자 · 2024년 11월 28일

    진짜 수납의 늪에 빠지는 참 어려워요 ㅠㅠ 근데 그래도 복도에 적재물 놓는게 맞는건 아니니 ㅠㅠ

  • 베테랑킴 · 2024년 11월 28일

    특히 아이 키우는 집은 유모차에 자전거 등등 난리 나는거 같아요 ㅋㅋㅋ

  • 집고양이 · 2024년 11월 28일

    저희 아파트도 복도에 보면 난리도 아닌 곳이 많아요 ;; 흠.. 이거 제대로 관리는 필요합니다

  • 그래도한걸음 · 2024년 11월 29일

    나하나 쯤이야가 정말 무서운 것 같습니다

  • 오늘도화이팅 · 2024년 11월 29일

    맞아요.. 저희 친척 언니네도 가 보면 현관도 좁고 베란다도 확장형이라 짐 둘 공간이 없더라고요.. ㅠ

  • 이지현 · 2024년 11월 29일

    그렇죠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부터는 쉬우니깐요. 어느 순간 부터는 복도에 안 두면 손해인거 같으니까 두게 되고 악순환 반복되는 거라 생각해요

  • 달빛이내린다 · 2024년 11월 29일

    집이 아무리 넓어도 밖에 둘 사람은 밖에 둡니다

  • 달빛이내린다 · 2024년 11월 29일

    개추요

  • 말차우유 · 2024년 11월 29일

    이래서 수납공간 잘 마련되어 있는 아파트가 인기있나 봐요.. 저도 펜트리 잘 되어 있는 곳 가고 싶네요

  • 스위티자몽 · 2024년 11월 29일

    결혼하고 아이 낳게 되면 짐 둘 곳 없어서 더 힘들다고 하던데.. 수납공간 잘 나온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어지네요

  • 에릭손 · 2024년 11월 30일

    암만 그래도 복도를 개인 창고처럼 쓰는 건 아니죠

  • 에릭손 · 2024년 11월 30일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확실한건 한명이 놓기시작하면 따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 에릭손 · 2024년 11월 30일

    미관상 별로긴 합니다

  • 도란 · 2024년 11월 30일

    소방법 위반이냐 아니냐가 중요할 것 같네요 공용통로를 막을 정도가 아니면 소방법 위반으로 잡기 힘들다고 한 판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도란 · 2024년 11월 30일

    저희 어머님께서 말하시길 살면 살수록 느는건 살림살이라고 하시네요

  • 도란 · 2024년 11월 30일

    지저분하면 기분 좀 안 좋던데 저분들은 괜찮나 모르겠네요 적응되었을려나

  • 도란 · 2024년 11월 30일

    공용통로 막을 정도의 적차물이 크고 많지 않은 이상 소방법 위반으로 잡기 힘들다는 판례도 있어서 한번에 바로 잡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 도란 · 2024년 11월 30일

    넉넉하면 좋긴 하죠 짐 넣어두면 깔끔하게 보이고 하니깐요 근데 수납공간도 늘리는데 한계가 있으니 참 어렵네요

  • 도란 · 2024년 11월 30일

    법적으로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쉽게 고쳐질 것 같진 않네요

  • 꿈꾸자 · 2024년 11월 30일

    베란다 확장 장점: 거실 넓어짐 단점: 수납공간 부족

  • 한양 · 2024년 11월 30일

    우산 유모차 킥보드 정도는 애교

  • 한양 · 2024년 11월 30일

    자전거에 킥보드는 애교 수준이죠 자주 꺼내서 써야 하니 그정돈 이해합니다

  • 릴리 · 2024년 12월 1일

    새 아파트가 수납공간도 그렇고 조경이나 커뮤니티도 좋긴 하더라구요 ㅠ_ㅠ

  • 릴리 · 2024년 12월 1일

    복도에 아무것도 안둔 분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_^//

  • 아아한잔 · 2024년 12월 1일

    미니멀리즘을 꿈꾸지만 맥시멈리즘의 삶을 살고 있는 나로선 느는건 살림살이라는 말 극공감됨

  • 아아한잔 · 2024년 12월 1일

    집 크기를 늘릴 수 없으면 짐을 줄여야

  • 이지현 · 2024년 12월 2일

    계절 변할 때마다 버린다고 버리는데 그래도 사는게 있으니 짐이 줄지가 않는 것 같아요 그래가지고 지 같은 단지 큰 평수 아파트 째려보고 있답니다 ㅎㅎ

  • 이지현 · 2024년 12월 2일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 받긴 할 거에요 그래도 집에 공간이 없는데 거기다 쌓아두는것보다 괜찮다고 생각해서 그러는게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 이지현 · 2024년 12월 2일

    양심의 문제라서 빠르게 해결되진 않겠죠 법적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 싶긴해요

  • 이지현 · 2024년 12월 2일

    이편한세상 사이버 모하로 구경했는데 현관팬트리? 그거 진짜 좋아보였어요

  • 달빛이내린다 · 2024년 12월 2일

    <@ULDYFVABE>

    C2하우스 요즘 다른 건설사에서도 많이 따라해서 현관팬트리 있는 집 은근 많습니다 다만 현관팬트리가 넓게 뽑히는 대신 거실이나 방 크기가 좀 작아집니다 장단점이 확실하죠

  • 그래도한걸음 · 2024년 12월 3일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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