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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혼인신고의 가벼움

너구리읽는 데 약 2

최근 지인으로부터 기사 링크를 하나 전달 받았다.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면 올해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서울시가 혼인 장려를 위해 올해 혼인신고한 부부에게 100만원의 지원금을 준다는 얘기다.

 

우리 부부는 지난해 7월 결혼했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왜 안했냐고 많이들 물어보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나와 꼬북이 모두 사느라 정신이 없어서였을까. 우리 둘 다 혼인신고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결혼식을 마친 후 우리에게 놓인 최우선 과제는 LA-칸쿤 신혼여행을 아주 재미있게 잘! 다녀오는 것이었을 뿐이다. 다녀와서도 밀린 업무를 하고 부부가 되어 함께 사는 법을 적응하느라 애썼다. 혼인신고는 우리 부부에게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냥 '언젠가는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잠시 미뤄둔 숙제 같은 것이었다.

 

근데 100만원을 준다고? 우리도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건가? 기대를 품고 내 방에서 노트북을 열어 인터넷을 통해 조건을 찾아봤다.

 

대상은 서울시의 거주하면서 올해 혼인신고를 하는 신혼부부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소득제한이 있었다. 중위소득 150% 이하(2인 기준 589만8000원)가 대상이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소득제한이 있었기에 품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우리 둘의 소득을 합치면 중위소득 150% 이하에 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혼인신고서

사진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시는 조정을 통해 중위소득 기준을 180% 이하(2인 기준 707만8000원)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 그렇지'하고 인터넷 창을 닫으며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꼬북이에게 외쳤다. "우린 정부가 버린 사람들이야~"

 

서울시가 갑자기 혼인신고 지원금을 주는 이유는 신혼부부들의 혼인신고율이 저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40대인 필자 주변에는 신혼부부가 많이 없다. 하지만 회사 후배들이나 그의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혼인신고=패널티'라는 인식이 상당했다. 그래서 위장미혼인 상태를 많이 유지한다고 했다. 아이를 가지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도 있었다. 한부모 가정일 때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또한 핵심은 부동산 문제 때문이다. 부부 상태일 때보다 개인일 때 청약이나 대출 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아서다. 부부가 각자 집을 가지고 있어도 문제다. 각각 집을 보유한 상태에서 만난 부부에게는 '세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간다.

 

우리 부부는 결혼 전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알아봤지만 소득 요건이 걸려 결국 아무 혜택도 받지 못했다. 정부에서는 "결혼해라" "아이를 낳아라" 부추기지만 결국 제대로 된 지원 하나 못 받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혼인신고까지 해서 앞으로 살 집 장만까지 방해(?)를 받는다면 누가 신고를 할까 싶다.

 

정부는 부랴부랴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 패널티를 조금씩 없애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혼인신고는 대출이나 청약에서 불리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를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니, 앞으로도 '바뀌기는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지난해 블라인드에서 화제가 됐던 글이 하나 있다. 2년 차 신혼부부 중 남편(글쓴이)이 "아내가 미혼모 지원금을 받기 위해 애를 낳아도 혼인신고는 하지 말자고 해 너무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아내는 오히려 "주변에서 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왜 나만 이상한 사람 취급하냐"고 오히려 글쓴이에게 화를 냈단다.

 

누가 이 아내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아내를 비난하기보다는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을 만든 정부의 한심한 정책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위장미혼'이라고 하는데 이러다 결혼한 사람들도 혜택을 받기 위해 '위장이혼'할 태세다.(실제로 많다고 한다)

 

이런 연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아버지는 결혼식 후 지금도 가끔 통화 때 "혼인신고는 했느냐"고 재촉하듯 물어보신다. 지금까지는 "곧 할거야"라고 별 생각없이 답했지만 우리도 이제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를 대비해서 전략적인 혼인신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일까.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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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불멍비멍부멍 · 2025년 2월 17일

    요즘 누가 혼인신고를 하냐ㅋ 일백만원주고 혼인신고하라니 패널티의 가치를 넘 싸게 책정한듯

  • 레모나 · 2025년 2월 17일

    애 초등학교 입학전까지 혼인신고 안하겠다는 친구도 봤어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들어갈때도 한부모가 더 유리하다고도 하고, 애 어릴때 빨리 자산증식해야되는데 혼인신고하면 발목잡힌다고ㅋ

  • 쵸쿄칩 · 2025년 2월 17일

    국가에서 국민들한테 거짓말하게끔 유도하는거죠 뭐 ^^

  • 쵸쿄칩 · 2025년 2월 17일

    정직하면 피해 입으니 다들 그런거죠 부부사이 아무리 좋아도

    혼인신고 바로 한건 후회하더라구요 좀 더 늦게할 걸 하면서요

    :(

  • 앨리스 · 2025년 2월 17일

    아이러니하게 혼인신고하면 손해네요 ㅠ

  • 릴리 · 2025년 2월 17일

    전세보증금은 돌려 받으셨나요..?

  • 너구리 · 2025년 2월 17일

    아니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서 한달 후에(오늘이 계약 만료일) 허그에 보증금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ㅎㅎ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ㅜ

  • 곰탱이 · 2025년 2월 18일

    <@UAP5MP20Y> 와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근데 전출했는데 보증금 신청 되나요? 담에 얘기 풀어주세요-

  • 너구리 · 2025년 2월 18일

    전출했지만 전출사유(결혼)가 명확하고 임대인 집 등기부등본상 권리 변동 내역이 없어 허그 직원은 큰 문제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만 심사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 결과 나오면 얘기 풀겠습니다~

  • 세은아빠 · 2025년 2월 18일

    부부에게 혜택이 많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살아보고 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뭐 요즘 그런것 같습니다

  • 세은아빠 · 2025년 2월 18일

    돌려 받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이지현 · 2025년 2월 18일

    아무리 그래도 미혼모 혜택 때문에 혼인신고 안하는 사람들은...너무 양심 없는거 같아요

  • 마리한화 · 2025년 2월 18일

    출생률 낮다 결혼안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혼인신고하면 손해군요

  • 으덥다아 · 2025년 2월 18일

    옛날이야 그랬지 작부턴느 제도가 많이 바뀌어서 혼인신고부터 하는 커플도 꽤 있어요

  • lovely · 2025년 2월 18일

    혼인신고야 급할게 없긴하죠 애낳고 해도 안늦어요

  • 수G · 2025년 2월 19일

    애낳고도 안한대요 이해가 잘 ..

  • 수G · 2025년 2월 19일

    신혼기간 컨트롤하려고 그런건데 지금은 부부개별특공되고 하니 혼인신고가 더유리한 경우도 있긴함

  • 집좀사자 · 2025년 3월 28일

    행복주택이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요새 혼인신고들 잘 안 하려고 하더군요. 실제로 제 주변엔 아이가 이미 초등학생인데도 혼인신고 안 하고 살다가 헤어지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혼 서류 안 내도 되니 좋은 건가요;

  • 팽오리 · 2025년 10월 6일

    저도 주변에 보면 일부로 혼인신고 않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 와사비 · 2025년 10월 11일

    이 때 혼인신고 안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네요 혜택에도 제한이 있었으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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