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으로 우편물이 하나 왔다. 우편물에는 ‘공항소음대책지역 주민 냉방시설 전기료 지원 신청’이라고 쓰여 있었다.

“잉? 전기료를 지원해준다고? 무슨 얘기지?” 처음엔 잘못 온 우편물인 줄 알았다.

내가 사는 곳은 고척돔 인근 구로1동이다. 김포공항과 아주 멀다고 할 수는 없어서 하늘로 비행기가 자주 지나다니기는 한다. 그래도 살면서 특별히 비행기 소음이 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우리 집이 전기료 지원 대상이라니..

내용을 읽어보니 여름철 냉방시설 전기료를 지원해준다는 안내였다. 항공기 소음 때문에 창문을 닫고 생활해야 하는 주민들은 에어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날씨가 무더운 하절기인 6~9월, 월 5만원씩 총 4개월간 최대 20만원의 전기료를 지원해준다는 얘기였다.

우편물을 뜯기 전까지 “뭐, 한 2만~3만원 주려나” 했던 내가 무색해졌다. 무려 20만원이다!!. 이 정도면 모르고 신청하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알고 나서 내 자신에게 바보 소리를 할 만한 금액이다.

자. 이제는 ‘진짜’ 내가 신청 대상인지 알아볼 시간이다.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축하합니다. 지원 대상입니다’라는 문구에 설레서 들어가 보면 소득기준에서 탈락하고, 나이에서 탈락하고, 거주기간에서 탈락한다. 받을 수 있는 줄 알고 계산기부터 두드렸다가 마지막 페이지의 깨알 같은 조건 앞에서 조용히 창을 닫았던 경험 말이다.

이번에도 혹시 그런 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나는 대상자였다. 심지어 과거 미신청분도 요건을 충족하면 소급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2024년 이 집으로 이사 왔으니 이전 미신청분까지 인정받는다면 2024년, 2025년, 2026년분을 신청할 수 있는 셈이다.

한 해 최대 20만원씩. 모두 합하면 최대 60만원이다.

아내인 꼬북이에게 물어보니 더 기가 막힌 이야기를 했다.

“작년에도 그거 온 것 같은데?. 잘못 온걸로 생각해서 열어보지도 않았어;;”

올해도 내가 먼저 발견해서 망정이지 꼬북이가 먼저 발견했다면 이 귀한 우편물은 내용물 한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종이 분리수거함으로 직행할 뻔 했다!!

이제 흥분을 조금 가라앉혔다. 그리고 기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도대체 왜 주는 걸까.

나는 안 시끄러운데, 국가는 우리 집이 시끄럽다고 했다

관련 제도와 자료를 찾아보니 김포공항 주변에는 법적으로 지정된 ‘소음대책지역’이 있다. 서울에서는 강서구와 양천구, 구로구 등의 일부 지역이 포함되고, 경기지역까지 범위를 넓히면 부천·김포 등 김포공항 항로의 영향을 받는 지역들이 이어진다.

중요한 건 공항과 집 사이의 단순한 거리가 아니라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길, 즉 항로가 어디를 지나느냐가 중요했다.

꼬북이는 나와 결혼하기 전 강서구 화곡동에서 혼자 살았다. 그런데 공항소음 전기료 지원 같은 우편물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비행기 시끄럽지 않았어?”

“별로?”

꼬북이는 화곡동 이곳저곳을 많이 걸어 다녔지만 비행기 때문에 특별히 시끄럽다고 느낀 기억도 없다고 했다. 나 역시 당시 꼬북이를 집에 데려다주느라 그 동네를 수없이 갔지만 항공기 소음을 의식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같은 화곡동이라고 해도 모든 주소가 소음대책지역인 것은 아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비행기 소음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거의 없다. 사실 우리 집 바로 앞에는 서부간선도로가 있다.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비행기보다 자동차가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행기 이착륙 소리가 자동차 소리에 묻힌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자동차 소리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생각해봐도 비행기 소음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고 느낀 적은 없다.

찾아보니 항공기 소음은 ‘Lden’이라는 지표로 평가한다. 단순히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갈 때 몇 데시벨이 나왔느냐만 보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발생하는 항공기 소음과 운항 횟수 등을 반영하고, 사람들이 소음에 더욱 민감한 저녁과 야간에는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 수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된다.

소음대책지역은 소음영향도에 따라 제1종·제2종·제3종 구역으로 다시 나뉜다. 제1종이 가장 소음영향도가 높은 곳이고 제2종, 제3종으로 갈수록 기준이 낮아진다. 그 바깥에도 일정 수준의 영향을 받는 ‘소음대책 인근지역’이 있다. 구로 1동과 화곡동은 제3종 소음대책지역이다. 순위로 보면 3순위인 셈이다.

실제 김포공항 항로 주변 주민들의 경험담을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신월동 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단지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비행기가 지나가자 상대방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했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집 안에서도 비행기가 지나가는 순간 대화에 신경을 써야 했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고강동에서도 비행기 소음이 상당하지만 오래 살다 보니 익숙해졌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계절에는 소음이 더 거슬린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다만 반대로 같은 신월동에서도 “창문을 닫으면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그래서 같은 동네에서도 길 하나, 아파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상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또 비행기가 어느 방향으로 뜨고 내리는지, 집이 항로 바로 아래에 있는지, 어느 정도 고도로 지나가는지, 건물의 방음 성능은 어떤지에 따라 체감 소음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전기료만 주는 줄 알았더니…방음부터 장학금까지

여기서 더 놀라운 건 전기료 지원은 공항소음 지원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소음대책지역에는 주택 방음시설 설치 및 유지·보수 사업이 있다. 방음창이나 방음문 등을 설치해 실내로 들어오는 항공기 소음을 줄이는 것이다. 이런 것을 대신 설치해준다는 얘기다.

또 냉방시설도 지원한다. 창문을 닫고 지내야 하니 집에 에어컨이 없으면 아예 설치를 해준다.!

지역에 따라 주민지원사업도 별도로 있다. 교육·장학사업, 복지사업, 체육시설이나 공원 같은 공동이용시설, 지역 환경개선 사업 등이다. 올해 양천구의 경우 공항소음대책지역과 인근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학생 330명을 뽑아 고등학생에게 100만원, 대학생에게 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다만 이런 지원책은 제1종 소음대책지역에 살면서 극심한 소음 고통을 겪어야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이트에서 해당 정책 지원을 누르니 여러가지 조건을 입증해야 했다. 그래도 실제로 공항 인근 지역에 살면서 소음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면 이런 정책을 무조건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재밌는 사실은 이 제도가 김포공항 인근 지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항소음방지법에 따라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고시된 공항 주변에서는 비슷한 사업이 시행된다.

서울지방항공청은 법에 따른 소음대책 대상공항을 6개 공항으로 안내하고 있다. 김포를 비롯해 김해·제주·울산·여수공항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제주공항 주변에서도 소음대책지역 전입세대를 대상으로 하절기 전기료를 월 최대 5만원, 4개월간 최대 20만원 지원하는 사업이 시행됐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외국도 비행기 소음에 돈을 쓸까. 찾아보니 영국 히스로공항은 공항 주변 약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 방음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 주택은 독립적인 조사를 거쳐 창문 교체나 이중창, 외부 출입문, 방음 환기시설, 지붕과 천장 방음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조건을 충족하면 공사비의 최대 100%를 공항이 부담한다.

일본 하네다공항 주변도 일정 수준 이상의 항공기 소음 영향을 받는 지역에 법에 따른 방음공사 등의 지원을 시행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반대로 법에서 정한 소음영향 지역 밖에는 방음공사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하게 안내하고 있다.

마무리

이처럼 공항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내가 대상자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동산으로 집을 구할 때도 이런 점은 미리 알고 있으면 득이 되지 않을까. 비행기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는 사실은 집을 고를 때 분명 마이너스일 수 있지만 입지나 다른 요건들이 너무 마음에 든다면 이 지원책도 한번 머리 속으로 떠올려 본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