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선 하나를 놓고 안양과 의왕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 송파·위례에서 과천을 거쳐 내려오는 위례과천선을 어디까지 연장할지 두 지자체가 경쟁자가 됐다. 안양은 관양동·비산동·박달동을 거쳐 KTX광명역까지 연결하는 안양권 연장안을, 의왕은 기존 노선을 의왕역까지 잇는 연장안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

철도역이 들어서면 출퇴근 동선이 달라지고 상권의 중심도 움직인다. 역세권 개발과 주거 수요, 기업 유치, 도로 교통량까지 도시의 생활권 자체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안양과 의왕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단순한 철도 유치전을 넘어 향후 도시의 성장축을 둘러싼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의왕 연장 확정?

최근 의왕에 힘을 실어준 것은 의왕역 환승센터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 8월 31일 ‘제4차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 구축 기본계획(2026~2030)’을 고시하면서 수도권 신규사업 9곳 가운데 하나로 의왕역 환승센터를 포함했다. 사업 규모는 약 774억원, 사업기간은 2026~2031년으로 제시됐다.

계획상 의왕역 환승센터는 GTX-C 운행과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 조성 등에 따른 교통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의왕 주민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환승센터 계획의 장래 철도 항목에 ‘GTX-C, 위례과천’이 표기됐기 때문이다. 의왕시는 위례과천선 사업 초기부터 과천에서 인덕원역을 거쳐 내손2동역(가칭 내손·포일역), 백운호수, 오매기지구, 의왕시청을 지나 GTX-C 의왕역까지 연결하는 연장안을 추진해왔다.

환승센터 계획에 위례과천선이 명시되면서 그동안 의왕시가 추진해온 연장 구상과 맞물려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환승센터 기본계획은 철도 노선을 확정하는 계획이 아니다. 의왕역 환승센터가 반영됐다고 해서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의왕 연장은 여전히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건의한 노선으로 검토되는 단계다.

그럼에도 의왕시가 환승센터 계획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환승센터와 위례과천선 연장, GTX-C, 대규모 주택개발이 한 지점에서 맞물리기 때문이다.

김성제 의왕시장도 지난 8일 유의동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만나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안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요청했다. 의왕시는 기존 노선을 의왕·군포·안산 신도시와 맞닿은 의왕역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왕 입장에서는 의왕역이 향후 광역철도망과 대규모 개발을 연결하는 거점이 되는 셈이다.


<박달스마트밸리 조감도. 안양도시공사 제공>

안양은 ‘광명역 연결’로 승부수

안양시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출발한 위례과천선을 관양동과 비산동, 박달동 등을 거쳐 KTX광명역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안양시는 2024년부터 이 노선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등에 반영해 달라고 건의해 왔다. 최근에도 국토부와 직접 협의하는 등 국가계획 반영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최대호 안양시장이 국토부 철도 관계자와 만나 위례과천선 안양권 연장을 포함한 주요 철도 사업의 국가계획 반영을 요청했다. 안양시의회 역시 14일 국가계획 반영 촉구 움직임에 나섰다.

위례과천선이 안양을 관통하면 서울 동남권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KTX광명역과의 연결성도 강화될 수 있다. 특히 만안구와 박달동 등 기존 철도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의 교통 여건을 개선하고 박달스마트시티 등 향후 개발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을 안양시는 강조하고 있다.

안양에게 위례과천선은 기존 도심과 광명역, 서울 동남권을 잇는 새로운 도시축을 만들기 위한 교통망인 셈이다.


실거래가 오른 의왕…안양은 비산·박달 중심으로 온도차

안양 연장안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곳은 박달동이다. 관양동은 4호선 인덕원역과 가까워 인덕원 생활권과 이어지는 첫 구간으로 거론된다. 비산동은 안양시청과 평촌 생활권에 가까워 안양 도심을 관통하는 구간으로 의미가 있다.

만안구 박달동에는 박달스마트시티가 예정돼 있다. 군사시설 이전 이후 대규모 주택 공급이 계획된 곳이다. 대규모 주택 공급에는 그만큼의 교통수요가 뒤따른다. 안양시가 위례과천선 연장을 통해 늘어날 교통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안양 입장에서는 박달스마트시티 개발과 위례과천선 연장을 함께 묶어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새 주거지가 들어서기 전에 광역교통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위례과천선 연장 기대감은 의왕의 정차 예정역 주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역 위치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의왕시가 제시한 연장 구상을 기준으로 보면 내손·포일역, 백운밸리역, 오매기역, 고천역, 의왕ICD역, 의왕역 등 주요 생활권을 관통하게 된다.

내손·포일역은 내손2동과 포일동을 잇는 포일교 일대가 거론된다. 실제 역이 이곳에 들어설 경우 인근 동아에코빌과 퍼스비엘 등이 가까운 주거단지로 꼽힌다. 인덕원~동탄선 등 주변 철도망 확충 기대와 맞물려 위례과천선까지 연결될 경우 서울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백운밸리역은 백운호수 생활권의 중심축이다. 숲속의 아침과 해링턴플레이스 등이 가까운 주거단지로 주목받는다. 이미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된 데다 상업시설과 자연환경이 결합된 생활권인 만큼 광역철도망 확충 여부가 향후 주거 수요의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오매기역은 오전1동 마을회관 인근이 거론된다. 이 일대에는 약 3000가구 규모의 오매기지구 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주거단지와 철도역이 함께 들어설 경우 생활권 변화가 예상된다.

고천역은 의왕시청과 고천사거리 일대에 들어서는 구상이다. 이곳은 동탄인덕원선과의 연계가 예상되는 곳으로, 위례과천선까지 연결될 경우 철도 환승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의왕ICD역은 부곡IC 인근이 예상된다. 주변에는 의왕테크노파크 물류센터 등이 있고 남쪽으로 금천마을이 자리 잡고 있어 산업·물류시설과 배후 주거지를 연결하는 역할이 거론된다.

의왕역은 이번 연장안의 핵심 거점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에 더해 GTX-C와의 환승이 예정된 데다 위례과천선까지 연결될 경우 광역교통망을 연결하는 거점으로서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반응도 두 지역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의왕에서는 인덕원~동탄선과 GTX-C 등 기존 교통망 확충 기대에 위례과천선 연장 기대까지 겹치면서 일부 단지의 실거래 가격이 이전보다 2억~3억원가량 높아진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5억~6억원대에서 거래되던 일부 단지가 6억~8억원대 거래를 보이는가 하면, 입지와 상품성이 좋은 단지를 중심으로 10억원을 넘어선 거래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가격 움직임을 위례과천선 연장 기대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존 철도사업과 주택시장 흐름, 단지별 입지와 상품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안양에서도 실거래가가 이전보다 오르는 단지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비산동과 박달동을 중심으로 교통망 확충과 개발사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비산동은 평촌·안양 도심 생활권과 맞닿아 있어 위례과천선 연장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다. 박달동은 박달스마트시티 개발과 위례과천선 연장이라는 두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지역이다.

현지 부동산 시장의 체감 분위기는 의왕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편이다. 안양의 경우 아직 위례과천선의 노선과 정차역이 확정되지 않았고, 지역별로도 기대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상승 흐름은 나타나고 있지만 의왕처럼 광역교통 호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기보다는 비산동·박달동 등 특정 지역과 단지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습에 가깝다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의왕 위과선 연장 노선도. 의왕시 제공>

삶의 질 바꾸는 철도

지자체가 철도 노선을 놓고 사활을 거는 이유는 결국 주민들의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철도 유치 소식이 나올 때마다 아파트 가격이나 상권 변화부터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노선이 국가계획에 반영되는 것과 실제 착공·개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계획 반영 자체를 곧바로 생활권 변화나 집값 상승으로 연결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철도가 도시의 시간을 바꾸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 생활 반경이 넓어진다. 새로운 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될 수 있고, 기업이나 공공시설의 입지도 달라질 수 있다. 장기간에 걸쳐 도시의 중심축 자체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철도는 한 번 결정되면 수십 년 동안 도시의 뼈대가 된다. 안양과 의왕이 앞으로 어떤 도시로 성장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