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된 안경점의 폐업 문자는 한 가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한 경제지에 안경점 기사가 실렸습니다. 28년 동안 운영해온 가게가 단골 고객들에게 영업 종료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는 내용입니다. 10월 16일을 끝으로 문을 닫고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최대 90%까지 할인해 처분하며 재고가 먼저 소진되면 더 일찍 영업을 마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 자리에서 28년을 지킨 가게의 폐업은 개인의 사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 발표되는 통계와 나란히 놓고 보면 골목 상권 전반이 보내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세무 상담을 하다 보면 자영업자들에게서 "다음 달에는 좀 나아지겠지", "이번 고비만 넘기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 말은 하루하루 가게 문을 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숫자를 들여다볼 시기를 자꾸 뒤로 미루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공개된 국세청과 한국부동산원, 한국은행 자료로 자영업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짚어보고 계속 운영할 때와 정리할 때 각각 무엇을 따져봐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성장률은 올랐지만 골목 상권의 매출은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지난 9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문진석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출이 0원인 사업장은 2020년 78만 363개에서 2024년 110만 7,690개로 늘었습니다. "매출 0원 자영업자 42% 증가"라는 제목으로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42%는 4년 동안의 증가율이고 전체 사업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에서 8.8%로 바뀐 정도입니다. 이 숫자를 자영업자 열 명 중 네 명이 매출을 못 올린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저소득 사업장 쪽은 사정이 더 무겁습니다. 같은 자료에서 연소득 1,200만 원 이하 사업장은 2024년 837만 9,407곳으로 전체의 66.8%였고 2020년 64.4%보다 비중이 커졌습니다. 한 달로 나누면 세 곳 중 두 곳이 100만 원에 못 미칩니다. 사업장 단위 통계라 부업이나 소규모 임대처럼 생계의 중심이 아닌 곳도 섞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률이 오르는 동안 그 온기가 골목까지 닿지 않았다는 문 의원의 지적에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가게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사장님 개인의 능력 문제로만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자책보다는 내 가게에서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따져보는 진단이 앞서야 합니다.


상가가 비어가는 속도는 임대인에게도 경고입니다
빈 점포는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황희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일반상가 공실률은 2021년 1분기 11.96%에서 올해 2분기 13.36%로 올랐고 2024년 3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 상승했습니다. 상권의 얼굴이라는 1층 공실률도 같은 기간 4.79%에서 6.68%로 높아졌습니다. 지역 편차도 커서 세종이 22.79%로 가장 높았고 대구 17.84%, 충북 17.43%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 공실률은 점포 개수가 아니라 임대 가능한 면적 가운데 비어 있는 면적의 비율입니다.
상가를 채우던 임차인들의 사정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5년 폐업자는 97만 5,681명이었고 폐업 사유의 50.4%가 사업 부진이었습니다. 특히 5년 이상 영업하다 문을 닫은 사업자가 31만 7,406명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 창업자뿐 아니라 단골을 확보한 장수 가게도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 됐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임차인이 빠져나간 자리는 새 임차인을 구하기까지 몇 달씩 비어 있기 쉽고 그 사이 관리비와 이자는 고스란히 임대인의 몫이 됩니다. 임대료를 지키느라 공실 기간이 길어지는 것과 조건을 조정해 기존 임차인과 함께 가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실제로 덜 손해인지, 상가 소유자라면 지금 한 번쯤 계산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영업 부채의 문제는 규모보다 회복 속도에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9월에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8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 6,000억 원 늘었습니다. 이 금액에는 사업자대출뿐 아니라 자영업자가 가진 주택담보대출 같은 가계대출도 포함돼 있어 전부를 가게 운영 자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연체율은 1.99%로 2012년 이후 장기 평균인 1.60%를 웃돌았습니다.
연체 지속률은 더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직전 분기에 이미 연체 중이던 자영업자 가운데 80.9%가 이번 분기에도 연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비율은 지난해 말 78.4%보다 높아졌습니다. 소득과 신용이 상대적으로 나은 비취약 차주도 74.0%에서 78.0%로 올랐습니다. 한번 연체에 들어서면 형편이 괜찮은 편인 사람도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이 보고서에서 위기 징후를 일찍 포착해 채무조정과 사업 정리, 취업, 재창업 지원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개별 사업자에게 옮겨 보면 돈이 모자랄 때 어디서 더 빌릴지보다 그 돈으로 상황이 나아지는지, 아니면 같은 어려움을 다음 달로 미루는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대출 자체보다 상환 계획 없는 대출이 문제입니다.


가게의 건강은 매출이 아니라 현금흐름으로 진단해야 합니다
세무 상담에서는 매출과 소득을 같은 것으로 보는 착각을 가장 자주 마주칩니다. 가상의 예로, 한 달 매출이 2,000만 원인 식당에서 재료비와 임차료, 인건비, 카드와 배달 수수료로 1,700만 원이 나간다고 해보겠습니다. 여기에 대출 원금 100만 원을 갚고 세금 납부에 대비해 50만 원을 떼어두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150만 원입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면 두 사람의 한 달 노동이 150만 원으로 환산되는 셈입니다. 사장님과 가족의 노동을 사실상 무급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장부상 이익과 통장 잔고가 어긋나는 이유도 세법에 있습니다. 대출 원금 상환은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금을 아무리 갚아도 장부상 이익은 줄지 않습니다. 종합소득세는 그 이익을 기준으로 부과됩니다. 일반과세자의 매출에는 손님에게 받은 부가가치세가 섞여 있어서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뺀 금액은 나중에 납부해야 할 돈입니다. 이 돈을 운영비나 생활비로 써버리면 신고 때마다 대출로 세금을 메우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최근 몇 달의 현금흐름을 따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들어오고 나간 돈, 생활비를 가져간 뒤에도 가게가 유지되는지, 부족분을 예금이나 새 대출로 메우고 있는지를 한 장에 적어보면 막연한 불안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로 바뀝니다. 부가가치세 몫을 매달 별도 계좌로 옮겨두는 습관만으로도 세금 때문에 생기는 자금 압박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버틸지 접을지는 이미 쓴 돈이 아니라 앞으로 쓸 돈으로 판단합니다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면 무엇을 바꿀지가 먼저 정해져야 합니다. 많이 팔리지만 재료 손실이 큰 메뉴, 건수는 늘었지만 수수료와 포장비를 빼면 남는 게 없는 배달 주문, 손님이 드문 시간대의 영업, 다시 협의할 여지가 있는 임차료와 거래 조건이 우선 점검 대상입니다. 다만 큰돈을 들이는 리모델링보다 작은 범위의 변화로 실제 이익이 늘어나는지 먼저 확인하고 다시 점검할 날짜와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미리 정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를 고민하는 분들은 매몰비용이라는 함정에 가장 쉽게 빠집니다. "지금까지 들인 돈이 얼마인데"라는 생각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미 쓴 돈은 앞으로의 결정을 바꾸지 못합니다. 매달 200만 원씩 부족한 상태가 여섯 달 이어지면 1,200만 원이 더 들어갑니다. 그 돈을 넣었을 때 나아질 근거가 있는지, 지금 문을 닫을 때 드는 비용과 이후 생활비는 얼마인지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입니다.
가게를 끝까지 지키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닙니다. 가족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 것도 책임입니다. 폐업한 뒤 반드시 재창업으로 성공을 증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른 일로 생활을 회복하거나 규모를 줄여 일하는 길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폐업에도 세금 일정과 임대차 정산이 따라옵니다
문을 닫기로 결정한 뒤에도 할 일은 남습니다. 사업자등록을 반납해도 그때까지의 매출과 소득은 신고해야 합니다. 폐업한 사업자는 폐업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25일까지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를 마쳐야 합니다. 10월 16일에 문을 닫았다면 기한은 11월 25일입니다. 평소처럼 1월이나 7월 정기신고 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다가 가산세를 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종합소득세는 폐업한 해의 소득을 모아 이듬해 5월에 신고합니다. 설비 처분 손실이나 철거 비용처럼 경비로 반영할 항목이 많으니 관련 증빙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매장에 남은 설비와 재고도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매입할 때 부가가치세를 공제받은 재화를 팔지 않은 채 폐업하면 세법은 이를 사업자가 자기에게 공급한 것으로 봅니다. 이를 '폐업 시 잔존재화'라고 합니다. 감가상각자산은 과세기간마다 25%씩 과세표준이 줄어들기 때문에 1년 전 2,000만 원에 들인 주방 설비라면 과세표준 1,000만 원에 부가가치세 100만 원 정도가 계산됩니다. 설비와 거래처, 직원까지 사업 전체를 넘기는 '사업의 포괄양도'라면 과세되지 않을 수 있지만 요건을 잘못 판단하면 오히려 가산세가 붙습니다.
상가 임대차 정산은 부동산 측면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때까지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보호합니다. 만료 직전에 움직이면 이 기간을 거의 쓰지 못합니다. 계약서의 원상복구 조항이 '입점 당시 상태로 복구'라는 한 줄뿐인지, 범위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지에 따라 보증금에서 빠지는 금액도 크게 달라집니다. 직원 퇴직금과 원천세 신고 노란우산공제 수령도 폐업 시점에 맞춰 함께 챙겨야 합니다. 노란우산공제금은 법으로 압류가 금지되어 있어 폐업 이후 생활 자금으로 쓸 수 있습니다.
창업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퇴직금 창업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새로 문을 여는 가게도 줄고 있습니다. 2025년 신규 사업자는 116만 8,273명으로 5년 연속 감소했고 신규 사업자 100명당 폐업자는 83.5명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음식업 가동사업자는 79만 8,969명으로 80만 명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이 숫자에 겁먹기보다 준비 자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에 대한 불안과 그 사업이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지는 분리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같은 업종에서 먼저 일해보고 원하는 소득을 내려면 하루 몇 명의 손님이 필요한지 계산해보시기 바랍니다. 한 그릇에 2,000원이 남는 메뉴로 월 300만 원을 벌려면 한 달 25일 영업 기준으로 하루 60그릇을 팔아야 합니다. 그 손님들이 왜 다른 가게가 아닌 내 가게를 찾을지에 대한 답이 없다면 투자를 미루는 것도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투자금과 생활비를 처음부터 나누고 매출이 예상보다 적을 때 버틸 돈과 철수 비용까지 미리 계산해두어야 한 번의 도전이 전 재산을 건 승부로 번지지 않습니다.
정리와 재기를 돕는 제도는 순서를 지켜야 쓸 수 있습니다
폐업을 검토한다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폐업지원부터 확인해볼 만합니다. 2026년 공고에는 사업정리 컨설팅, 점포철거비, 법률자문, 채무조정 지원이 담겨 있고 점포철거비는 안내 자료 기준으로 최대 600만 원 한도에서 실비를 지원합니다. 철거 전에 신청해야 하고 예산이 소진되면 마감됩니다. 그러니 철거 업체를 부르기 전에 소상공인 통합콜센터(1533-0100)에서 요건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대출 상환이 버겁다면 한국자산관리공사 새출발기금 같은 채무조정 제도의 대상인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원 여부와 조정 내용은 사업 기간, 대출 종류, 연체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도를 이용하려고 일부러 연체를 만드는 것은 신용 회복을 더디게 할 뿐입니다. 상담 전에는 임대차계약서와 최근 세금 신고서, 매출과 매입 자료, 대출 내역, 거래처와 직원에게 지급할 금액을 한곳에 모아두면 훨씬 구체적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숫자에는 냉정하되 사람에게까지 냉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통계는 자영업 시장이 쉽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숫자 안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까지 실패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는 없습니다. 장사가 어려워졌다는 사실과 사장님의 인생이 실패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계속 운영하는 분은 성실함이 실제 소득으로 이어질 방법을, 정리를 고민하는 분은 손실을 줄이는 순서를, 창업을 준비하는 분은 큰돈을 넣기 전의 작은 확인을 찾으셨으면 합니다.
가족의 역할도 작지 않습니다. "이번 달엔 얼마 벌었어?"라는 질문보다 "요즘 가장 힘든 게 뭐야?", "우리 같이 확인해보자"라는 말을 먼저 건넨다면 혼자 감당하던 숫자가 함께 판단할 문제로 바뀝니다. 가게를 지키려고 삶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잘 꾸리려고 가게를 시작했다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가족 구성과 채무, 임대차 조건에 따라 가장 덜 손해 보는 길은 달라집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세금과 임대차, 남은 채무까지 전체 부담을 한 번 계산해보시고 어떤 선택이든 혼자서만 짊어지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