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매장. 아성다이소 사진 제공>

오프라인 상권이 침체한 가운데 초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서울 강남 핵심 상권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때 상권 경쟁력을 가늠하는 상징으로 통했던 스타벅스에 이어 다이소가 주요 입지를 잇달아 확보하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상권의 공식도 달라졌다. 고가 패션과 외식 브랜드가 주도하던 지역에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을 앞세운 유통 매장이 들어서며 상권의 고객층과 소비 방식이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아성다이소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724㎡ 규모의 신사가로수길점을 열었다. 이어 도산대로에는 1194㎡ 규모의 청담도산공원점을 선보였다. 두 매장 모두 건물을 임차해 운영한다. 가로수길은 한때 패션·뷰티 브랜드와 유동인구가 몰리던 대표 상권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공실 문제가 불거지며 침체한 상권의 사례로 거론돼 왔다. 청담동 역시 명품과 고급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다이소가 이들 지역에 대형 매장을 잇달아 낸 것은 상권의 소비 수요와 임차인 구성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강남권 출점 속도도 가파르다. 다이소 최근 통계를 보면 강남 3구의 다이소 매장은 총 49개로, 강남구 19개·송파구 19개·서초구 11개다. 지난해 9월 21개였던 매장 수와 비교하면 약 1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높은 임대료와 공실 부담이 공존하는 지역에서도 다이소가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다이소 강남권 공략은 배후수요와 연관성이 있다. 강남권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고,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생활편의시설과 상업시설도 발달했다. 다이소는 관광객이 찾는 번화가뿐 아니라 생활용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지역 주민의 소비 수요까지 공략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도곡·매봉역 일대다. 다이소 매봉역점과 도곡점이 자리한 생활권 주변에는 도곡렉슬, 타워팰리스, 래미안그레이튼, 도곡삼성래미안 등 아파트 단지가 분포한다. 이들 단지는 대규모 주거 수요가 형성된 지역을 보여주는 사례다. 주민 입장에서는 주방·수납용품이나 청소용품, 문구류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가까운 상권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편의 요소가 된다. 스타벅스 매봉역점 등 커피 매장도 주변 생활권에서 약속과 휴식, 업무를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대치·한티역 일대 역시 주거와 상업 수요가 만나는 지역이다. 다이소 한티역점과 대치역사거리점 주변 생활권에는 도곡렉슬을 비롯해 래미안대치팰리스, 은마아파트, 대치아이파크, 선경아파트 등이 있다. 이 지역은 아파트 거주자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학원 종사자 등 다양한 생활인구가 상권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다이소의 저렴한 가격과 폭넓은 상품 구색은 생활용품을 구매하려는 수요와 접점이 있고, 스타벅스는 커피를 마시거나 대화·업무를 위해 머무는 수요를 흡수한다. 같은 생활권에서도 두 브랜드가 서로 다른 소비 목적을 충족하는 셈이다.

개포·일원동 일대에서는 대단지 아파트를 배후에 둔 생활형 상권이 발달했다. 다이소 개포동점과 일원역점이 자리한 지역 주변에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래미안블레스티지 등 개포동 아파트와 일원동의 목련타운, 푸른마을아파트 등이 있다. 이처럼 주거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대형 쇼핑보다 일상에 필요한 상품을 가까운 곳에서 구매하려는 수요가 상권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청담·압구정권에서는 다이소의 출점 전략이 관광·상업 수요와 맞물린다. 청담도산공원점과 압구정역점 등이 있는 생활권 주변에는 청담자이, 청담대림이-편한세상 등 청담동 아파트와 압구정동의 현대·한양아파트 단지들이 자리한다. 이 일대는 고급 주거지인 동시에 패션·뷰티 매장과 외식시설, 관광객 방문 수요가 겹치는 곳이다. 다이소는 저렴한 생활용품을 찾는 주민뿐 아니라 K-뷰티와 식품 등 한국 상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스타벅스 청담스타R점과 압구정 일대 매장도 브랜드 경험과 공간을 중시하는 고객 수요를 겨냥한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는 다이소 성장 전략에서 중요한 요소다. 다이소는 올해 1~7월 전체 매장의 해외카드 결제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외카드 결제금액 증가율도 2023년 130%, 2024년 50%, 2025년 60%를 기록했다. K-푸드와 K-뷰티 상품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품목으로 주목받으면서 강남 주요 상권이 새로운 출점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국인 생활 수요와 외국인 관광 수요를 함께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 다이소의 입지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실적도 성장세를 잇는다. 다이소 지난해 매출은 4조5363억원으로 전년보다 14.3% 늘었고, 영업이익은 4424억원으로 19.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9.8%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유통업체지만 상품 구색과 매장 운영 규모를 바탕으로 상당한 수익성을 확보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다이소가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상권의 ‘대장’은 스타벅스에서 다이소로 바뀌고 있는 것일까. 스타벅스는 오랫동안 상권의 집객력과 소비력을 가늠하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매장 입점은 일정 수준의 유동인구와 구매력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커피를 매개로 한 체류 공간은 주변 상권에 고객을 머물게 하는 역할을 했다. 반면 다이소는 저렴한 가격과 폭넓은 상품 구색을 바탕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 목적형 소비를 끌어들인다.

스타벅스가 머무는 소비를 대표한다면 다이소는 필요한 것을 합리적으로 사는 소비를 상징한다. 두 브랜드의 역할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소비자가 실제로 방문할 이유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고가 브랜드와 외식업체가 얼마나 입점했는지가 상권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이제는 생활밀착형 수요와 관광객의 쇼핑 동선, 가격 경쟁력도 입지를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다이소 활약은 상권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준이 넓어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이소는 가격 경쟁력과 생활 편의, 관광객 쇼핑 수요를 흡수하는 새로운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남의 아파트 배후수요와 번화가의 관광 수요를 동시에 겨냥하는 다이소 확장은 오프라인 상권이 고가 소비 중심에서 다양한 가격대와 방문 목적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더욱 다이소 유치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다세권' 돌풍 심상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