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세훈'식 공급의 역설: 사라지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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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안정이 아니라 폭등의 서막? '정원-오세훈'식 공급의 역설
요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정원-오세훈'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서울시장 후보인 정원오와 현직 오세훈 시장의 이름을 합쳐 만든 신조어인데, 두 사람의 공약이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냉소가 담겨 있다. 둘 다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한다. 들으면 솔깃하다. '공급을 늘린다'는 말은 언제나 희망처럼 들리니까. 그런데 잠깐, 재건축이 정말 집을 '늘리는' 일일까.
재건축은 새 집을 짓기 전에 반드시 헌 집을 먼저 부순다. 그 사이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론가 나가야 한다. 이것을 '멸실'이라고 부르는데, 공급 확대를 외치는 두 후보 모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오세훈 시장의 신통기획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2031년까지 서울에서 순감소하는 주택이 무려 12만 6천 호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짓는 것보다 없어지는 것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정원오 후보는 어떨까. 그는 2031년까지 36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중 30만 호가 정비사업이다. 오세훈 안보다 멸실 규모가 오히려 더 크다. "없어지는 12만 6천 호가 있는데 서울 시민 갈 곳 있냐"는 전문가들의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타이밍이다. 2023~2024년에 인허가와 착공이 크게 줄었던 여파가 약 4년 후에 입주 물량 급감으로 나타나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인 흐름이다. 그 시기가 바로 2027~2028년이다. 2025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7천 세대, 2027~2028년에는 1만 세대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구간을 '입주 크레바스'라고 부른다. 빙하에 생긴 깊은 균열처럼, 한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물량이 시장에 풀리는 건 아무리 빨라도 2030년 이후다. 그 사이 3년을 버텨낼 그릇이 없다.

그 그릇 역할을 해주던 것이 빌라, 다세대 같은 비아파트였다. 공사 기간이 1~2년으로 짧아서 시장이 급할 때 빠르게 공급을 채워줄 수 있는 완충재였다. 그런데 전세 사기 여파로 이 시장이 완전히 무너졌다. 수도권 비아파트 착공이 연간 5만 호에서 최근 1만 호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재건축으로 쫓겨난 임차인들이 갈 곳을 찾을 때, 그 수요를 받아줄 저렴한 대안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없으니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그나마 한 가지 아이러니한 희망이 있다면, 건설 현장 자체의 물리적 한계다. 행정이 아무리 속도를 내도 현장 인력과 공정에는 한계가 있다. 수주 병목이 생기고, 조합원들 사이에 소송과 갈등이 터지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빈번하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멸실을 막아주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다. 행정의 의지가 현장의 현실에 부딪히는 것이 오히려 시장의 충격을 늦춰주고 있다는, 쓴웃음이 나오는 현실이다.
2027년부터 2029년, 서울의 임대차 시장은 꽤 험난한 시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멸실은 빠르게 진행되고, 완충재는 사라졌고, 새 공급은 아직 멀었다. 이 조건들이 겹치면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투자 수요가 아니라 생존 수요가 된다. 전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매수에 나서는 장세, 매매가와 임대료가 함께 오르는 흐름이다. 화려한 재개발의 풍경 뒤에서 정작 평범한 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조용히 치워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진 출처 : imgur.inc, 노트북LM생성 이미지
댓글 2
도로롱 · 2026년 5월 29일
선거 기간 다가오니 이런 부동산 관련 뉴스를 많이 파악해둬야하는 것 같아요 ㅠㅠ 신경써야겠네요...
팽오리 · 2026년 6월 4일
2027년의 서울 부동산시장이 궁금해지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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