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의 '감사목록'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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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에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아침 일과가 거센 비난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기사는 플로리다에 위치 한 3,000억 원이 넘는 대저택에서 기상 후 휴대폰을 멀리하고 10가지 '감사 리스트'를 적은 후 커피한잔을 마시며 부부가 일출을 함께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듣는 부자들의 아침 루틴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이 기사에 왜 사람들은 그렇게 분개했을까. 수천억 원의 저택에서 누리는 ‘휴대폰 없는 티타임’은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출근 전쟁과 육아에 시달리는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특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엄격한 업무 할당량 덕에 화장실 갈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물류센터에서 노동하는 아마존 직원들의 현실과 대비될 때, 그들의 감사는 위선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한 개인의 삶의 방식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지만 이 억만장자의 여유로운 아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기업의 성공은 창업자의 능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노동자의 시간과 노력, 소비자들의 선택, 그리고 도로·물류·법·금융 시스템과 같은 사회 인프라가 함께 작동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거대한 부 역시 이 구조 위에서 형성된다. 그렇다면 그 부에 대한 책임 역시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이 지점에서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논의되는 이른바 ‘억만장자세’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사회적 기반 위에서 축적된 막대한 부에 대해, 일정 수준의 추가적인 기여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다. 부자들에게 딱 한 번, 재산의 5%를 세금으로 내게 하자는 이 '억만장자세’ 논의는 정치인들이 만든 게 아니라,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 노조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어 시작되었다. 트럼프 정부의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으로 인해 캘리포니아 의료 체계가 위기에 처하자, 부족한 재원(약 1,000억 달러 추산)을 확보하기 위한 긴급 대책으로 제안된 것이다.

부자증세에 대해 그들은 세금 납부를 위해 자산의 대부분을 이루는 주식을 내다 팔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주식 시장 붕괴로 이어진다는 공포 마케팅으로 대응한다. 미국 중산층의 가장 취약한 지점인 '401K'라는 은퇴 자산을 뒤흔드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그 누구보다 주식 시장의 안정을 바라는 이들은 바로 그 자산을 소유한 억만장자들 자신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무책임하게 주식을 시장에 던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평소처럼 주식 담보 대출 등의 정교한 금융 도구를 활용해 자신들의 제국을 건사하며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결국 이 논란의 본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축적한 부를 사회적 프레임으로 다루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한국의 부동산 세금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이번 한국의 부동산 세제 개편은 집 한 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다. 여러 채의 집을 독점하거나 엄청나게 비싼 집을 가진 소수의 기득권이 그동안 누려온 과도한 혜택을 이제는 바로잡겠다는 의도다. 그렇기에 일부 언론과 자산가들이 "세금 폭탄으로 중산층 1주택자가 몰락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전략으로 읽힌다. 이는 특권 계층의 자산 방어 논리를 대중의 생존 문제로 포장하여, 정작 정책 변화로 혜택을 받게될 다수가 제도의 변화를 반대하게 만드는 고도의 마케팅 기법이다. 미국 억만장자들이 중산층의 은퇴 자금인 '401K'를 볼모로 삼 듯, 한국의 기득권층은 '평생 집 한 채 가진 은퇴자'를 방패막이로 세운다. 하지만 도로가 뚫리고 학군이 좋아지며 오른 집 값은 개인의 성취인가, 아니면 사회적 자본의 투입 결과인가? 부동산 보유세는 결코 징벌적 과세가 아니다. 공공 인프라를 통해 얻은 불로소득의 일부를 다시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환원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의 실현일 뿐이다.

자산가들이 조장하는 위기설은 사실 자신들이 누려온 보이지 않는 특권이 사라질까 봐 내는 비명에 가깝다. 그들은 대중을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면 이미 반은 성공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제 정책으로 인해 내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숫자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보는 일이다. 누가 얼마나 부담하고 있는지, 그 부담이 공정한지, 그리고 그 재원이 어디에 쓰이는지가 핵심이다.
세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누군가의 안정된 일상, 누군가의 교육 기회, 누군가의 의료 접근성은 결국 이 시스템 위에서 결정된다.
억만장자의 여유로운 아침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 여유가 사회 전체의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 역시 함께 논의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진정한 ‘감사’는 개인의 기록으로 끝나기보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기여로 이어질 때 더 설득력을 가진다.
사진 출처 : istock, getty image
댓글 2
팽오리 · 2026년 6월 9일
억만장자가 그만한 책임을 지고있는지는 의문이네요ㅠ
하놩 · 2026년 6월 10일
눈떴을 때 휴대폰부터 확인하는 저로써 반성해야하는 이야기도 있네요..ㅎㅎ 억만장자가 괜히 되는게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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