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우루스

이게 사기 계약이라고?

양콩읽는 데 약 3

사기계약의 함정

Aug 18. 2025brunch_membership's

"중개사님! 이건 사기 계약이에요. 계약금 두 배로 배상하세요!"

전화기 너머로 터져 나온 그 한마디는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았다.

계약 체결 사흘 만의 일이었다.

세입자가 만기를 맞아 이사를 나가겠다 했지만, 장마철이라 그런지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좀처럼 없었다.

답답해진 집주인은 OO마켓에 직접 광고를 올렸고, 그 경로로 새로운 임차인 C 씨가 나타났다.

집주인은 직거래로 연락이 오긴 했지만 계약은 반드시 중개사를 통해 하고 싶다며 나에게 현장 안내를 부탁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집안 행사가 있어 나가지 못했고, 집주인이 먼저 집을 보여주었다.

나는 늘 그렇듯 직거래 플랫폼으로 연결된 경우라도 중개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때만 계약을 진행한다. 확인설명과 임장 확인은 필수이며, 계약서만 대신 써 달라는 요청은 단호히 거절한다.

몇 년 전 그런 거래로 사기 사건에 연루돼 고통받은 동료들을 본 뒤로 철저히 지켜온 원칙이었다.

이틀 뒤 집주인의 연결로 C 씨가 사무소에 방문했다.

그는 곧장 계약부터 하자고 했다. 이미 집을 보았으니 다시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함께 둘러보며 확인하자고 안내했다.

그는 전세대출이 가능하냐고 물었고, 나는 절차와 한도를 설명해주면서 은행에 직접 확인해 보라며 하루 정도 집을 홀딩해 주었다. 다음 날에도 그는 아침 일찍부터 계약을 서둘렀다. 대출은 문제 없다는 말에 계약서는 순조롭게 작성되었다.

그런데 사흘 뒤 상황은 돌변했다.

"집주인이 29평이라고 해서 계약했는데 계약서 보니 22평밖에 안 돼요. 사기계약 아닌가요?"

C 씨는 집주인이 29평이라고 해서 계약했는데, 계약서에 보니 실제 전용면적은 22평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OO마켓 광고에도 29평이라고 적혀 있었고, 처음 집 볼볼때도 집주인이 거의30평대라 넓다"라고 말했다며 자신은 그 말을 철통같이 믿고 계약했다고 했다.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기 친 거니, 계약금을 두 배로 돌려 달라!" 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나.

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집주인이 처음 집을 볼 때 뭐라고 했건,

나는 현장 안내 할 때와 최종 계약서 작성할 때 공급면적과 전용면적의 차이를 설명했다.

29평은 공급면적 기준이고, 계약서는 전용면적 기준으로 작성한다.

계약서 작성 후 브리핑 시에도 그 차이를 충분히 설명했는데,

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사무실 CCTV로 확인해 주겠다.

그러자 그는 "중개사님은 빠지시라! 이건 집주인과 내 문제다"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돌아갔다.

하지만 계약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중개사가 모른 척 빠질 수는 없었다.

중개대상물 표시·광고법은 중개사에게 적용되는 것이고, 집주인이 고의가 아닌 통상적 개념으로 플랫폼에 올린 광고 내용이 계약 해제 사유가 될 수는 없었다. 설령 광고 문구가 법에 저촉된다 해도 그것은 별개로 다룰 사안일 뿐, 계약의 유효성 여부와는 무관하다.

무엇보다 부동산 계약은 거래 당사자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집주인이 평형을 잘못 말했다 하더라도 임차인 역시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의무가 있다. 계약 당시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배액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인정되지 않는다.

C 씨는 집주인에게 수차례 협박성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압박했다.

깜짝 놀라 걱정하는 집주인에게 중개실무와 법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했더니, 집주인은 안심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변호사와도 상담했는데 100% 손해배상받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C 씨는, 잔금 일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내용증명을 통해 이행촉구를 한 후 계약금을 몰수하고 C 씨와의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C 씨는 정말 평형 개념을 몰라 착각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전세대출이 막히자 억지를 부린 것일까?

혹은 원래부터 직거래플랫폼의 맹점을 이용하여 금전을 갈취할 의도로 접근한 사람이었을까?

전용면적과 공급면적은 분명히 다르다.

전용면적은 오롯이 내가 쓰는 실내 공간이고, 공급면적은 거기에 공용면적 지분까지 더한 값이다.

과거 분양 광고에는 주로 공급면적이 쓰였지만 2007년 이후 공식 표기는 제곱미터(㎡)로 통일되었다.

현재는 중개사가 주관하는 거래 계약서 및 광고에는 모두 전용면적이 기준이 된다.

부동산에서 숫자 하나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작은 오해 하나가 거래를 흔들고 분쟁을 불러올 수 있다. 이해하려 하면 모든 게 그럴듯해 보이지만, 문제 삼으려 들면 온전한 것이 없는 게 세상 이치다. 그래서 부동산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숫자 하나에도 숨어 있는 오해를 차단하고, 끝까지 거래의 안전을 지켜내는 일이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