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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집을 사는 시대

엘레이맘읽는 데 약 3

비트코인으로 집을 사는 시대가 온다?

한때 비트코인은 인터넷에서나 오가는 가상의 숫자였다. 실체도 없고, 발행 주체도 모호하고, 보증하는 국가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떠올린 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이었다. 꽃 한 송이로 집 한 채 값을 치렀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락해버린 그 광기. "비트코인도 결국 저 꼴 나겠지"라는 게 당시의 지배적인 시선이었다.

실제로 거품은 여러 번 터졌다. 수십 퍼센트씩, 어떤 때는 80~90%씩 빠졌다. 그때마다 "거봐, 역시나"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반복됐다. 한 번 터질 때마다, 다음번엔 더 높은 곳에서 시작했다. 저점이 조금씩 올라갔다.

가치가 없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자, 해석이 바뀌기 시작했다. "금을 대체할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프레임이 등장했고, 언젠가 비트코인 한 개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는 말도 나왔다. 반은 농담처럼, 반은 진심으로.

비트코인이 계약서에 올라오다

2026년 3월, 미국 디지털 모기지 업체 Better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손을 잡고 주목할 만한 상품을 출시했다. 비트코인(BTC) 또는 스테이블코인 (USDC)을 담보로 맡기면, 그것을 기반으로 한 별도 대출이 실행되고 그 돈으로 주택 계약금을 납부하는 구조다. 주택 담보 대출 자체는 미국 최대 모기지 보증기관인 패니메이(Fannie Mae)가 보증하는 일반 주택 담보대출로 발행된다.

구조를 조금 더 살펴보면 이렇다. 대출은 두 개가 동시에 실행된다. 첫 번째는 주택 자체를 담보로 하는 일반 모기지, 두 번째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계약금 자금을 조달하는 대출이다. 두 대출 모두 Better가 보유하며, 차용인은 하나의 월 납부금만 내면 된다.

핵심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비트코인이나 USDC를 팔지 않아도 된다.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니 양도소득세를 유발하는 과세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에선 암호화폐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보유만 한다면 세금이 없지만 매도하여 차익을 내는 순간 주식과 똑같이 과세한다) 둘째, 마진콜이 없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져도 대출 조건은 변하지 않고 추가 담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담보 청산이 발동되는 건 오직 60일 이상 월 납부를 연체했을 때뿐으로, 이는 기존 일반 주택담보 모기지와 동일한 기준이다.

이 상품이 특히 의미 있는 건 패니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점이다. 패니메이는 미국 모기지 시장에서 가장 큰 자금 공급원 중 하나로, 연방 정부의 관리 아래에 있는 기관이다. 패니메이가 이 대출을 매입한다는 것은 암호화폐 담보 모기지가 주류 금융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왜 지금인가

타이밍이 우연은 아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지금 젊은 세대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고금리, 역대급 집값, 매물 부족이 겹치면서 2025년 미국 최초 주택 구매자의 중위 연령은 사상 최고인 40세에 달했다. 

반면 암호화폐는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보유한 자산이다. 코인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45%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그 윗 세대는 18%에 그친다. 집을 살 현금은 부족하지만 비트코인은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025년 Redfin 조사에서 밀레니얼과 Z세대 주택 구매자의 10% 이상이 암호화폐를 팔아 계약금을 마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고 싶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어서 판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상품은 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아직 입구에 서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균형 있게 볼 필요가 있다. 이 상품의 금리는 일반 30년 모기지보다 0.5~1.5%포인트 높다. 담보로 맡긴 암호화폐는 대출이 완전히 상환될 때까지 거래가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을 묶어두고 이자를 더 내는 구조이니, "비트코인으로 집을 산다"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미국 내 주(州)마다 다른 규제 환경이 실제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 패니메이가 이 구조를 암호화폐 담보 모기지로 공식 인정했다기보다는 기존 가이드라인 안에 맞춘 구조라는 해석도 있다.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확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

한국은 지금 어디에 있나

미국에서 이런 상품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도적 기반이 있다.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법적 틀, 패니메이 같은 공적 보증 기관의 유연한 대응, 그리고 민간 금융사들이 이를 실험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암호화폐 과세 논의도 수년째 미뤄지고 있고, 가상자산을 담보로 인정하는 제도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내 암호화폐 보유자 수는 적지 않고,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일종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흐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자산을 실물 경제와 연결하는 제도적 통로는 거의 없는 상태다.

물론 암호화폐 담보 모기지를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산 가격의 변동성, 담보 평가 기준, 소비자 보호 장치 등 선결 과제가 적지 않다. 다만 미국이 이미 공적 보증 기관을 끌어들여 제도권 실험을 시작한 지금, 한국도 암호화폐를 금융 자산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사진 출처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댓글 3

  • 빅토리아 · 2026년 6월 3일

    우왕 비트코안으로 집을 사는 시대라니 ㅎㅎ 저는 비트코인은 잘 안해봐서 모르겟지만 재밋네요

  • 하놩 · 2026년 6월 14일

    비트코인 관심없었는데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요즘 시대가 정말 많이 변화된 것 같아요

  • 로렐라이 · 2026년 6월 27일

    비트코인으로 집도 거래가 되는군요.. 요즘 비트코인은 어떤지.. 많이 떨어졌던데 역시 다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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