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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자들은 집 세금을 얼마나 낼까?

엘레이맘읽는 데 약 4

한강변 한남동 고가주택단지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의 대가 — 세계 각국의 보유세가 말해주는 것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은 보유세를 얼마나 매기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논의가 다시 불붙은 것이다. 보유세는 사실 그 사회가 '땅과 집의 소유'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거울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 부동산 철학을 바탕으로 보유세를 매기고 있을까.

한국: 낮지만, 흔들리고 있다

현재 한국의 초고가 주택 실효 보유세율은 시장가 대비 약 0.15% 수준이다. 이것이 낮다는 것은 대통령 본인도 인정했다. 그러나 단순히 낮다고 방심할 상황은 아니다. 강남, 한남, 용산 등 초고가 단지에서는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40~57% 급등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시가격 300억 원대 주택에는 종부세 누진세율이 적용되어 매년 수억 원의 세금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의 세제 철학은 전통적으로 "집을 사기는 어렵게, 가지고 있기는 쉽게"였다. 취득 단계의 세금(취득세, 등록세)을 무겁게 하고, 보유 단계는 가볍게 두는 구조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논의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균형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모나코: 세금이 없다는 것의 의미

전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비싼 부동산이 모여 있는 곳, 모나코. 놀랍게도 이곳에는 연간 보유세가 완전히 없다. 소득세도, 재산세도, 거주세도 없다. 모나코는 주거용 부동산에 연간 재산세, 지방세, 시세 등 그 어떤 명목의 세금도 부과하지 않는다. 매입하고, 소유하면 그뿐이다. 정부로부터 매년 청구서가 날아오는 일이 없다.

이 원칙은 역사가 매우 깊다. 소득세가 없다는 원칙은 1869년 모나코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 오랜 세월 동안 확립되어 온 것이다. 다만 살 때 내는 취득세(등록세)는 있다. 개인이 중고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4.75%의 취득 등록세가 부과되며, 외국 법인을 통해 매입하는 경우에는 7.5%에서 10%까지 높아진다.

모나코의 철학은 명확하다. 세금이 아닌 희소성으로 부동산 가치를 유지한다. 국토 면적 2제곱킬로미터, 증축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형, 전 세계 최상위 부유층의 수요. 모나코 부동산은 지난 10년간 44% 상승하며 대부분의 글로벌 금융자산을 능가하는 수익을 기록했다. 보유세가 없으니 순수익이 곧 총수익이다. 이것이 세계 부자들이 모나코에 주소를 두는 이유다.

뉴욕 맨해튼의 고가주택들

뉴욕: 높은 세금이 오히려 안정을 만든다

맨해튼의 실효 보유세율은 0.8~1.5%, 평균 약 1%다. 한국의 5~10배다. 초고가 콘도 하나를 보유하면 매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세금으로 나간다. 서울 기준으로 보면 부담스러운 수치지만, 뉴욕 투자자들은 이것을 불만으로 여기기보다 비용으로 내재화한다.

왜냐하면 높은 보유세는 투기를 억제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사 놓고 버티면 오른다"는 전략이 뉴욕에서는 쉽지 않다. 세금이 계속 나가기 때문이다. 뉴욕의 철학은 이렇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공공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도쿄: 숫자의 함정, 실제는 낮다

도쿄는 고정자산세 1.4%에 도시계획세 0.3%를 더해 명목세율이 '1.7%'에 달한다. 서울보다 훨씬 높아 보이지만, 세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평가액이 실제 시장가의 60~70% 수준에 불과해 실효세율은 0.2~1% 안팎으로 내려온다. 외국인에 대한 추가 부담도 없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도쿄의 세제는 '보편성'을 중시한다. 초고가 주택이든 일반 주택이든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국적에 따른 차별도 없다. 조용하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도쿄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뒷받침한다.

런던의 고가주택

런던: 전통적 관대함의 종말이 시작되다

영국은 오랫동안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너그러운 나라였다. 연간 카운슬 택스(Council Tax)가 부동산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 반성의 결과가 '2028년 도입 예정인 고가 주택 추가세(High Value Council Tax Surcharge)'다. 200만 파운드(약 35억 원) 이상 주택에 연간 최대 7,500파운드(약 1,300만 원)의 추가 세금이 부과된다.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 조치가 의미하는 바는 상당하다. 영국이 "부동산 부자에게도 더 많이 걷겠다"는 방향으로 명확히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홍콩 vs 싱가포르: '보유'와 '진입'을 바꾼 두 도시

홍콩은 보유세가 거의 없다. 임대 소득에만 세금(15%)이 붙고, 집을 그냥 가지고 있는 것 자체에 대한 연간 부담은 극히 낮다. 대신 고가 주택을 살 때 내는 취득세가 6.5%까지 올라간다. "들어오는 건 어렵게, 버티는 건 쉽게"라는 구조다.

싱가포르는 더욱 정교하다. 핵심은 국민과 외국인을 철저히 다르게 대우한다는 것이다. 자국민은 첫 번째 집을 살 때 취득세(ABSD)가 0%로 완전 면제다. 두 번째 집부터 20%, 세 번째부터 30%가 부과된다. 반면 외국인은 첫 집이든 열 번째 집이든 무조건 60%다.

즉 싱가포르의 철학은 이렇게 요약된다. "내 국민에게는 내 집 마련을 돕겠다. 하지만 다주택 투자는 자국민에게도 용납하지 않겠다. 그리고 외국 자본의 투기는 원천 차단하겠다."

스웨덴 고가 주택

스웨덴: 아무리 비싼 집도 세금 상한선이 있다

스웨덴은 가장 독특한 사례다. 세율은 시가의 약 75% 수준인 평가가치의 0.75%이지만, 결정적인 특징이 하나 있다.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연간 최대 세금이 1만 74크로나(약 90만 원)로 고정 상한선이 있어,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이 금액을 넘지 않는다. 스톡홀름 도심의 수십억짜리 빌라도, 교외의 작은 별장도, 이 상한선을 넘으면 같은 금액을 낸다. 스웨덴은 2008년 개혁을 통해 고액 누진세 방식의 재산세를 폐지하고 예측 가능한 정액 상한 방식으로 전환했다. 철학이 분명하다. 집은 투기 수단이 아닌 생활 공간이라는 것이다. 상한선을 두어 고가 주택 보유자를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는 대신, 양도세(22%)와 다른 세목으로 균형을 맞춘다.

결국 세금은 그 나라의 철학이다

이 모든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세율 이면에 각 사회의 철학이 보인다.

모나코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세금이 아닌 희소성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세계 최상위 부유층에게 가장 매력적인 안식처가 되는 것이다. 뉴욕은 부동산 소유를 도시 인프라 이용의 대가로 본다. 누리는 만큼 공정하게 부담하라는 것이다. 스웨덴의 철학은 집을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데 있다. 상한선을 두어 과도하게 걷지 않되, 모두에게 동등한 기준을 적용한다. 싱가포르는 자국민의 첫 집을 보호하는 동시에, 다주택 투자와 외국 자본의 투기적 유입은 강력히 차단하는 이중 전략을 취한다. 독일은 보유세의 권한 자체를 지자체에 넘겨, 각 지역이 자신의 필요에 맞게 결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한국은 지금 어떤 철학을 가질 것인지, 아직 결정하는 중이다.

낮은 보유세를 유지하며 취득세와 양도세로 시장을 조절할 것인가, 아니면 유럽 주요 국가들처럼 보유 단계에서도 더 공평하게 걷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히 세율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집'을 어떤 것으로 볼 것인가 — 자산인가, 생활인가, 아니면 그 둘의 균형인가 — 를 결정하는 문제다.

사진 출처 : sotheby's international real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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