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택지원금 드림포올, 진정한 드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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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에게 '내 집'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느끼는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한국에서의 내 집 마련이 '자산가'로 가는 첫 단추이자 성공의 징표라면, 이곳 낯선 땅에서의 내 집은 비바람을 피할 지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곧 '정착'이며, 언제든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종식시키는 '뿌리 내림'이다. 매달 공중으로 흩어지는 비싼 월세 대신, 나의 노동이 벽돌 한 장, 기둥 하나에 쌓여 '에쿼티(Equity)'라는 이름의 안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민자가 품는 가장 간절한 '아메리칸 드림'일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재개된 'Dream For All(DFA)' 정책은 이름 그대로 꿈만 같았다. 집값의 20%, 최대 15만 달러를 무이자로, 심지어 당장 갚을 필요도 없이 빌려준다는 조건은 파격 그 자체다. 15만 달러라니. 이민 보따리를 싸 들고 온 우리에게 그 금액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족히 10년은 따라다녔을 저축의 세월을 단숨에 보상받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순간, 이 지원금이 정말 내가 잡아야 하는 꿈의 지원금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DFA가 지원하는 15만 달러를 20%의 다운페이먼트(초기 목돈)로 가정하면, 우리가 타겟으로 삼을 수 있는 집값은 약 80만 달러다. 캘리포니아에서 학군과 치안이 어느 정도 보장된 곳을 찾는다면, 이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선택지는 단연 '타운하우스'나 '콘도'뿐이다. 여기서부터 '안정'이라는 꿈은 '비용'이라는 현실과 충돌한다.

타운하우스에는 HOA(관리비)라는 복병이 숨어 있다. 매달 500~600달러에 달하는 이 비용은 모기지와는 별개로 영원히 사라지는 돈이다. 80만 달러 주택에서 65만 달러를 대출받고 재산세와 보험료까지 합치면 매달 약 4,700달러가 나간다. 여기에 HOA까지 더하면 한 달 주거비만 5,200달러가 훌쩍 넘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가치다. 건물이 서로 붙어 있는 구조상 내 마음대로 개보수(Flip)하여 가치를 올릴 수도 없고, 땅에 대한 지분도 희박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후화되는 건물의 감가상각을 견디며 매달 거액을 지불하는 집. 이것이 과연 우리가 꿈꿨던 주거 안정일까? 자산 가치가 하락할 것이 뻔히 보이는 집을 '정부 보조금'이라는 미끼 때문에 섣불리 붙잡는 것은, 어쩌면 내 발에 스스로 굴레를 쓰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민자의 진정한 로망인 '싱글 패밀리 하우스'는 어떨까. 넓은 앞마당, 내 손으로 가꾸는 정원, 그리고 추후 별채(ADU)를 지어 수익을 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 그러나 80만 달러라는 예산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싱글 하우스를 찾는 일은 보물찾기보다 어렵다. 운 좋게 찾는다 해도 1920~40년대에 지어진 낡은 구옥일 확률이 높다. 결국 대대적인 리모델링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야만 비로소 '사람 살만한 집'이 된다.
여기서 DFA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난다. 나중에 집을 팔거나 재융자를 할 때, 정부로부터 빌린 15만 달러 전액 상환에 집값 상승분의 15%를 추가로 정부에 떼어줘야 한다.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낡은 집을 고치고 가치를 올려놓았더니, 그 열매의 핵심을 정부가 고스란히 가져가는 셈이다. 내 노력의 결실을 국가와 강제로 나눠야 한다면, 이 사다리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높은 통행료를 요구하는 기묘한 구조가 된다.

결국 질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과연 이 보조금을 받아야 할까?" 그런데 사실 이 고민 이전에 넘어야 할 관문이 또 있다. DFA는 추첨 방식으로 운영되며, 운 좋게 당첨되어도 90일 안에 집을 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실제로 지난 프로그램에서 당첨자들이 준비 부족으로 기회를 날려 대기번호 100번 넘는 사람에게까지 순번이 돌아갔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DFA라는 정책은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며, 준비된 자에게도 정교하게 설계된 양날의 검이다. 내 집 마련이 주는 마음의 평안이 자산 가치의 정체나 수익 공유라는 경제적 손실보다 크다면 이 정책은 축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공짜 돈이라는 유혹에 이끌려 서두른다면, 그 사다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오랜 시간 내 발목을 잡는 무거운 짐이 될지도 모른다.
주거의 안정이 절실한 이민자에게 DFA는 분명 좋은 기회일수 있다. 하지만 자산 가치가 없는 집을 보조금 때문에 사는 것이나, 내 노력의 결실을 미리 저당 잡히는 것이 진정한 안정인지는 의문이다. 내 집이란 단순히 그곳에 사는 것을 넘어, 내가 땀 흘려 일한 대가가 온전히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밑천이 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만약 이 보조금이 당장은 달콤해도 장기적으로 내 재산을 갉아먹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차라리 지금처럼 렌트로 살며 나에게 맞는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보조금이라는 기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이 나중에 나에게 실질적인 자산 형성의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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