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뭐 죄다 감정평가 해버리는 국세청, 법원은 어떻게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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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국세청의 감정평가 사업과 관련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일부 조문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세무조사 과정에서 실시한 감정평가를 근거로 한 상속세 부과처분을 취소한 것이다. 실무에서도 바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슈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재산평가를 시가평가 원칙으로 한다. 문제는 비주거용 부동산이나 초고가 부동산처럼 거래 사례가 부족한 자산이다. 거래 조건도 제각각이라, 시가를 딱 잘라 특정하기 어려운 일이 흔했다. 시가가 분명하지 않은 자산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계속해서 존재해 왔다.
국세청은 2020년부터 감정평가를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의 충돌이 본격화되었고, 분쟁도 누적되어 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유사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참고로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의 배경과 운영 방식은 그동안 여러 차례 칼럼에서 다룬 바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그 설명을 최소화하고 이번 판결이 무엇을 문제 삼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행정법원의 판단 - ① 시행령 조문 개정은 무효
이번 판결은 평가기간이 경과한 후부터 법정결정기한까지 존재하는 감정을 시가로 인정하도록 한 이른바 ‘이 사건 개정 규정’의 구조를 문제 삼았다. 법원은 개정 규정이 조세법률주의와 법률우위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았는데, 그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하위 법령인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할 수 없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재산평가의 원칙으로 시가를 적용하되,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충적 평가방법(공시지가, 공동주택가격 등)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물론 납세자 본인이 적극적으로 감정평가를 받거나, 평가기간 내 매도하는 등 시가를 만들려는 노력을 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납세자의 선택사항이며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신고도 적법한 신고인 것이다.
법원은 개정 규정의 적용을 통해 산정된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여 과세한다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말하는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하였다. 결국 법률이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보다 하위 법령인 시행령을 우선 적용하는 결과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서 부동산이 낮은 가액으로 신고되면서 과세형평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보충적 평가방법이 시세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문제는 개별공시지가 현실화나 산정 기준의 법률상 정비로 풀어야 할 사안이고, 시행령 개정으로 법률 적용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2) 시가 인정 기준이 형식상 동등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대칭인 문제
개정 규정에 따르면 평가기간 경과 후 법정결정기한까지 감정평가를 실시하여 그 가액을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조문상으로는 평가기간 이후 법정결정기한 이내 매매 등이 있는 경우, 납세자와 과세관청 모두 평가심의위원회에 심의 신청을 할 자격이 있어 동등하게 규율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법원은 시가가 존재하지 않아 이미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를 마친 납세자가 신고 이후 감정평가를 진행해 수정신고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납세자가 감정평가를 계획하고 있었다면 최초 신고 시점에 진행했을 것)며 현실적인 부분을 들여다 보았다.
결국 납세자가 활용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평가기간을 추가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과세관청과 납세의무자의 시가 인정 범위가 다르게 적용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본 것이다.
3)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저해
개정 규정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과세관청이 언제, 어떤 재산을 대상으로 감정을 실시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당시에는 감정평가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기준을 과세관청이 전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고 보았다.
한편, 현 시점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사무처리규정에 ‘추정시가와 보충적 평가액의 차액이 5억 원 이상이거나, 차액의 비율이 10% 이상인 경우’ 감정평가 대상을 선정할 수 있다는 기준이 정리되어 있다. 다만 이러한 기준이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납세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언제 어떠한 재산이 평가대상이 될지 알 수 없음은 동일하다.

행정법원의 판단 - ② 이 사건 감정가액은 시가로 볼 수 없음
법원은 규정 자체의 위법성을 판단한 데 그치지 않고, 설령 평가기간 이후 감정의 시가 인정 요건을 논하더라도 이 사건 감정가액은 시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핵심은 시행령 단서가 말하는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의 여부이다.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란 상속개시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기간에 유의미한 가격 변동이 발생해 상속개시일 당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볼 만한 제반 사정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 감정평가의 가격산정기준일은 상속개시일과 일치하지 않았다. 따라서, 법령상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함에도 상속개시일을 기준으로 평가한 법원 감정가액과 비교할 때 과세관청 감정가액이 2.6%~10.5% 높은 금액으로 산정되어 입증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법원은 이 점을 들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마무리하며..
이번 행정법원 판결은 국세청 감정평가 사업의 적법성에 대해 처음으로 제동을 건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1심 결과만으로 감정평가 사업이 곧바로 중단된다거나, 실무가 즉각 바뀔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분간은 기존과 유사한 방식으로 과세가 진행되고, 분쟁 역시 개별 사건으로 다툴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시행령 자체가 위법하여 무효라는 판단이 처음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종전에도 감정평가의 적정성 등을 근거로 납세자가 승소한 사례는 있었으나, 근거 규정 자체를 문제 삼아 무효로 본 판단은 없었다. 이 첫 판단을 계기로 향후 유사 사건에서 쟁점이 선명해지고 판단 기준도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제는 상급심 판단의 향방과 이에 연동될 세법 정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댓글 4
호잇 · 2026년 1월 13일
워낙 뉴스가 많이 나오다 보니 이런일이 있는줄 몰랏네요 국세청에서 .. ㄷㄷ 잘 따져 봐야 겠네요
오늘을살자 · 2026년 1월 23일
우리나라도 조금씩 법률해석이 달라지고있나봐요 굉장히 파격적인 판결이었는데 2심도 어떻게 나오는지 꼭 알려주세요
와사비 · 2026년 1월 31일
상급심 판단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이대로 격변하게 될지..
새우깡 · 2026년 1월 31일
법원에서 상위 법률과 충돌하고 근거가 미약하다는 이유를 들며 제동을 걸었네요 엎으로 어떤 결과가 날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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