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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똑똑한 사람들은 영영 집을 못 살 것 같을까

엘레이맘읽는 데 약 3

제미나이 나노바나나로 구성한 이미지

2025년의 마지막 해가 저물어간다. 거리는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으로 가득하고, 다가올 2026년을 맞이하며 다들 저마다의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 시간이다. 우리 가족의 새해 계획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다. 바로 이곳 미국에서 '내 집 마련'이라는 단단한 닻을 내리는 것이다.

최근 지인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며 자연스레 이 주제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미국도 비슷한 시기에 건너온 가족이라, 당연히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금리가 3%대 정도로 내려가면 모를까, 지금 같은 고금리 시기에 집을 사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봐요. 부동산에 큰돈이 묶이는 건 기회비용 측면에서 너무 손해죠. 차라리 월세를 살면서 자산 대부분을 주식에 넣어 몸집을 불린 뒤, 나중에 현금으로 집을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금리가 3%대로 내려오길 기다리지만, 막상 그날이 오면 집값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좋은 타이밍은 나에게까지 차례가 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부동산은 '가격'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때'가 적기라는 사실을 그의 똑똑한 계산기는 간과하고 있었다.

현재의 고금리와 기회비용, 주식 시장의 기대 수익률을 엑셀 시트처럼 읊어 내려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똑똑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 완벽한 논리 뒤에서 역설적으로 '영영 집을 사지 못할 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는 렌트비를 '기회비용을 아끼기 위한 지출'로 보지만, 사실 그것은 자산 형성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데, 그는 숫자에 매몰되어 '지붕이 주는 안전핀'의 가치를 0으로 계산해버렸다.

똑똑한 계산기가 놓치고 있는 것들

최근 주식 시장의 흐름을 보면 그의 논리가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다. 나 역시 주식 투자를 통해 시드를 쌓는 것을 적극 권해온 사람이고, 자산을 불리는 초기 단계에서 주식은 분명 강력한 엔진이 되어준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지점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다.

수익률의 그래프가 가파를수록 사람의 욕심은 끝을 모르는 것 같다. 주식의 달콤한 상승에 취해 "조금만 더"를 외치며 내 집 마련의 발판이 될 시드를 계속 시장에 둔다면, 그것은 투자보다는 도박에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 주식 시장은 상승장일 때는 기쁨을 주지만, 하락장에서는 삶의 근간을 흔든다. 낯선 미국 땅에서 내 집이라는 닻조차 없이 주식의 파도에만 몸을 맡긴 채 "나중에 현금으로 사겠다"는 호기는, 자칫하면 은퇴 시점에 '우량 임차인'으로 남는 비극의 복선이 될 수 있다.

자산을 지켜내는 사람들을 보면 공격만큼이나 방어에도 능한 것 같다. 어느 정도 시드가 모였다면 그 결실을 꺼내 삶의 터전을 닦고 주거의 안정을 먼저 이룬 후, 다시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더 균형 잡힌 접근이 아닐까. 간혹 전문가라는 이들이 집 사지 말고 주식 하라고 조언하지만, 그들이 내 가족의 주거 안정을 책임져주진 않는다.

기업형 임대업자들이 집중된 지역의 임대료가 전국 평균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랐음을 보여주는 데이터.

출처 : CNBC유튜브채널화면캡쳐

중산층이 집을 포기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우리가 '효율성'과 '수익률'을 따지며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동안, 시장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시장을 '개인과 개인의 대결'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미국의 주택 시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큰 손'들이 판을 흔들고 있다. 메트라이프 같은 대형 투자사들의 보고서를 보면, 2030년에는 미국 임대 주택 10채 중 4채를 거대 자본들이 소유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우리가 주식 창을 보며 수익률 몇퍼센트에 일희일비하는 동안, 거대 자산 운용사들은 서민들이 꿈꾸는 집들을 현금 다발을 들고 나타나 채 가고 있다. 그들이 집을 많이 가질수록 렌트비는 절대로 내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적인 시스템으로 매년 렌트비를 꼬박꼬박 올리며 ‘거주지’를 ‘수익형 구독모델’로 변모시킬수 있다. 결국 우리가 주식으로 번 돈은, 나중에 더 비싸진 렌트비와 집값을 감당하는 데 고스란히 쓰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혹은 우리 같은 중산층들이 집사는 것을 포기하고 너도나도 렌트 시장에 머무는 쪽을 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산층이 렌트를 고수할수록 수요는 늘어나고, 이는 자연스럽게 렌트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 세입자는 법으로 보호받을지 몰라도 새 세입자에겐 부르는 게 값이다. 결국 집값을 감당하기 보단 렌트라는 수월한 길을 택한 중산층은 거대 자본의 배를 불려주는 '우량 임차인'이 될 위험이 있다. 매달 지불하는 막대한 렌트비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은퇴 시점에 이르러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어쩌면 '잠재적 노숙자'의 위험까지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투자자들이 저가 및 중가 주택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프. 이들이 저가주택을 다 선점하기 전에 내집 마련을 해야 한다

출처:레드핀

2026년, 숫자가 아닌 '닻'을 내리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특히 학군 좋고 안전한 동네는 늘 집이 부족하다. 이런 곳에서 땅의 가치는 주식보다 훨씬 든든하게 우리를 지켜준다. 세금 혜택까지 따져보면 모기지나 렌트비나 실질적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 가족을 품어줄 내 지붕이 있다는 안정감은 주식 창의 화려한 숫자가 결코 줄 수 없는 가치다.

부동산은 결국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그리고 '결단'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세상은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예전의 성공 공식이 이제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더 이상 숫자에만 매몰된 '똑똑한 세입자'로 남고 싶지 않다. 나는 이번 새해, 계산기 속의 효율성보다 가족의 평온함을 선택하기로 했다.

댓글 10

  • 한지와영주 · 2026년 1월 4일

    와 멋져요! 올해 계획한 일 꼭 이루시길

  • 눈사라밍 · 2026년 1월 10일

    저에게도 저런 결단이 있었으면 좋겠네요ㅠ

  • 빅토리아 · 2026년 1월 10일

    ㅜㅜ올해 안해는 꼭 이루는거로 목표를 정하면 좋을거 같어요 ㅠㅠ .. 내집마련 힘들기는 하죠

  • 말차우유 · 2026년 1월 12일

    계산기만 두드리다가 결국 작년에 내 집 마련 못 하고 새해를 맞이했는데, 올해는 진짜 더 늦기 전에 결단 내려야 할 것 같네요.

  • 스위티자몽 · 2026년 1월 12일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당연히 있겠지만, 월세 살면서 돈 모아 현금으로 집을 산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이야기 아닐까요?

  • 호잇 · 2026년 1월 13일

    맞아요 ㅠㅠ 이집은 오를까 저집은 오를까 고민하다가 집 다놓치더라구요 ~ 올해는 꼭 좋은집에서 살게 되었음녀 좋겠어요

  • 오늘을살자 · 2026년 1월 23일

    집은 살수있을때 사야지 이것저것따지면못사더라고요 특히나 실거주의 목표라면요 올해 꼭 소원이루시길

  • 엘레이맘 · 2026년 1월 23일

    감사합니다^^

  • 와사비 · 2026년 1월 31일

    부동산은 단순히 숫자 이상의 영역인 거 같아요 안정성이라는 걸 무시 못해서

  • 새우깡 · 2026년 1월 31일

    극한의 이익 추구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거 같아요 특히 부동산 투자영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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