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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입자' 되려면 '면접'을 보라고요?

너구리읽는 데 약 4

지난달 흥미로운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임대인이 올린 글이었다. 임차인이 사용하던 원룸 방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놨다는 사연이었다.

기사 사진을 봤다. 발 디딜 틈 없이 쌓인 쓰레기, 곰팡이로 시커멓게 변한 벽지와 화장실. 보증금도 없이 월세로 살던 세입자는 정말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놓고 퇴거했다. 도데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이 정도 수준은 임대인에게 평소 악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임대인은 청소 비용만 105만원이 들었단다. 하지만 손해를 보상받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법적으로 따져보려 했지만 형사 고소는 ‘혐의 없음’으로 끝났다. 현실적으로 세입자에게 가할 수 있는 조치는 민사소송이다.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에 따라 ‘원상회복의무’를 지고 고의는 아니었더라도 과실로 집주인에게 손해를 입혔으면 ‘불법행위’ 책임도 성립한다. 다만 이 세입자가 '배째라'라는 입장으로 나오고 있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애초에 집을 저 정도 수준으로 하고 나왔다는 건 '상식'이란 게 없다는 소린데.. '임대인 입장도 참 쉽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이 든 기사였다.

기사에 거론된 쓰레기장 원룸 상태.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얼마 전까지 나의 아내인 꼬북이는 결혼 전 거주지인 강서구 까치산역 전세집 보증금을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해 고생을 한 적이 있다. 다행히 허그(HUG)로부터 전세보증보험금을 돌려받았지만 지금도 집주인 아주머니에 대한 꼬북이의 분노게이지는 상상 이상이다. 그 사람 얘기만 나와도 언성이 높아진다. 보증금 2억3000만원을 날릴 뻔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만큼 임차인들은 임대인에 대한 분노가 쌓여있다.

다만 반대로 임대인들의 울분도 거세지는 듯 하다. 위 기사 사례를 보면, 임대 시장에는 분명 ‘나쁜 임차인’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더 이상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월세 체납, 연락 두절, 원상회복 거부, 주택 훼손…. 임대인 커뮤니티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비슷한 사연이 쌓인다. '왜 자신들만 가해자 취급을 받냐'는 토로성 글이 게시판과 댓글에 쏟아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임차인 면접제’다. 이름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임대차 계약 이전에 임차인의 최소한의 신뢰도를 확인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임대인에게 부과된 규제와 의무는 꾸준히 강화돼 왔다. 임대사업자 등록, 세금, 보증보험, 각종 고지 의무까지. 반면 임차인의 의무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또한 면접제 도입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최근 전세보다 월세 방식이 늘고 있어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세가 더 불안할 수 있다. 매달 임차인으로부터 월세를 제때 받을 수 있을지, 체납되지는 않을지, 나갈 때 집을 어떻게 만들어놓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보증금이 적거나 없는 월세일수록 위험은 고스란히 임대인 몫이다. 그러니 “사람을 좀 더 보겠다”는 요구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다.

특히 이런 요구는 아파트보다 빌라를 소유한 임대인들 사이에서 더 큰 것 같다. 아파트보다 빌라는 더 저렴한 임대시장이다. 그러다보니 세입자들의 주거 스타일 자체가 아파트 거주자들 대비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더 '대충' 살고, 더 '더럽게' 산다는 얘기다. 유지 보수 비용에 세입자 상대 스트레스까지..빌라 거주자들에 대한 임대인들의 인내심도 한계치에 다달은 듯 하다.

그렇다면 임차인 면접제는 실제로 어떻게 도입하려는 걸까. 임대인들이 말하는 면접은 흔히 떠올리는 대면 질의응답이 아니다. 핵심은 ‘표준화된 검증 기준’이다. 업계와 일부 프롭테크 기업들이 구상하는 방식은 대략 이렇다.

우선 소득의 지속성이다.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 구조를 확인하자는 취지다.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 사업자의 경우 소득금액증명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금액 자체보다도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매달 꾸준히 월세를 낼 수 있는 구조인지가 관건이다.

다음은 신용도와 납부 이력이다. 금융권 신용점수처럼 정교한 평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체 이력이나 상습 체납 여부는 확인 대상이 된다. 일부에서는 이전 임대인의 추천서, 즉 “월세를 제때 냈는지, 분쟁 없이 거주했는지”에 대한 간단한 확인도 필요하다고 본다.

세 번째는 거주 성향과 계약 이행 의지다. 반려동물 유무, 흡연 여부, 동거인 변화 가능성 등 주택 관리와 직결되는 요소들이다. 이는 차별이 아니라 관리 차원의 정보에 가깝다. 실제 분쟁의 상당수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플랫폼 기반 스크리닝을 결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신용평가사, 프롭테크 기업과 연계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최소한의 정보를 교환하는 구조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이력이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고, 임대인은 임차인의 납부 이력과 기본 신용도를 확인하는 ‘쌍방 검증’이다. 면접이라는 표현보다 ‘사전 검증’에 가깝다.

나는 이 제도에 찬성하는 쪽이다. 많게는 수십억 원의 돈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에서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집 한 채는 임대인에게 전 재산일 수도 있다. 그런데 세입자의 신용도나 소득 안정성을 전혀 보지 말라는 건, 금융 거래로 치면 담보와 신용 심사를 모두 생략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미 해외에서는 임차인 검증이 일상화돼 있다. 소득 증빙, 신용 점수, 이전 임대인의 레퍼런스 제출은 기본이다. 이를 두고 차별이라고 말하는 나라는 드물다. 임차인 스스로 떳떳하다면, 본인의 급여나 신용도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도 크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이런 과정이 있기에 임대인도 계약 이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한다. 분쟁의 상당수는 ‘서로를 잘 모른 채 계약했다’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강제로 모든 임차인 면접을 시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입주를 희망하는 임차인은 면접에 응하고 이를 싫어하면 응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이를 일률적으로 해라, 하지마라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미 임대인의 신용정보는 일부 임차인에게 공유되고 있으니 이에 상응하는 만큼 임차인 정보도 오픈되는 것이 맞다.

다른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면접이라는 이름 아래 사생활 침해나 자의적 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감정이 아니라 기준과 가이드라인이다. 직업·혼인 여부·출신 배경 같은 요소는 배제하고, 신용·납부 능력·주택 관리와 직접 관련된 항목만 남겨야 한다. 제도가 감정적 선별로 흐를 경우 오히려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안타까운 건 이 논쟁이 점점 임대인 대 임차인의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를 잠재적 가해자처럼 바라보는 분위기. 하지만 이 갈등의 출발점은 개인이 아니다. 정부가 전세사기를 제대로 막지 못했고, 집값을 잡지 못하면서 전세가는 폭등했다. 그 과정에서 임차인 역시 수많은 피해자가 나왔다.

임대인은 더 조심해졌고, 임차인은 더 예민해졌다. 임차인 면접제 논란은 그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적이 아니다. 같은 구조 안에 있는 구성원이다. 면접제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왜 이런 제도가 거론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개인이 아니라, 여전히 정부의 몫에 더 가깝다.

구일역 신혼집 입주 계약을 하려고 부동산에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집주인 아주머니는 우리 부부를 번갈아가며 위아래로 '살펴'보는 듯한 눈빛을 보냈었다. 아마 속으로 '계약을 해도 괜찮은 멀쩡한 놈들이 맞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리 역시 집주인을 위아래로 쳐다보며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마 지금 이시간에도 부동산에서 계약하는 모든 임대인과 임차인의 첫 만남은 이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이다. 서로 사전에 어느 정도 최소한의 정보를 교환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있다면 첫 만남에 서로 '살펴보는 듯한 눈빛'은 이제 더이상 보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웃으며 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됐으면 한다.

댓글 13

  • 호잇 · 2025년 12월 28일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분쟁이 일어나고 하는것보다 면접이 낫겠네요 ..

  • 팽오리 · 2025년 12월 29일

    어떻게 보면 이게 낫다싶기도하네요;;ㅎㅎ워낙 사건사고가 많으니

  • 펜트하우스 · 2025년 12월 29일

    면접이라는 단어가 좀 아이러니하지만 나중에 계약만료 전에 법적문제로 번지는것보다는 좋은 방법일 수도 있을거같아요

  • 포근포근쿠키 · 2025년 12월 30일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어떤 사람인지 확인을 해야 하기는 하죠.

  • 스위티자몽 · 2025년 12월 31일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나쁜 임대인 이야기만 듣다가, 이렇게 퇴거 시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나가버리는 임차인 사례를 들으니 놀랍네요. 이러니 면접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죠.

  • 말차우유 · 2025년 12월 31일

    이제는 집을 구하는 데 면접까지 필요하다니, 어떻게 보면 개인 정보를 공유하고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분쟁이 생기는 것이 당연해 보여요. 하지만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는 감수하는 것이 맞을 듯해요.

  • 오늘을살자 · 2025년 12월 31일

    집을 한번 엉망이 되보거나 세입자와 크게 분쟁이 되면 이런거 고민되긴할듯요

  • 새우깡 · 2025년 12월 31일

    취지는 이해가 가긴 하는데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 마련도 필요해보이네요

  • 아기새 · 2026년 1월 11일

    헉 세입자 면접이라니 생각을 못해봤네요 ㅠㅠ 집 구하는데 정말 너무 복잡해 진거 아닌가요 ㅠ

  • 빅토리아 · 2026년 1월 11일

    어머 세입자 면접이라니..ㅜㅜ 아무래도 더 복잡해 지겠는데요 .. 사례을

    읽다보면 이해가 가네요

  • 아파트사우루스 회원 · 2026년 1월 27일

    제가 임차인 입장이어도 저렇게 만들 사람 거를 수 있다면 면접 보고 받는게 더 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차인은 무슨 죄랍니까..

  • 와사비 · 2026년 1월 31일

    사생활 침해 영역을 가이드라인을 잘 정해서 진행해야할 거 같네요

  • 새우깡 · 2026년 1월 31일

    임차인 입장에선 꺼려질 수 있지만 임대인들은 검증하고 싶은 이유도 분명해보이네요 기준을 잡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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