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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안의 트랜스포머, 부동산의 룰을 바꿀까?

엘레이맘읽는 데 약 3

천장에 설치된 가구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침대, 책상, 수납장등 다양한 형태로 변하는 로봇홈

출처 : Bumblebee Spaces

익숙한 고민, 새로운 해법

집을 구할 때마다 나는 같은 고민에 빠진다. 회사와 가까운 곳, 교통이 편한 곳, 아이 교육에 좋은 곳을 찾다 보면 어김없이 작고 낡은 집만 남는다. 반대로 넓고 깨끗한 집을 보러 가면 출퇴근에 한 시간 이상 각오해야 하고, 교육 환경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입지냐, 쾌적함이냐'를 두고 벌이는 이 고민은 아마 집을 구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오래된 딜레마에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공간 자체를 움직여 필요에 따라 집의 구조를 바꾸는 '로봇 홈' 기술이다. 물론 이 기술이 입지와 크기 사이의 모든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도심의 작은 집도 괜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10평이 20평처럼 쓰일 수 있다면

미국 보스턴의 스타트업 '오리 리빙(Ori Living)'이 만든 시스템을 보면 이 기술의 가능성이 조금씩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명령하면 침대가 천장으로 올라가고, 그 아래 숨어있던 소파가 나타나 거실이 된다. 물리적으로는 10평이지만, 시간대에 따라 침실도 되고 거실도 되니 체감상으로는 더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뉴욕 맨해튼 같은 곳에서 이 시스템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렌트비가 살인적인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범블비 스페이스(Bumblebee Spaces)'기업이 천장 수납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눈에 띈다. 스타트업 '로봇홈'은 가구가 상황에 맞게 스스로 변신하는 '오봇(OBOT)' 시스템을 내놓았다. 테이블이었다가 의자가 되고, 필요에 따라 다른 형태로 바뀌는 식이다. 현대건설은 벽 자체를 움직여 공간을 재구성하는 'H 트랜스포밍 월'을 선보였다. 해외에서도 스페인의 'PKMN 아키텍처'가 레일 시스템을 활용한 가변형 주택을 실험하고 있고, 프랑스와 도쿄의 초소형 주택 프로젝트들도 로봇 기술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땅덩이가 크건 작건, 사람들이 몰리는 대도시는 늘 주거 부담이 크다. 서울이든 뉴욕이든 도쿄든,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살려면 비싼 값을 치르고도 작고 낡은 집에 만족해야 한다. 그동안 공간 활용 가구나 공간 활용 건축이 끊임없이 진화해온 이유다. 그런데 AI가 결합된 로봇이 이런 공간 활용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원룸을 더 큰 공간으로 활용할수 있도록 중간에 세워진 가구가 침실, 책상, 부엌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는 로봇홈.

출처 : ORI LIVING

기존 가구와 무엇이 다를까

기존 가구는 사용자가 직접 힘을 써서 접고 펴야 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신선하지만 결국 귀찮아져서 한 가지 형태로 고착되곤 했다. 소파베드를 샀다가 결국 소파로만 쓰게 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반면 로봇 가구는 버튼 하나나 음성 명령만으로 전동 모터가 작동해 공간을 재구성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형태만 바꾸는 게 아니라 방의 용도 자체를 실시간으로 바꾼다는 점이다. 가구가 레일을 타고 이동하면서 뒷공간은 드레스룸이 되고 앞공간은 거실이 되는 식이다.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해 안전하게 멈추고, AI가 생활 패턴을 학습해 아침이면 자동으로 업무 모드로 전환하기도 한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니, 가구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하나의 스마트 기기가 된 셈이다.

물론 이런 기술들이 아직 보편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초기 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고장이 나면 수리가 복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생활하다 보면 매번 공간을 바꾸는 것이 번거로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벽이 움직이면서 펜트리공간이 생기고 닫히면 식사공간이 넓어지는 형태의 로봇홈. 출처 : 현대건설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까

로봇 홈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부동산 시장에도 점진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우선 도심의 작고 낡은 집들이 재평가받을 여지가 생긴다. 오래되고 비좁은 아파트지만 저렴하게 구입해 로봇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충분히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굳이 큰 평수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주택 시장의 수요 구조도 달라질 법하다. 30평대를 무리해서 사는 대신 20평대에 로봇 시스템을 설치하는 선택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는 선택의 폭을 넓혀줄 뿐 아니라 같은 땅에 더 많은 공급을 할 여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조심스럽지만 기대되는 변화

앞으로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가 조금씩 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몇 평인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가'도 중요해질 수 있다. 역세권이나 학군만큼은 아니더라도, 로봇 시스템 탑재 여부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오리 시스템이 설치된 아파트가 프리미엄을 받는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에서도 몇몇 신축 건물이 로봇 홈 기술을 분양 포인트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시장이 조금씩 반응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기술 도입 비용, 유지보수, 고장 시 불편함, 실제 생활에서의 번거로움 같은 현실적 문제들이 남아있다. 특히 현대건설 같은 대기업이 H 트랜스포밍 월을 신규 분양에 적용하면서 이런 첨단 시스템이 오히려 분양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결국 좁은 집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점은 의미 있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이런 기술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들에게는 그냥 고정된 넓은 집이 더 편할 수 있다. 다만 '좁아서 안 돼'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 좁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시대가 된 것 같다.

집이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새롭다. 이 기술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널리 퍼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집을 고를 때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로봇 홈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선택지를 조금은 넓혀주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까 싶다.

댓글 8

  • 오늘을살자 · 2025년 12월 25일

    아이가 있는경우는 어렵겠어요..아이어릴때 짐이 장난아님 ㅜ

  • 팽오리 · 2025년 12월 26일

    진짜 10평을 20평처럼 쓸 수있는 기술이 저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네요..ㅋ

  • 와사비 · 2025년 12월 27일

    실제 활용된다면 공간을 획기적으로 쓸 수 있을 거 같긴하네요

  • 봄호랑이 · 2025년 12월 27일

    원룸이라도 공간활용, 분리만 잘 하면 정말 더 넓어보이고 아늑하더라고요. 혼자살기 딱이겠네요

  • 호잇 · 2025년 12월 27일

    오 ㅎㅎ 이렇게 공간을 활용할수 있다면 좋겠어요 로망이네요

  • 말차우유 · 2025년 12월 29일

    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소형 평수의 수요도 높아진다고 들었는데, 그에 맞춰 공간 활용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가구들도 개발되고 있나 보네요.

  • 스위티자몽 · 2025년 12월 29일

    책상과 침대가 결합된 가구는 많이 봤는데 침대가 천장으로 올라간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군요.

  • 스위티자몽 · 2025년 12월 31일

    원룸도 공간 활용만 잘 하면 기존 평수보다 훨씬 더 넓게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번에 지인네 가서 보고 공간 활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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