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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사의 잔소리 "그렇게 하시면 안돼요!"

양콩읽는 데 약 4

빌라 월세 매물이 나오자 젊은 청년이 와서 집을 보았다.

계약하겠다고 하여 계약금 일부를 먼저 송금하고 계약 체결일을 일주일 후로 잡았다.

그 사이에 살고 있던 세입자가 미리 짐을 빼어 공실이 되었다.

아직 계약 만료일이 안된 상황이기에, 사정상 먼저 짐을 뺀 세입자는 이 새로운 계약이 진행된 후 잔금 일자에 보증금 등을 정산받게 된다. 따라서 보증금을 정산받기 전까지는 세입자에게 임차권이 있는 상태이기에 공실이 되었다고 마음대로 드나들거나 하면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집을 보면서 세입자가 미리 이사 나갈 거라는 것을 귀동냥으로 들었던 새 계약자가, 계약서 작성일을 이틀 앞두고 전화를 하였다. 기존 세입자가 짐을 빼냈는지를 묻고는, 한번 가서 집을 확인하고 짐 배치 등을 하고 싶으니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당연히 거절했다.

"미리 이사 나갔는데, 그래서 분실 위험도 없는데 왜 비밀번호를 못 알려주신다는 거죠?"

"짐을 미리 빼고 안 빼고랑 상관없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전까지는 그분들에게 권리가 있어요. 또한 기존 세입자가 미리 정산받고 나간 상태라 하여도 보증금 지급과 목적물 양도는 동시이행 관계입니다. 그러니 비밀번호를 알려드릴 순 없고, 보러 오신다 하면 제가 기존 세입자분 동의를 받은 후에 함께 가서 문 열어드릴게요."

그는 이해를 못했다. 계약금도 일부 넣었고 내일 모레면 계약서를 쓸 건데 왜 못믿느냐고 투덜댔다.

아무튼 나는 원칙을 주장하면서, 출발할 때 전화하면 빌라 앞에 가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기존 세입자에게 집을 한번 더 보겠다고 동의를 구했다.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가 있었지만, 번호를 알고 있다고 그 집을 내 마음대로 들락거리거나 제3자에게 공유할 수는 없다.

퇴근도 못하고 기다렸는데 그는 바쁜 일이 생겼다고 오지 않았다.

계약서를 쓰기로 한 당일.

임대인이 미리 가서 집을 들러본다고 하자 새계약자도 빌라로 바로 갔다. 둘이 함께 목적물을 확인하고 와서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원래는 계약금 일부를 넣을 때 너무 소액이어서 계약 시에 나머지 계약금을 더 입금하기로 약정했었다.

그런데 함께 집을 둘러보면서 새계약자가 "여유가 없으니 추가 계약금 없이 잔금 때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는 제안을 하여서 임대인이 동의하였단다.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약서를 쓰고 난 다음에 임대인이 임차인한테 말했다.

"집 청소하러 가실 때 안방 벽에 있는 에어컨 잘 작동되나 한번 확인해주세요!"

"네 내일 가서 한번 작동시켜볼게요."

이게 무슨 소리? 혹시 비밀번호를 공유했느냐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번호를 받았어도 집을 방문할 때는 나한테 미리 이야기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새계약자는 '중개사님 바쁘시니까 제가 잘 볼게요' 라고 말했다.

계약서를 철에 담아 건네니 모두가 일어섰는데, 나는 임대인에게 몇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으니 잠시 이야기좀 나누고 가라고 했다. 그리고 새계약자가 돌아간 후에 임대인한테 잔소리 폭탄을 날렸다.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저 젊은 분들이 아주 선하고 좋은 분들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계약금도 추가 지급 안 해도 된다 하고 더구나 집 비밀번호까지 알려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부동산 계약에서는 좋은 게 좋다는 명제가 안 통합니다. 더구나 아직 기존 세입자 보증금도 안 돌려주셨으니 이 집에 대한 권리는 그분들에게 있는 거예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저 계약자들이 잔금 안 치르고 이삿짐 넣거나 하면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임대인이 그제서야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중개사들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도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불측의 사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금 냉정해보이더라도 원칙을 지키자고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는 잔소리를 하여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임대인은 아니라고, 본인 생각이 짧았다고 앞으로는 중개사님이 해주신 말씀을 명심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사건도 있다.

아는 고객이 자기집 세입자가 재계약을 하고 싶어 하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에게는 여러채의 아파트가 있었고 거의 내가 관리하였지만, 딱 한 집은 다른 중개사무소 통해서 전세계약을 한 바 있다. 재계약을 하여 4년을 거주한 임차인이 다시 보증금을 조정하여 계약서를 재작성하는 사례였다.

내가 중개하지 않은 물건의 재계약은 안 하는 것이 원칙인데, 마침 그 계약을 주도했던 중개사무소가 폐업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재계약을 진행해주게 되었다.

그런데 임대인이 말했다.

"나는 그 집 세입자는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그냥 그걸 중개해준 중개사가 다 알아서 했거든요.

그러니 이번에도 저 안 갈테니 중개사님이 알아서 써주세요."

나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 위임 관련 서류를 우편 발송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세입자랑 마주 앉아 계약서를 쓰면서 위임장을 보여주고 전화통화를 시켜주었더니 그 세입자가 신기해하며 말했다.

"이 집 첫 계약할 때도, 그리고 재계약할 때도 저는 집주인을 본 적이 없어요. 위임장은 물론 전화통화도 한 적 없는데 중개사님은 그걸 다 해주시네요."

그리고 나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잘못 하신 거예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소유자와 만나 신분 확인하고 계약하셔야 하고, 만약에 소유자가 못 올 상황이라면 위임장을 받은 후 전화통화로 위임 사실을 확인하여야 합니다. 물론 중개사가 잘못하긴 했지만, 세입자분도 그냥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시면 안되는 거예요. 앞으로는 정확히 확인할 거 하고 원칙에 맞춰 계약하세요"

세입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알겠어요. 듣고 보니 제가 잘못했네요. 그러니 중개사님한테 혼날 만 하네요. 고마워요."

중개업 오래 하면서 감히 고객들한테 잔소리만 늘었다.

하지만 잔소리들은 누군가의 재산, 권리를 지키는 장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말할 것이다.

"그렇게 하시면 안돼요!"

댓글 16

  • 빅토리아 · 2025년 12월 2일

    중개사분이 꼼꼼하게 체크해주시면 정말 좋을거 같아요 .. ㅎㅎ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봄호랑이 · 2025년 12월 2일

    처음에 제목을 보고 중개사님 말이 넘 그러신데? 생각했는데 옳은 말씀이었네요 ㅎㅎ

  • 봄호랑이 · 2025년 12월 2일

    그러게요 저렇게 꼼꼼한 중개사님 만나는것도 복인거같아요~

  • 양콩 · 2025년 12월 2일

    ㅎ 제목 죄송합니다^^

  • 양콩 · 2025년 12월 2일

    감사합니다^^

  • 아기새 · 2025년 12월 2일

    ㅜㅜ 꼼꼼하게 잘 설명해주시는 분 만나면 너무 좋은거 같아요 ~~ ㅎㅎ 정말 복인거 같아요

  • 아파트사우루스 회원 · 2025년 12월 2일

    확실히 계약은 원칙대로 해야 큰 탈이 안생기는 거 같아요 부동산 계약이 한두푼짜리도 아니고 말이죠 중개사님이 일을 정말 잘하시네요

  • 팽오리 · 2025년 12월 3일

    꼼꼼한 중개사님 만나는것도 사실 복인것같아요!

  • 포근포근쿠키 · 2025년 12월 3일

    진짜 계약하려면 사람도 잘 만나야 한다는 게 느껴집니다ㅠㅠ 진짜 큰 돈이 오고 가는 중에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요..

  • 박하맛 · 2025년 12월 3일

    요즘 진짜 중개사 같지 않은 중개사들 많습니다.. 양ㅇㅇ도 많아져서 눈쌀이 찌푸려져요

  • 오늘을살자 · 2025년 12월 4일

    저는 살고있는데 일하는시간에 몇번이고 집에 와서 구조랑 사이즈잰다고 왔다갔다했던 사람생각나네요

  • 스위티자몽 · 2025년 12월 11일

    저도 예전에 결혼 후 처음 살던 집 계약 시 집주인과는 전화 통화만 한 번하고 뭐든 중개사 통해서 중개사랑만 이야기했거든요. 위임장도 따로 이야기했던 적이 없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였군요.

  • 말차우유 · 2025년 12월 11일

    집주인이 멀리 있거나 오기 힘든 경우 대면 없이 계약 진행하기도 하던데 만약을 위해서라도 서로 신분확인을 위한 절차는 꼭 지키는 게 좋겠네요.. 원칙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 호잇 · 2025년 12월 15일

    너무 좋은 중개사분 ㅠㅠ 꼼꼼하게 해야 해요

  • 새우깡 · 2025년 12월 19일

    원칙을 준수해서 사고를 방지하는 게 좋은 중개사의 모습인 거 같네요

  • 와사비 · 2025년 12월 20일

    생각보다 자기 편의를 위해 원칙을 무시하거 진행하려는 사람들 많은 거 같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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