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선 다 그렇게 합니다!"
양콩읽는 데 약 3분
임대인이 빨리 이사가야 한다며 급하게 전세를 놓아달라고 했던 집이 있었다.
드디어 세입자가 결정되어 계약하기로 했고, 계약금 선금을 일부 송금 받기로 한 뒤 계약 내용을 정리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음은 문자메시지 뒷부분이다.
-현재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144,000,000원 설정된 상태이며, 잔금 시 매도인이 전액 상환 말소하는 조건.
(잔금 당일 말소등기 접수)
-계약금 선금 송금 후 임대인이 계약 거절 시에는 송금액의 배액을 배상하고, 임차인이 거절 시에는 선금 포기 조건.
-계약금 선금이 입금되는 즉시 본 계약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함.
이 내용을 양측에 문자로 발송한 뒤, 임대인에게 전화해 메시지를 확인시켰고,
1시간 쯤 뒤에 임차인이 계약금 선금을 송금 완료했다.
그런데 이틀 후, 임대인에게 전화가 왔다.
“근데요,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그냥 대출 놔두고 전세 놓으면 안 되나요?”
어이없는 소리에 다시 설명했다.
"2억 짜리 집에 채권최고액 1억4천4백만원 잡혀있는데 , 1억6천에 전세를 놓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죠!"
그러자 임대인은 뜻밖의 대답을 했다.
"그럼 전 이사 못 가요. 돈이 부족해요. 전세 못 놓겠어요"
“그럼 배액배상 하셔야 합니다.”
“아직 계약서 안 썼잖아요?”
“계약금 송금 전, 문자로 계약 조건 보내드렸죠? 법적으론 계약 성립입니다.”
그러자 임대인이 한 발 물러서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냥 계약하죠.”
며칠 뒤, 계약 당일.
임대인과 함께 ‘오빠’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갑자기 태클이 시작되었다.

“내가 서초동에 집 여러 채 있는데, 거긴 10억짜리 집 사서 7억 대출 받고 6억5천에 전세 놓는다구요.
대출 갚고 전세 놓는다는 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예요. 대출 없는 집이 어딨어요?”
도대체 어떤 귀신이 씨나락을 까먹는다는 건지...
“그건 부채비율 문제고, 보증사 승인도 안 납니다. 위험성 크고요.”
“아니 일을 왜 그렇게 편파적으로 해요? 일을 많이 안 해보신 듯? 서초동에선 다 대출 풀로 받고도 전세 잘만 놔줘요. 이런 식이면 LH 임대 수준이지, 정상적인 부동산 계약은 아니지 않습니까?”
중개사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몰아가며 은근슬쩍 자존심을 긁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했다.
“그렇게 전세 놔주는 서초동 중개사 한 분만 연결 좀 해주세요.”
“정말 그런 중개사 있으면, 대출 안 갚고 1억 6천 전세 계약 성사시켜줄 수 있어요?”
“못 하죠! 누가 범죄 저질렀다고, 저도 그걸 따라 해야 하나요?
정말 그렇게 하는 중개사가 있는지는 궁금하지만, 혹시 있다면 그러면 안된다고 설명해주려구요.”
“그럼 이 계약 못 하겠네요?”
“그럼 배액배상 해주셔야겠네요.”
그러자 그 ‘서초동 오빠’는 갑자기 딱 잡아뗐다.
“문자메시지를 계약금 송금 이후에 받았기 때문에 배액배상 못 해줘요.”
그래서 문자 발송 시간 확인.
오후 1시 발송.계약금 송금 시간은 2시 12분 59초. 영수증까지 보여줬다.

잠시 머쓱해진 서초동 오빠, 다시 말을 바꾼다.
“우리가 지금 돈이 급하니, 대출은 그대로 놔두고 임차인을 설득해보세요.
그게 중개사 능력 아닙니까? 잘 해주시면 중개보수는 생각해서 챙겨드릴게요~”
“중개보수를 천만 원 주셔도 저는 그런 계약 못합니다.”
그러자 다시 말했다.
“그럼 임차인 부르세요. 제가 설득 잘해요. 이런 일 많이 해봐서요.”
“방금 저한테 하신 말, 임차인한테 한 마디라도 하시면 계약은 깨질 겁니다.
임차인이 ‘뭐 이런 주인이 다 있나’ 하고 계약 안 할 거예요.
그리고 그 임차인이 혹시 설득돼서 OK 한다 해도, 제가 못합니다.
그냥 그런 계약은 서초동에서나 하세요.”
이쯤 되자 임대인이 결국 ‘서초동 오빠’를 제지하고, 원래 조건대로 계약하자고 했다.
임차인을 불러 계약을 진행했고, 계약 중간 중간 서초동 오빠가 쓸데없는 소리 못하도록 눈빛 레이저를 발사했더니, 결국 조용히 있다가 사라졌다.
잔금 일엔 임대인과 은행에 동행하여 근저당권 전액 상환 및 말소 등기를 완료하였다.
그 뒤 임차인은 계속 거주하면서 임대인과 쌍방합의로 전세금을 인상해 재계약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집은 경매에 넘어갔고 결국 그 임차인이 낙찰 받아 계속 거주 중이다.
여러 상황으로 고통받던 임차인을 보면서 나는 두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처음 계약은 중개사를 통해 진행해도, 이후 재계약 시엔 임대인과 임차인 간 협의로 직접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사 안 가고 계속 거주하고 싶은 욕심에 임대인의 요구대로 전세금을 인상해주었다가 오다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재계약 시에도 그 인상률이 시세에 맞는지 인근 중개사무소 등을 통해 반드시 확인하길 권한다.
둘째: 서초동 중개사님들 오해 마세요. 이 '오빠'가 괜한 핑계를 댄 것이지 지역 중개사들이나 동네가 그런 건 아니라는 거 다 아실 거예요~
또한 아주 가끔은,
처음 서초동 오빠를 만났을 때 이 계약을 중지시켰어야 하는게 아니었을까...후회를 하기도 한다.

댓글 18
헤일리 · 2025년 7월 16일
이런 경우도 있군요.. 신중하게 거래해야겠어요 진짜
무슈 · 2025년 7월 17일
처음 계약하면 혼동이 일어날것같아요 ㅠ
아아정복 · 2025년 7월 17일
진짜 모르는게 투성이네요
눈사라밍 · 2025년 7월 17일
이런경우도있다니..아예 몰랐네요
팽오리 · 2025년 7월 17일
진짜 배짱이네요..서초동에선 이렇게 한다니 무슨 말도안되는 ㅠ
호라이즌 · 2025년 7월 17일
이런 상황일때 진짜 난감할 것 같아요 ㅠㅠ
하우스맨 · 2025년 7월 17일
별의별 사람이 다 있네요. 저런 주인 만나지 말아야 할텐데
호잇 · 2025년 7월 17일
상황이.. 많이 난감할거 같은데요 ㅠㅠㅠ
베테랑킴 · 2025년 7월 17일
아.. 이런 경우도 있네요.. 잘 알아보고 공부해야하는 부분이겠습니다...
미니멀부자 · 2025년 7월 17일
정말 저런 상황은 난감할거 같네요... 이런경우도 있다는걸 알아놔야겠네요
새우깡 · 2025년 7월 18일
괜히 지역 이미지만 안좋게 만드네요 ㅎㅎ
와사비 · 2025년 7월 18일
강짜부리다가 본전도 못 찾았네요 서초동 오빠분 ㅋㅋ
창조경제 · 2025년 7월 18일
와 진짜 전세를 놓는데 전세대출이면 집에 담 대출 없어야 승인이 나죠!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단 우기 봤네 ㅠ
오늘을살자 · 2025년 7월 18일
서초동은 대한민국이 아닌가?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네요 정말 낙찰받아서 살게 되셔서 다행이다 싶은거네요
말차우유 · 2025년 7월 19일
이런 사례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서초동 오빠가 너무 무대뽀이긴 했네요.
스위티자몽 · 2025년 7월 19일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군요. 진짜 별별 사람이 다 있네요. 막상 이런 상황에 엮이게 되면 난감할 것 같아요.
훠이 · 2025년 7월 20일
참..답답할거 같네여..괜히 있는게 아닌데..그 오빠라는 사람 뭐하는것인지
치킨 · 2025년 7월 23일
돈은 많고 아는것도 많은데 돈도 애매하게 많고 아는것도 애매하게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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