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전셋집 입주 벌써 2년...재계약하려 합니다
너구리읽는 데 약 3분

"안녕하세요. OO부동산입니다. 내년 3월 7일이 전셋집 계약 만료일인데요.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있는지요."
이달 초 우리가 살고 있는 구일역 신혼집 계약을 진행했던 부동산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구일역 신혼전셋집 재계약 여부 때문이다. 2024년 3월에 입주한 우리는 내년 3월이면 어느새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된다. 나는 "벌써 2년? 이제 한 2개월 정도 산 것 같은데...참 시간이 빠르다"며 아내인 꼬북이에게 말했다.

우리 부부는 뉴글 연재를 통해서도 꾸준히 거론했지만 구로1동 살이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구일역이 도보로 5분 거리에 있고 둘다 직장이 여의도역-시청역 인근이라 전철로만 다녀도 매우 편하다. 동네는 구축아파트 단지지만 조용하고 아늑해 살기 좋다. 필요한 인프라도 대부분 갖춰져 있다. '구로'하면 중국인, 공단 등이 생각나지만 이 지역은 실제로는 그런 키워드들과는 거리가 멀다. 전세보증금 4억원 정도로 서울 주요 도심과 그리 멀지 않은 서울살이를 하고 싶다면 강추하는 지역이다.
재계약 의사가 있다고 하자 10일 후 집주인에게 문자로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집주인입니다~. 다름 아니라 연장을 희망하신다고 하여 확인차 연락드려보네요. 아직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긴 하지만 만약 재연장을 원하신다면 5% 정도 전세금을 인상해야 할 것 같아서요~ㅠ 문자 확인하시면 연락주세요"

우리는 전세보증금 인상을 예상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목돈을 굴릴 기회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정도 협의는 할 줄 알았다. 이렇게 5% 인상을 무작정 통보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구일역 전셋집 전세보증금은 3억6000만원이고 5%면 18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엄청 큰 돈은 아니지만 당장 마련하기가 쉬운 액수는 아니다. 요즘 증시가 불장이라 우리 부부는 대부분의 자산을 주식에 넣고 있다. 다행히 아직 계약까지 4개월이 남아 그 사이에 마련을 해야 할 것 같다.
전세계약 연장 전 나는 제도에 대해 살펴봤다. 우리는 흔히 집주인이 5%까지만 보증금을 올릴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였다.
기본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간 전세계약은 자율 재계약이다. 이때는 5% 제한이 없다. 10%든 20%든 집주인이 올릴 수 있다. 서로 합의만 하면 보증금 동결도 가능하다.
다만 세입자는 전세계약 후 1회 연장(2년)을 요구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다. 청구권을 쓰면 집주인은 무조건 계약을 2년 연장해줘야 하며 5% 안에서만 보증금을 올릴 수 있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입자가 이 청구권을 '발동'시켰는지의 여부다. 집주인은 우리에게 '먼저' 5% 인상을 제안했다. 그렇게 5% 인상으로 계약이 마무리된 경우 세입자는 청구권을 쓴 것이 아니고 집주인과 그냥 '자율 재계약'한 것이 된다. 집주인이 먼저 5% 인상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재계약 2년이 지난 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갑자기 무리하게 올려달라고 하면 그때 아직 사용하지 않은 청구권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5% 인상으로 계약을 맺고 2년 후 임대 연장을 원할 때 청구권을 쓰면 된다.


구일역 신혼집 내부와 외관
우리 집주인은 50대 중반 정도되는 아주머니다. 전세 계약 날 부동산에서 본 인상은 날렵하고 다소 무서운 인상이었다. 아마 무슨 장사를 하는 것 같다. 계약 날에도 손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자가는 부천에 있다고 했다. 여러모로 좀 바쁜 집주인이었던 인상을 받았다. 계약서 작성 때도 서둘러 가야한다며 딱히 이 계약에 큰 관심은 없으신 듯 보였다.
그는 당시 우리 부부에게 "신혼부부죠? 우리 전셋집에 살다 나간 사람들은 다 신혼부부였어요. 다 6년씩 살고 집 사서 나가더라고요. 아마 그쪽 부부도 여기 살다보면 마음에 들어할 거예요"고 덕담을 해줬다. 그 이후 서로 어색함이 좀 풀렸던 기억이 난다. 아마 세입자들이 6년씩 장기로 분쟁없이 살다 나가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새로운 계약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입주 때는 꼬북이가 이 집의 오래된 꽃무늬 벽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집주인이 자비로 도배를 해주기도 했다.(장판은 우리 사비로 했다) 그렇게 집주인과는 2년을 사는 동안 특별히 충돌할 일이 없었다. 이전 세입자들이 왜 6년이나 살다 나갔는지 이해가 됐다. 그냥 저냥 무던한 성격의 집주인이다.
그래서 혹시 나는 5% 인상 문자를 보고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3% 인상을 제안했다. 놀랍게도 집주인은 3%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답변도 매우 무던했다.

"안녕하세요 세입자입니다. 저희는 연장할 생각입니다. 혹시 그런데 3% 인상은 좀 어려우실까요?"
"네~3%로 할게요"
"감사합니다! 집이나 동네나 너무 만족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럼 연장으로 부동산에 고지해두겠습니다!"
"네~만족하신다니 좋네요 집에 문제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즐거운 오후시간 되세요~"
이 문자 내용을 꼬북이에게 알렸더니 "와... 너무 착하시다. 내 보증금 떼먹은 집주인과는 너무 다르네!"라고 소리쳤다.ㅎㅎ 기대도 안했는데 2%나 보증금을 깎아주다니..갑자기 돈을 번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꼬북이에게 "우리도 이전 세입자들처럼 6년은 살아야겠는데?"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최근 뉴글에서 한 글을 보게 됐다. 너무 착한 집주인을 만난다는 것은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그 집에 사는 것에 안주하게 되면 내 집 마련 타이밍을 놓칠 수 있고 결국 인생 전체로 봤을 때는 위험신호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좋은 집주인을 만난 것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다만 편안함이 길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함이 길어지면 그 안에 안주하게 되고, 안주는 언제든 결정을 미루는 가장 그럴듯한 핑계가 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약 2년이 지나도 우리는 여전히 서울살이를 해야한다. 서울 어디가에 집을 사던, 전세살이를 하던 또 한번의 전쟁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보증금 1000만원을 덜 올린 대신 우리는 또 2년의 시간을 샀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냥 머무는 시간이 아니라, 다음 집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안다. 집주인이 착한 것이 우리의 인생까지 책임져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집을 떠나는 순간 "우리 참 잘 살다 나간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꼬북이와 나는 다시 계산기를 꺼내 들기로 했다. 전세는 연장됐고, 인생의 다음 계약서는 여전히 작성 중이다.
댓글 12
빅토리아 · 2025년 12월 2일
요즘은 전세 매물이 어떤지 모르겠네요 .. 신혼집으로 전세 계약 하시는분들이 많은거 같더라구요
아기새 · 2025년 12월 2일
전세살이 . ㅠㅠ ㅠ 살면서 부담금도 있고 . 걱정도 되겟지만 형편에 맞게 가야 하는거 같아요 ㅠㅠ
한지와영주 · 2025년 12월 2일
지금 집에 6년 사시다 서울에 내 집 마련하셔서 나가시길 기원할께요
팽오리 · 2025년 12월 3일
전세는 매년 전세갱신할때 인상이 되는 부담이 있어서 살면서도 약간 불안함이 있는것같아요 ㅎ
눈사라밍 · 2025년 12월 3일
2년마다 연장할때 그냥 연장해주는 집주인 만나면 넘나 고맙더라구요
포근포근쿠키 · 2025년 12월 3일
진짜 좋은 주인 만나기 어렵고.. 마음에 드는 집 만나기는 더 어렵죠ㅠ 저희도 전세인데 집주인이 재계약 여부를 조금 늦게 말해줘서 자동 연장되었네요.. 이런 것도 참 운인 것 같습니다.
오늘을살자 · 2025년 12월 4일
전세금 동결 주인도 마냥 좋은주인은 아니죠 다 양날의 검이에요 진짜
스위티자몽 · 2025년 12월 10일
추가 조건없이 쿨하게 2% 내려서 인상해주다니, 좋으신 분이네요. 좋은 집주인 만나는 것도 인복입니다
말차우유 · 2025년 12월 11일
공감되는 사연입니다. 추가로 살게 된 2년이라는 시간을 허투로 보내지말고 내집 마련을 위한 발판을 삼는 계기로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호잇 · 2025년 12월 13일
저도 처음에전세로 시작했었는데 ㅎㅎ 낮춰주시다니 너무 좋은데요
새우깡 · 2025년 12월 19일
5%인상을 3%까지 줄여주는 것도 그렇고 좋은 집주인이신 거 같아요
와사비 · 2025년 12월 20일
별 흥정도 없이 바로 3% 받아들여 주시는 모습 인상적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