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갔다가 줄행랑…시흥 거북섬 경매 무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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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거북섬 조감도. 경기도 제공>
서울 근교에서 바다를 느끼고 싶을 때, 경기도 시흥의 방아머리갯벌은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인기 여행지다. 강원도 동해안은 멀고, 충남 서해안은 진입이 번거로울 때 수도권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라는 입지 덕분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말마다 몰려든다. 갯벌체험까지 가능한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얼마 전 방아머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끼니를 해결하려고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시흥 거북섬을 찾았다. 해양레저 복합지구로 개발된다는 말에 기대를 품고 갔지만, 현실은 달랐다. 꽤 넓은 부지에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문을 연 식당 하나 찾기 힘들었고, 텅 빈 상가들만이 썰렁한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유령도시의 풍경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시흥 거북섬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해양레저 복합단지’라는 꿈…현실은 공실과 경매의 늪
거북섬은 애초에 ‘수도권 해양 관광의 메카’로 조성되었다. 방조제로 둘러싸인 시화호 인근 간척지를 활용한 인공섬에 서핑장, 마리나, 리조트, 상가가 들어서는 해양레저복합지구 개발 사업이었다. 민간 사업자가 시행을 맡고, 시흥시와 경기도가 행정적 지원을 하며 2019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됐다.
가장 큰 상징은 웨이브파크였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공 서핑장을 표방하며 개장 당시에는 국내외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 상가 분양과 숙박시설 개발이 뒤따랐고, '제2의 송도'를 꿈꾸는 투자 열기까지 붙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025년 기준 거북섬 상가 입점률은 13% 수준에 그친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공실률 87%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입점이 거의 없는 텅 빈 상가, 사실상 방치된 일부 건물, 연이어 나오는 경매 공고가 이제는 일상이 됐다.
경매 4차 유찰에도 무반응…평당 200만원대에도 안 팔려
실제 등기부와 경매 공고를 보면 시흥시 정왕동 전체 경매 물건 53건 중 40건이 거북섬 상가로 나타났다. 유찰은 기본이고, 일부 상가는 평당 200만 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진 4차 경매에도 여전히 낙찰자가 없다.
한 경매 전문가는 “서울과 1시간 거리라는 입지 조건만 보면 좋은 조건이지만, 실질적으로 들어설 테넌트가 없다면 가격은 의미가 없다”며 “이 정도 낙찰 기피는 사실상 투자 가치가 제로라는 시장 평가”라고 말했다.
공실률이 높은 만큼 임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가 소유주들은 임대 문의가 아예 없다고 토로하고 있고, 일부는 관리비만 내며 방치 중이다.
거북섬 내 핵심 개발 부지도 최근 국세청에 의해 압류된 후 강제 공매에 부쳐졌다. 해당 부지는 시흥시 정왕동 2724번지 일대 약 1만5000㎡ 규모로, 과거 수차례 민간 신탁사 주도의 일반 공매가 시도됐으나 유찰이 반복되며 매각에 실패했다.
더웨이브시화MTV가 생활형숙박시설 건축허가까지 받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착공을 포기하고 분양 수익 확보가 어려워지자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2023년부터 네 차례 일반 공매가 있었으나 모두 낙찰에 실패했고, 올해는 세금 체납으로 영등포세무서가 부지를 압류해 국가 주도로 강제 매각에 나서게 됐다.
이번 공매는 기존 민간 공매와 달리 조세징수 절차를 통한 국가 차원의 자산 회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업성 악화와 투자자 이탈이 겹치며 거북섬 개발사업이 사실상 마침표를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800억 피해”…집단 고소로 번진 분양 사기 의혹
분양 당시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에 끌려 투자했던 수분양자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웨이브파크 앞 수변 상가를 분양받은 100여 명의 투자자들은 분양사와 분양대행사를 허위·과장 광고 및 기망행위로 고소한 상태다. 피해 금액은 총 8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소장을 접수한 한 수분양자는 “분양 당시 관광객이 몰려 수익이 보장된다는 말을 믿고 전 재산을 투자했는데, 지금은 관리비조차 감당이 안 된다”며 “사실상 사기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분양대행업체 대표와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사기 입증 여부에 따라 향후 손해배상 소송이나 대규모 집단 민사 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왜 이렇게 됐나? 구조적 한계와 계획 부재
거북섬이 실패한 이유로는 레저 중심의 단기 수요에 의존한 상권 구조, 교통 편의 부족, 관광객 체류 시간의 짧음, 지속 가능한 콘텐츠 부재 등이 꼽힌다. 즉, 단기적 홍보와 개발에 집중한 반면, 일상 소비 기반의 생활 인프라는 고려되지 않은 채 상업시설만 난개발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관광 수요가 급감했던 시기와 맞물리며 초기 수익 창출이 실패했고, 이후 해외여행 수요의 회복으로 내수 회복 타이밍도 놓쳤다.
지자체의 미흡한 사후 관리, 민간 주도의 무분별한 분양도 복합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부 전문가는 “건물만 세워놓고 수익 모델은 시장에 맡긴 형태라 실패가 예고된 구조였다”고 말한다.

<거북섬 2층 투어버스. 시흥시 제공>
텅 빈 섬, 유령 같은 상권…거북섬은 어디로 가는가
거북섬은 현재도 서핑장 등 일부 시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 외 상업시설은 대부분 사실상 멈춰 있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발길이 거의 없다. 유령도시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이대로 방치된다면 지역 이미지 실추, 세금 낭비, 투자자 대량 피해, 지방정부 신뢰 하락 등 복합적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현실적인 도시 재생 대안 마련, 공공 주도의 상권 회복 방안,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거북섬의 고통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댓글 22
빅토리아 · 2025년 10월 15일
거북섬이 . ㅠㅠ 기대보다 .. ㅠㅠ 어려운거 같네요 저는 가보지는 않았는데 .. 한번가봐야 게써요
아기새 · 2025년 10월 15일
에고 분양 피해도 잇고 ㅜㅜ 정말 여러가지 문제가 많아 보이네요 .. ㅠㅠ 너무 안타까워요
눈사라밍 · 2025년 10월 16일
거북섬이..진짜 경매가 많이 올라온것같더라구요ㅠ
말차우유 · 2025년 10월 16일
수도권 해양 관광 메카로 기대를 받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나 보군요. 공실률도 높은데 4차 경매에도 낙찰자가 없는 상황이라니 안타깝네요.
스위티자몽 · 2025년 10월 17일
시흥 거북섬 처음 이야기 듣고 기대했었는데, 분양 사기 의혹에 소송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이면 당분간 유령 상권에서 벗어나기는 힘들겠네요.
미니멀부자 · 2025년 10월 17일
그러게요 한때 기대감이 꽤 있었는데.. 좀 안타까운 뉴스네요..
호잇 · 2025년 10월 18일
거북섬은 여러 사건사고가 많았죠 ㅠ.ㅠ ..
현맘이 · 2025년 10월 18일
전에 시흥에 살았는데.. 여기..문제 많아서.. 단지내에서도 말이 많았던곳이였는데ㅠㅠ
봄호랑이 · 2025년 10월 18일
거북섬 전에 유튜브에서 잠깐 봤는데 정말 공실 텅텅에 문제 심각하더라고요.
펜트하우스 · 2025년 10월 18일
시흥을 지나가다가 한번씩 보게되는 상업지구였는데요 처음에는 홍보도 많이 하고 관광으로 가면 좋겠다했는데 지금은 가서 뭘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안가지게 되요 ㅠ 투자하신 분들도 많았던거 같은데요
박하맛 · 2025년 10월 18일
처음 계획과 현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썰렁~함이 느껴지네요
개발 전 기대감과 지금의 공실 풍경이 대비돼서 넘 안타깝네요
베테랑킴 · 2025년 10월 19일
헉 이정도까지 문제가 심각한지 몰랐네요.. 앞으로 어떻게.. 기대감이라도 좀 있을 만한 일이 있을까요?
포근포근쿠키 · 2025년 10월 21일
저는 옆동네 사는데 진짜 심각할 정도예요.. 가면 제대로 되어 있는 게 없거든요ㅠㅠ 식당도 잘 되는 곳빼고는 아예 텅 비어있고요..
아아정복 · 2025년 10월 24일
진짜 저도 이정도로 심각한지는 몰랐네요
청라룡 · 2025년 10월 24일
거북섬이 이렇게 심각하군요....ㅠㅠ개선될만한 여지도 없을까요?ㅠㅠㅠㅠㅠ
봄호랑이 · 2025년 10월 26일
여기 상가 입주하신 분들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전재산 올인하신 경우가 많을 텐데 말이죠..
와사비 · 2025년 11월 1일
꽤 기대하는 사람들 있던걸로 아는데 심각하게 안좋은 상황이군요
새우깡 · 2025년 11월 1일
아시아 최대규모 인공서핑장 때문에 기억에 남았는데 최근 엉망인가보네요
베테랑킴 · 2025년 11월 5일
한번 저렇게 내려가면. .다시 복구되기가 참 힘들더라구요.. 상황이 안 좋네요..
미니멀부자 · 2025년 11월 11일
저도 이정도까지 심각한지는 몰랐네요.. 투자도 많이 하셨을텐데
뽀뽄 · 2025년 11월 12일
단기적 홍보에 치우쳐 계획 부재가 불러온 참담한 현실이네요. 투자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랍니다.
베키 · 2025년 11월 12일
높은 공실률과 연이은 경매 유찰 등 문제점이 심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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