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으로 퉁친 말바꾸기 계약
양콩읽는 데 약 4분
계약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계약 앞에서는 늘 사람의 진심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진심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도 드러난다.
아들 신혼집을 구해주는 60대 후반 아주머니.
계약한 지 일주일쯤 후 다시 들러서 아무래도 아들이 못 들어올 것 같다고 다시 전세를 빼달라고 했다.
계약금 2000만원 손해보지 않게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마음에 걸리던 차, 마침 그동안 관리하던 회사가 숙소를 구한다고 찾아왔다. 잘됐다 하고 임대인을 설득하여 계약자 변경을 한 후 계약금을 반환해주기로 했다.
임대인이 지방 거주 상황이라 계약서 다시 쓰러 왔다갔다 하는 거 쉽지 않다고 투덜대서, 대신 위약금조로 중개보수는 아주머니가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아주머니는 계약금을 날릴까 걱정하다 날짜를 딱 맞춰주는 새 임차인 덕분에 계약금도 전액 반환받게 되었다고 너무 좋아하셨다.

그런데 계약한 지 딱 3시간 후에 다시 아주머니가 전화를 했다.
"근데...부동산비는 제가 왜 내요? 내가 이사를 안 하게 됐으니 부동산비는 낼 필요가 없죠!"
헐....무슨 말씀을...원칙적으로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게 맞는데 임대인이 양해를 해주셨으니 중개보수 몇십만원 정도는 부담하기로 한 거 아니냐...했더니.
"아니 내가 계약도 못하게 돼서 새로 집을 구할려면 속상해죽겠는데
이사 들어가지도 않을 집 부동산비를 왜 내요? 완전 날로 먹으려고 드네?"
하더니 방방 뛰었다. 계약금 손해보시지 않게 잔금날짜 맞추느라고 얼마나 애썼는지 아느냐~고 아무리 설득해도
"절대 한 푼도 못 준다! 그럴 바엔 내가 그냥 이사들어가겠다! 그 계약 깨라. 내가 입주한다!"
새로운 계약이 이미 체결된 상태이니 이제와서 이사 들어가겠다고 무작정 우기면
결국 어쩔 수 없이 중개보수를 안 받고 울며 겨자먹기로 진행해줄 거라고 판단한 듯 싶었다.
그깟 중개보수 안 받을 수도 있지만 선의를 악의로 되돌리며 교묘히 얕은 수를 쓰는 게 너무 얄미웠다.
그런 건 또 못 참지...
그래서
"말을 바꾸고 억지를 부리시려면, 새로 한 계약 바로 해제시킬테니 계약금 배액배상 해주고 입주하세요!
새 임차인 계약 체결 직전에 동의하셔놓고 말을 바꾸시면 새로운 계약의 위약금을 당연히 물어주셔야죠"
라고 한 후 새로운 계약자인 회사측에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여 양해를 구하고 다른 집으로 옮겨주었다. 회사측은 계약 시 직접 아주머니와 통화하는 내용을 다 들었기에 '뭐 그런 사람이 있냐'고 두말없이 협조해주었다.
계약금 수천만원 날리지 않게 여러사람이 애써주었는데 중개보수 주기 싫어서 말을 바꾸고 이사들어오겠다며 오기를 부린다고?
"그래요 그럼 그냥 이사 들어오세요!"

냉정하게 통보하고 밀어붙였더니, 그뒤로 내내 잠잠했다.
그리고는 잔금을 이틀 앞둔 어느날 코가 석자나 빠진 아주머니가 부동산 사무실로 쭈뼛쭈뼛 들어섰다. 눈치를 살피며 사과하더니 잔금 시간을 몇시로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결국 오기를 부리다 잔금을 치르고 입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계약은 장난이 아니다, 이번 건은 그냥 계약금만 돌려주는 선에서 끝냈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하시면 안된다 했더니, 이렇게 일 잘 하는 부동산 처음 봤다며 연천에 선산이 있는데 그거 팔아주면 수수료를 두배로 주겠다는둥 영혼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잔금 날에는 아들과 와서 함께 와서 잔금 정산을 하였다.
언제나처럼 관리비를 정산해 봉투에 담아 아들에게 건네주고 정산서에 "이 관리비 금액을 수령하였음." 이라 쓰고 서명 날인을 받아 한 부씩 복사해 나누었다.
그리고 한달 후! 아주머니가 관리비 고지서를 들고 쫓아들어왔다.
쓰지도 않은 관리비가 30만원 돈이나 나왔다는 것이다.
모든 관리비는 후불 수납이라 잔금 날에 그 돈을 현금으로 드리지 않았냐 했더니 그럴리가 없다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막무가내로 우겼다. 그래서 아드님이 이렇게 자필로 서명날인하고 받아가지 않았냐 하고 정산서를 보여줬다.
잠시 후 아들과 함께 다시 들어온 아주머니.
서명은 중개사가 하라고 해서 그냥 한 거다. 돈을 받았다고 쓰게 하고 정작 돈은 한푼도 주지 않았다....
헐...모자가 하도 억지를 부리길래 홧김에 아들에게,
"아니 다 큰 어른이 돈도 안 받고 받았다고 서명했다는 게 말이 되나요?"
했더니 흘끔흘끔 어머니 눈치를 보며 말을 못했다.
어처구니 없는데 시끄럽게 실랑이 하는 것도 싫어서
"관리비 30만원 내가 드릴테니 그만 하고 돌아가시라~" 했더니 주섬주섬 챙겨서 나갔다.
모자가 나가자 이걸 지켜보던 직원이 난리가 났다.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사람들한테 돈을 주느냐.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일을 하는거냐. 30만원이 뭐 애이름인줄 아느냐...매번 저렇게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꾸는 사람들한테는 절대 10원도 주면 안된다...
그러던 차에 아주머니가 다시 들어왔다.
"30만원 지금 당장 주세요! 나중에 준다는 걸 어떻게 믿어..."
아무래도 내가 돈을 안 줄까봐 발길이 안 떨어졌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30만원 못 드립니다. 제가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했더니 잡아먹을듯이 달려들며
"아까 분명히 준다고 했잖아요.
우리가 이렇게 말바꿀까봐 다시 온 거예요! 사람이 말을 바꾸면 쓰나!
한번 준다고 했으면 줘야지! 어서 내놔요!"
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전세계약 새로 하라고 하셨다가 계약한 후에 말을 바꾸셨지요?
그래서 저도 말을 한번 바꿔봤습니다.
이걸로 서로 한번씩 허언에 대해 퉁친 걸로 하고
사모님도 저도 이제부턴 한번 한 말은 서로 지키도록 합시다."

아주머니도 아들도 아무말도 못하더니 휑 하니 나가버렸다.
수천만원짜리 계약으로 말바꾼 걸 겨우 수십만원짜리 관리비로 퉁친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심한 복수를 했다고 좋아하며 근사한 점심을 먹었다.
사는 일이 이렇게 우습다.
댓글 25
창조경제 · 2025년 8월 27일
계약이라는 의미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거에 당황스럽기도 하네요. 정말 콩심은데 콩납니다. 조심하며 삽시다.
오늘을살자 · 2025년 8월 27일
회의가 계속되 권리인 안다 말이 맞네요 200만원 다 잃을뻔한거 배려해주는건 참 나..
베테랑킴 · 2025년 8월 27일
진짜 꼼꼼하게 알아봐야하고.. 의심도 해봐야하고.. 조심해야겠어요
미니멀부자 · 2025년 8월 27일
맞아요. 진짜 계약은 장난이 아닌데.. 말 바꾸는것도 너무 쉽고.. 참..
말차우유 · 2025년 8월 27일
완전 무대뽀네요. 계약이라는 의미를 잘 모르시는 분 같습니다. 별별 사람이 다 있어요.
스위티자몽 · 2025년 8월 27일
자기가 먼저 말을 바꿔놓고 완전 적반하장이네요. 본인은 말을 바꿔도 되고 남은 말 바꾸면 안 된다는 건가요?
훠이 · 2025년 8월 28일
인간이 저러면 정말..이래서 cctv이런거랑 녹음 다 해둬야 하나봅니다
호우호우 · 2025년 8월 28일
이런 사람이 있어서 문제가 많을거 같아요 결국 똑같이 해서 갚아주네요
김다솔이에요 · 2025년 8월 28일
어휴 정말 욕이나오는 순간이네요ㅠ왜그러나요
빅토리아 · 2025년 8월 28일
와진짜 욕이 나오는 순간 인거같아요 ㅠㅠㅠㅠ. 진짜 . 녹음ㅇ ㅣ 그래서 ,,필수인거같아요 ㅡㅡ
아기새 · 2025년 8월 28일
진짜 계약을 저런식으로 해도되는건가요 . ㅠㅠ 진짜 CCTV도 있어야 되고 녹음도 필요할듯 하네요
팽오리 · 2025년 8월 28일
헐..30만원으로 말을 바꾸다니 진짜 저런 못된사람들도 있네요..
눈사라밍 · 2025년 8월 28일
계약은 장난이 아닌데 대체 저런사람들은 어떤사람들인지 알고싶네요
아아정복 · 2025년 8월 28일
진짜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봐야겠어요
치킨 · 2025년 8월 28일
30만원.. 별거 아닌 돈이기도 하지만 30만원으로는 할수 있는게 꽤나 많죠 아까 준다했음줘야지..!
호라이즌 · 2025년 8월 28일
진짜 이런 사람들이 종종 있겠죠? 스트레스받을듯
무슈 · 2025년 8월 29일
어우 어떻게 저럴수가 있을까요
아아정복 · 2025년 8월 30일
진짜 계약서 꼼꼼히 봐야겠어요
호잇 · 2025년 8월 31일
계약서 제대로 안보면 내돈이지만 제떄 못돌려 받더라구요 ㅠㅠ
와사비 · 2025년 9월 2일
무조건 큰소리 내면 다 들어줄 줄 아는건지
아아정복 · 2025년 9월 3일
어떻게 저럴수가 있을까여
헤일리 · 2025년 9월 3일
진짜 이런분들 만나면 난감할듯 휴 ㅋ
무슈 · 2025년 9월 5일
진짜 말바꾸는게어딨나요
뽀뽄 · 2025년 10월 9일
어휴, 정말 진 빠지는 일이었겠어요. 사장님 멋진 한마디에 속이 다 시원하네요!
청라룡 · 2025년 11월 11일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네요..하ㅠㅠ사람 스트레스가 제일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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