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전기요금, 아파트가 가장 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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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난방비를 붙잡고 씨름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결혼 후 처음으로 마주하던 공과금에 매우 놀랐던 사람이다. 뉴글에도 난방비 관련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그 계절이 지나고, 어느새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1년에 폭염이 이렇게 자주, 길게 찾아왔었나 싶은 요즘이다. 그래서 요즘엔 하루에도 몇 번씩 에어컨 리모컨을 손에 들었다 놨다 한다. 혹여 전기요금 폭탄을 맞으면 어쩌나 해서다.
나와 꼬북이는 주말이면 거의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에어컨 사용량이 많다. 다행히 평일엔 직장에 나가 있으니 주중엔 사용량이 줄긴 한다. 하지만 요즘 내 머릿속엔 온통 ‘전기요금’ 생각뿐이다. 특히 전기요금의 90%는 여름철엔 에어컨이 좌지우지한다. 그러니 이걸 어떻게든 관리해보겠다는 생각에 자꾸만 앱을 열어 사용량을 확인한다.
사실 지난해 3월 이 집에 입주한 이후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제대로 확인한 적이 없다. 보통 관리비와 같이 묶어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LG에어컨 앱을 열어 사용량을 한번 들여다봤다. 다행히 올해로 이 집에 산 지 1년이 넘어 비교군이 생겼다. 작년 7월 한 달간 에어컨 사용량은 약 79킬로와트(kWh)였는데, 올해는 지난 7월 11일 기준으로 벌써 50kWh에 육박했다. 단순 계산해봐도, 작년보다 더 쓸 가능성이 크다.
예년 같으면 7월 초는 장마철이라 에어컨을 거의 안 틀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고, 그 자리를 폭염이 대신했다. 더운 날씨가 길어졌으니 당연히 에어컨은 더 돌아간다.



지난해 7월~8월 전기 사용량과 에어컨 사용량.
그런데도 생각보다 요금은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지난해 고지서를 보니 작년 7월 관리비는 약 30만원. 이 중 전기요금은 3만~4만원 수준이었다. 흔히 말하듯 ‘술 한 번 안 마시면 한 달 시원하게 살 수 있는’ 가격이다.
7월보다 8월은 더 무덥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더 높아진다. 작년 8월엔 전체 전기 사용량이 약 218kWh였고, 이 중 201kWh는 에어컨이 차지했다. 그래도 전기요금은 10만원을 넘지 않았다. 또 우리집 전기 사용량은 누진세가 시작되는 450kWh 구간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다. 우리집은 에어컨을 좀 더 켜더라도 여유가 있는 셈이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집은 전기요금이 정말 적게 나오는 편이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은 이야기가 다르다. 24시간 냉방이 필요한 구조다.
특히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들 얘길 들어보면, 7~8월에는 단 한 번도 에어컨을 끄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휴가를 가도 펫캠을 통해 반려동물을 지켜보며 에어컨 상태를 체크한다. 그래도 월 전기요금은 20만~30만원 정도면 되니 여름에 그 정도 비용은 부담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에어컨은 대부분 인버터 방식이다. ‘껐다 켰다’하는 것보다 일정 온도를 유지하며 계속 작동시키는 편이 오히려 전기요금이 덜 나온다. 문제는 이 사실을 알아도, 여전히 종일 켜두는 게 불안하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에어컨을 오래 켜두는 게 잘 안된다. 습관이 안 들었기도 하고, 아마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절약 본능 탓도 있을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살던 시절, 거실 에어컨은 하루 2~3시간, 그것도 꼭 낮 시간에만 켰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에어컨을 오래 틀면 아주 큰 일이 난다고 믿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옛날에는 실제로 에어컨을 오래 틀면 요금 폭탄이 나왔다고 들었다)
나는 방에 벽걸이 에어컨을 따로 설치했지만, 그마저도 아버지 눈치를 보느라 오래 틀지는 못했다. 그때 익힌 ‘에어컨 조심 습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에어컨을 켜놓고도 “이제 끌까...”를 습관처럼 고민한다.
오늘 이렇게 에어컨 전기요금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어쩌면 우리 부부에게 있어 올해가 가장 전기요금을 ‘적게 부담하는’ 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언론에서는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강조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7월 13일인 지금은 여전히 장마철이다. 올해 장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장마철임에도 비는 오지 않고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기상청은 다음주 중에 장마비가 온다고 예보했다.) 내년, 내후년 여름에도 이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또 요즘은 6~8월이 여름이 아니라 4~11월까지가 여름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더운 날이 길어지기 때문에 에어컨은 단순히 여름 한 철에만 가동하는 가전제품이 아니라 연중 필요한 필수재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전 국민의 평균 전기요금은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앞으로 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에 거주하는 것이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기사를 찾아봤다. 일단 에어컨 요금을 가장 합리적으로 낼 수 있는 거주 형태는 아파트가 가장 유리하단다.
너무 오래된 구축아파트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아파트는 단열 성능이 우수하고, 구조도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어 외기 유입이 적다. 그 덕에 에어컨을 적게 틀어도 실내 온도 유지가 잘된다. 특히 우리집 같은 11층 중간층은 윗집과 아랫집의 냉방 효과까지 더해져 더위를 덜 느낄 수 있단다. 위로 갈수록 태양열을 받고, 아래로 갈수록 지열 영향을 받아 중간층에 사는 것이 가장 좋다는 얘기도 있다.
기사에서는 1990년 이전 지어진 주택의 경우 에너지 낭비율이 신축 대비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특히 옥탑방이나 최상층 주택은 복사열로 인해 내부 온도가 외부보다 3~5도 더 높게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친누나는 고양시와 은평구 사이 서오릉에 단독주택을 짓고 살고 있다. 약 2년 전에 완공했으니 신축이나 마찬가지임 셈이다. 요즘 날씨 어떠냐고 물으니 밤에는 에어컨을 잘 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원하다고 했다. 집이 산 아래에 위치한 영향도 있겠지만 벽이 대부분 돌로 만들어져 시원한 것 같단다. 물론 장마철이 지나 본격적인 여름이 왔을 때는 여기도 매우 덥다고 했다.
비교군이 많이 없어 단순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집도 결국엔 구축이나 신축이냐, 혹은 고지대냐 저지대냐 등 지역에 따라 에너지 손실분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창문 모습. 한 곳도 빠짐없이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
다만 주택은 요금에서 불이익이 존재한다. 아파트 단지 대부분은 주택용 고압 요금제를 적용받는다. 단지 전체가 대량으로 전력을 계약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가가 더 싸다. 하지만 단독주택이나 빌라는 대부분 저압 요금제 대상이다. 같은 사용량을 써도 요금이 더 많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전력이 2023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같은 200kWh를 사용해도 고압(아파트) 세대의 평균 요금은 약 3만6000원, 저압(단독·빌라)은 4만5000원 이상으로 1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더위를 더 견뎌야 하는 집이, 더 비싼 돈을 내는 셈이다.
이쯤 되면 전기요금도 부동산 계급처럼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요한 건 ‘집의 구조’이고, 냉방비 부담은 ‘사용량’보다 ‘거주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를 감안하면 ‘에너지 효율이 곧 자산가치’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미 제로에너지하우스나 패시브하우스 같은 고단열 고효율 주택이 프리미엄으로 인정받고 있단다. 그래서 한국도 2023년부터 공공분양주택에 제로에너지건축 인증을 의무화했고, 민간 아파트 단지에서도 열회수 환기장치, 이중창, 고효율 인버터 시스템이 분양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집을 고를 때는 단순히 평수나 브랜드, 위치만 따질 게 아니라, 여름철 전기요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 에너지 성능이 어떤 수준인지, 단열재와 창호는 어떤 자재가 쓰였는지까지 꼼꼼히 따져야 할 것 같다. ‘거주 형태에 따른 벌금’을 내기보다는 혜택을 보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이번 글을 쓰면서 우리집 에어컨 전기요금을 심도있게(?) 분석하다 보니 좋은 점도 생겼다. 아직은 우리집 전기요금이 너무 높은 편은 아니라는 점을 알았다는 점이다. 오늘만큼은 마음 편히 에어컨을 켜도 될 것 같다. 뉴글 독자들 모두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이 여름, 건강히 보내시길 빌어본다.
댓글 22
베테랑킴 · 2025년 7월 13일
아 잘 몰랐던 부분도 있었네요. 집의 구조과 거주 형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헤일리 · 2025년 7월 13일
글 잘봤습니다 요즘 날이갈수록 더워지다보니 참고하여 골라야겠네요..
호라이즌 · 2025년 7월 13일
공감합니다 집마다 전기세가 다르게 나오는 이유..
호우호우 · 2025년 7월 13일
하긴 다르긴 하죠..저는 고층이라 덥긴한데 그래도 문열면 시원해요
훠이 · 2025년 7월 14일
아무래도 위에사냐 밑에 사냐..에어컨이 어떤형인지 잘알고 쓰시는게 나으실듯
빅토리아 · 2025년 7월 14일
진짜 요즘들어서 .. 에어컨 ㅠㅠ 전기요금 너무 나와요 . ㅠㅠㅠ 집마다 에어컨 전기세도 다른거 같기는 하네요 ㅋㅋㅋ
아기새 · 2025년 7월 14일
요즘에는 전력사용량이 확인하기 쉽게 나오네요 ㅋㅋ 고층이면 더 나올수밖에 없을거같아요 ㅠ
팽오리 · 2025년 7월 14일
집마다 전기세가 다르게 나오는 이유가 이런게 있었군요..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눈사라밍 · 2025년 7월 14일
에어컨 사용도 잘 생각해보면서 슬기롭게 써야겠네요 ㅎㅎ
무슈 · 2025년 7월 14일
ㅠㅠ전기요금때문에 걱정이 많네요
아아정복 · 2025년 7월 14일
전기요금때문에 걱정이 많긴할것같아요
미니멀부자 · 2025년 7월 14일
잘 몰랐던 부분인데 좋은 정보 공유 감사합니다~!!
호잇 · 2025년 7월 14일
여름에 .. 진짜 전기세 폭탄 맞을까봐 무서워요 ㅠ
스위티자몽 · 2025년 7월 14일
7월인데도 너무 폭염이라 에어컨을 상시 가동 중인데 8월이 무섭네요. 단독주택이나 빌라의 경우 같은 용량을 써도 요금이 더 나온다는 건 몰랐는데 덕분에 배웠습니다.
말차우유 · 2025년 7월 14일
빌라가 확실히 에어컨 전기 요금이 많이 나오긴 하는 것 같아요. 빌라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 왔는데 더 많이 틀었는데도 전기 요금이 적게 나와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을살자 · 2025년 7월 15일
진짜 신생아 있을때 하루종일 켜두니까 오히려 더 적게나오더라고요 에어컨보다 난방비가 더 무서워요 ㅜ
창조경제 · 2025년 7월 16일
지금 에어컨이 필요한 시기라 이런 글이 정말 유요하네요 저의 집 구조나 이런것까지 꼼곰하게 확인해봐야하네요
호우호우 · 2025년 7월 19일
이갓도 궁금하긴 했어요 ㅋ 아무래도 평수랑 어디에 가까이 있는지가 문제
와사비 · 2025년 7월 21일
여름엔 에어컨이 필수인 시대라 이 점도 고려하긴 해야겠네요
치킨 · 2025년 7월 23일
집의 구조를 떠나서 에어컨이 인버터형이냐 아니냐 그리고 지혜롭게 틀고사느냐 아니냐가 중요한거 같어요
도기몬 · 2025년 10월 31일
아 이게 집 구조도 영향이 있었나요? 에어컨에 따라서 다른건줄 알았는데 몰랐던 정보네요.
베키 · 2025년 11월 12일
주거 형태에 따른 전기요금 차이 분석, 매우 실용적인 정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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