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던 신혼시절 누렸던 가장 럭셔리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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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없는 지상 산책로의 쾌적함
신혼 초, 우리는 가진 게 많지 않았다. 시작은 20평짜리 회사지원 구축 아파트. 너무 갖고 싶었던 리클라이너 소파를 혼수로 들였지만, 좁은 거실 탓에 의자를 펼칠 수조차 없었다. 소파는 그저 거실을 차지하는 애물단지에 가까웠고, 나는 거실 크기를 고려하지 않았던 나 자신을 탓하며 속상해하곤 했다.
그러던 우리에게 행운 같은 일이 찾아왔다. 서울에서는 꿈도 못 꿀 가격으로, 33평 신축 브랜드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하게 된 것이다.
그곳은 바로, 영종도였다.
새로 이사 간 집에서 리클라이너 소파는 처음으로 제 기능을 했다. 널찍한 거실, 아직 가구조차 채워지지 않은 휑한 공간이었지만 그 텅 빈 거실은 세 살배기 아이에겐 더없이 완벽한 놀이터였다. 동네 카페에서 받아온 미끄럼도 놓을수 있었던 공간. 아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는 일보다 행복한 일이 또 있었을까 싶다.

넓은 거실덕에 동네친구들 다 놀러와 함께 놀던 시절
"섬에서 살아?”
영종도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꼭 한 번 더 되묻곤 했다. 마치 우리가 도시를 떠나 외딴섬에라도 간 것처럼.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그 섬은 작고 조용한 안식처 같았다. 복잡하고 붐비는 도심 속 생활이 체질에 맞지 않았던 우리에게, 영종도는 정말 딱 맞는 보금자리였다.
아침이면 창을 열고 새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도시의 경적 소리가 아닌 자연의 소리. 공기가 맑은 곳에만 산다는 박쥐가 나타났을 땐, 진짜 자연 속에 살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공원과 산책로는 집 앞에 즐비했고, 매일 다른 공원으로 ‘투어’하듯 나가던 날들이 떠오른다.
나는 도시에선 운전이 늘 두려웠다. 긴장으로 온몸이 굳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곤 했다. 하지만 영종도의 넓고 한산한 도로에선 운전이 즐겁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주말마다 아이를 태우고 떠나는 드라이브는 우리 가족에게 소소한 일상이자 작은 일상의 탈출구였다.

내 머리위에 비행기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했던 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비행기였다. 하늘 위 점이 아닌, 진짜로 ‘지금 막’ 지나가는 그 거대한 기체와 웅장한 소리에 아이는 매일같이 하늘을 가리키며 엄마를 불렀고 우리는 영화를 보듯 그 광경을 목빠져라 지켜보곤 했다. 누군가에겐 소음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실사영화였다.
가끔은 공항 나들이도 즐겼다. 언제든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공항 옆 일상은, 살아본 사람만이 아는 묘한 에너지가 있었다.

월미도로 가는 배안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서해의 바다는 생각보다 맑았다. 특히 노을 질 무렵, 그 황금빛 물결은 여느 휴양지 못지않았다. 물이 빠진 갯벌은 아이에겐 최고의 놀이터였다. 한참 조개를 줍다 지치면, 모래사장으로 와 모래놀이를 했다. 매주 바다에 갈 때마다 괜히 설렜고, 현실에 지칠 때면 바다에서 마음이 위로받곤 했다.
영종도에선 어디에서든 바다가 배경이 됐다. 바다 뷰 키즈카페라니! 아이가 노는 동안 그 뷰를 즐기며 마시는 커피한잔의 여유가 참 행복했다. 공공 수영장조차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경 속에 자리하고 있으니 마치 휴가지라도 온듯한 기분이었다.
때로는 구읍뱃터에서 배를 타고 월미도로 떠나기도 했다. 그냥 평일 하루였을 뿐인데, 큰 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다니.. 일상의 변화가 참으로 신기했다.

키즈카페에서 바라본 바다뷰
영종도에서 우리가 누렸던 소소한 행복 중 하나는 가끔씩 동네 호텔 뷔페에서 저렴하게 식사하는 거였다. 비수기 프로모션 덕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었고, 아이가 디저트를 신나게 골라 먹는 모습을 보는 게 큰 기쁨이었다. ‘만원의 행복’ 같은 브런치 이벤트도 가끔 열리곤 했는데, 바다뷰 호텔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시간은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국에서 사는 동안 공원에서 보냈던 시간이 가장 많았던 영종도
하지만 영종도의 가장 큰 단점은 서울로 오가는 시간이었다. 서울역 기준 1시간 이상을 잡아야 하는 거리가 큰 부담이었다. 거기에 더해지는 비싼 대중교통비용까지. 다리 건너 있는 동네라서 독립운임구간으로 나뉘었고 환승 할인도 안됐다.
지하철도 2배정도 비싼 비용을 지불했다. 자차를 이용할땐 다른 고속도로보다 비싼 통행료가 부담스러웠고, 회식 후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야 하거나 대리를 불러야 할 땐 꽤 큰 비용이 나갔다. 영종주민할인으로 통행료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우리는 공항버스나 지하철을 주로 이용해 비용을 아꼈다.
하지만 타지역에 비해 훨씬 저렴한 전세 덕분에 전세대출 이자가 적게 나가, 교통비로 나가는 돈은 충분히 감당할 만했다. 타지역의 비싼 전세나 대출 이자를 생각하면, 영종도에서의 생활비가 훨씬 여유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나마 영종도에서 도심으로 가는 고속도로들은 대체로 정체 없는 길이 많았다. 시댁이나 친정을 갈때 거리는 멀어도 오히려 도심에서 다닐때 보다 시간은 덜 걸렸다. 도심에서 길이 막힐때 마다 느꼈던 답답함이 되려 나에게는 더 큰 스트레스였다.
상업시설도 많지는 않았지만, 나는 오히려 그게 좋았다. 선택지가 적으니 덜 고민하게 됐고, 예쁜 카페 하나가 새로 생기면 동네 맘카페가 들썩이던 시절도 정겹게 기억난다. 청라나 송도에 비하면 한산했지만, 그래서 하나 하나 새로운 시설이 생기는 것 자체가 소중했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영종도도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영종도내에 위치한 백운산에서 바라본 전경
요즘 영종도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대교통행료가 주민은 무료이고 연륙교 개통도 눈앞까지 다가왔다. 청라까지 10분 거리로 연결되고 나면 영종도 주민들의 삶의 질은 한층 높아질거 같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라는 랜드마크 같은 시설도 생겼고 미단시티쪽에선 국제학교도 추진중이라고 한다. 청라 쪽 스타필드와 대학병원, 코스트코 생활권까지 연결된다면 그 조용했던 섬의 모습이 꽤나 달라질거 같다.
송도처럼 눈부신 성장을 이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육아와 실거주라는 관점에서 나는 여전히 영종도를 선호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돈이 없어도 누릴 수 있는 행복들을 배웠다. 노을 질 무렵 바다를 보며 마신 맥주 한 잔의 여유, 갯벌에서 아이와 놀던 소중한 시간들, 그리고 가족간의 유대감을 더욱 단단히 해주었던 그곳.
그 시절, 우리는 정말 마음이 부유했다.
지금 누군가 나에게 “다시 그곳에서 살고 싶어?”라고 묻는다면 나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말할 것이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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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웃으면된다고생각해 · 2025년 5월 5일
영종도 우리 가족도 살고잇는데 살기 좋던데 조용하고 구읍뱃터도 그렇고 예쁜 카페도 많더만 우리 가족들도 만족해햇음 공항도 가깝고ㅋ
나안아... · 2025년 5월 5일
영종도!!!! 전엔 아무것도 없다 했지만 요새는 이것저것 다 생겼더라고요! 학군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용 서울 다니기가 힘든 건 맞지만..ㅜ 인천은 어쩔 수 없으니까 아무래도.. 저도 살 여건만 되면 살고싶네용ㅎㅎㅎ
빠꼬미 · 2025년 5월 6일
억 저 몇일전에 영종도 다녀왔어요
2년전보다 또 더 발전햇던데 괜찮았어요
서울까지도 1시간 정도면 뭐 나쁘지 않은듯하고 일단 안에 있을건 다 있으니까...
미스터차차 · 2025년 5월 6일
영종도 누가 투자하라 했는데 ㅜㅜㅜ 했어야하네요 ㅜㅜ낯설어서 안했는데 ㅜㅜ
머니트리 · 2025년 5월 6일
사는 지역에 따라서 아이들의 사고 확장 차이가 큰것같애요
역시 넓은 곳 보고 살아야합니다
파죽지세 · 2025년 5월 6일
회사가.... 영종도는 조금 무리가 있더라구요 놀러가는것만으로 만족합니다
거기 꼬막 비빔밥 먹으러 또 가야겠네요 요즘 양 많이 줄였던데...
신도시맘 · 2025년 5월 6일
진짜 공감되네요 대중교통만 해결되면 완벽할텐데 출퇴근이 크긴커요
부릉이 · 2025년 5월 6일
미투입니다 기회를 이렇게 발로 그냥 차버렸네요😅
또 이런 투자처 있을까요 예전에 송도때도 날렷던 저인지라 이쯤되면 지표수준 ㅜ
습관의힘 · 2025년 5월 6일
영종도 최근 교통망도 많이 개선되고 인프라도 올라가는 중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지금이 기회일지도!
마포경찰관 · 2025년 5월 6일
좋다~좋아~ 앞으로 영종도는 더 크게 발전 할거예요~
자연과 어우러져서 발전하는 도시가 되길 바라며~
샤인머스캣 · 2025년 5월 6일
너무 좋아보여요🥺 주변에 인천공항도 있고 월미도도 바로 가고 운서역도 있고 점점 발전하지 않을까요??? 저도 저기서 살구 싶어요!! 가에는 호텔도 꽤 있던데!! 발전할 일만 남지 않았나요
집좀사자 · 2025년 5월 6일
출, 퇴근만 어찌 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역시 완벽한 곳은 없는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종도 살기 괜찮아 보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초록만장 · 2025년 5월 8일
와 비행기 ㅋㅋㅋ 심각한데.. 솔직히 비행기 소음은 적응하냐 못하냐이지 좋다고 하는 사람은 처음봐서 신기합니다
엘레이맘 · 2025년 5월 9일
영종도 실거주 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주거지와 공항간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소음문제는 없습니다 김포공항 근접지역과는 확실히 다르지요 표현이 모호했던거 같습니다
은주엄마 · 2025년 5월 16일
저도 신혼 때 어두컴컴한 빌라촌 골목을 지나고 역에서 거리도 먼 집에 살았었는데 생각해보면 신혼이었기 때문에 그마저도 낭만적으로 기억되지 않나 싶네요
치킨 · 2025년 8월 5일
영종도에 공항도 있고 인스파이어리조트에 이쁜 카페들도 종종 있어서 좋은 거 같기는 해요 ㅎ
훠이 · 2025년 8월 9일
정말 교통만 해결되면 좋을텐데..차만 있음 갠찮는데
김다솔이에요 · 2025년 8월 14일
요즘은 신혼부부들이 정말 집하나사기가 얼마나힘든 세상인지ㅠㅠ
아기새 · 2025년 9월 26일
맞아요 진짜 . 대중교통이나 교통이 잘 되어있다면 좋기는 하죠 . ㅎ 근데 진짜 교통이 중요한듯해요
눈사라밍 · 2025년 10월 8일
진짜 영종도 요즘은 많은것들이 생겼더라구여
호잇 · 2025년 11월 13일
소소한 행복이었떤거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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