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우루스

[정비사업 투자 기본지침서③] 정비사업, 정책을 알아야 정답이 보인다

Mr.리퍼비시먼트읽는 데 약 4

[편집자주] 서울의 주택 공급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비사업의 수많은 이해관계와 복잡한 절차, 들쭉날쭉한 정보, 어려운 용어 속에서 입문자들이 방향을 잡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정비사업 투자 기본지침서]는 정비사업이 생소한 부린이들을 위해 정비사업의 기초를 알려드리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막연하고 어렴풋한 지식만으로 투자를 해온 ‘투자자’에겐 정비사업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제공해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서울‧수도권에서 정비사업을 빼곤 유의미한 주거공급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비사업을 이해하지 못하고선 제대로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기가 어렵지요.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성공적인 투자, 성공적인 운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히 ‘역세권’, ‘브랜드아파트’ 이런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정비사업은 단순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정비사업은 3가지의 요소가 얽혀있는 사업입니다. 정비사업은 토지이용의 내용을 바꾸는 '도시계획', 건물의 모양과 규모를 바꾸는 '건축계획'을 결합한 사업입니다. 여기에 PF와 같은 금융도 연관이 돼 있지요. 도시와 주거를 개선하고 인구의 이동과 구성 변화도 포함됩니다.

 

역세권이냐 하는 것은 주변 환경과 여건을 설명하는 요소에 불과하죠. 금융은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건설사의 신용 보강과 토지 담보를 근간으로 하는 조달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핵심 요소가 되긴 힘들 것입니다.

 

‘건축계획’은 말그대로 어떤 건물을 어떻게 지을 것이냐에 대한 계획입니다. ‘설계’와 ‘시공’이 건축계획에 포함되는 요소입니다. 아파트 브랜드나 마감재 같은 것들도 건축계획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시공사 의존적인 자금 조달구조, 공사비 증액 구조 등 부가적인 다뤄야 할 내용도 많습니다.

 

‘도시계획’은 이 땅에 무엇을 어떻게 배치할지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이 땅은 도로로, 저 땅은 공원으로, 여긴 공동주택으로 쓰자고 결정하는 거죠. 최고 높이를 정해놓거나 용적률, 건폐율의 한도를 정하는 것도 도시계획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정비사업을 통해 만들어질 건축물의 ‘한도’를 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도시계획을 ‘정비사업의 밑그림’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론 건축계획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비중으로 따져볼 때 도시계획이 건축계획보다 중요하지 않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도시계획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도시계획은 해당 정비사업 사업성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정비사업에 투자하는 분들이 도시계획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적률 정도를 알면 많이 아시는 축에 속하니 말입니다.

정리하면 정비사업은 도시계획과 건축계획 잘 맞물려 떨어질 때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쪽이 미흡하면, 땅은 바뀌었는데 집은 불편하거나, 건물은 멋진데 기반 시설이 엉망이 되는 일이 생기는 거죠.

이번 편에서는 건축계획보단 도시계획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건축계획은 전체 절차로 볼 때 중반~후반부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도시계획은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닙니다. 토지이용의 내용을 바꾼다는 것은 행정보다는 정치적 행위에 가깝죠. 어느 지역을 개발하고, 어느 지역을 보존할 것인가. 어떤 곳을 고밀, 고층으로 짓고 어떤 방식으로 지역 균형을 이룩할 것인가 같은 생각이 담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도시계획은 철학과 가치가 충돌하는 도시의 사상전이 벌어지는 최전선의 전장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시장이 바뀌었을 때 부동산과 관련해 대출이나 세금과 함께 가장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도시계획입니다. 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출구전략’과 ‘기념동 남기기’와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신통기획’을 비교하면 더 와닿으실 겁니다.

 

도시계획을 둘러싼 사상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길고 긴 이야기죠. 그리고 갈수록 ‘정파적’ 성격을 띠며 첨예한 대립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계획 사상전의 가장 밑바닥에는 ‘지공주의’(地公主義)와 ‘성장주의’가 강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지공주의는 사유재산은 인정하되 토지(=땅)는 공공의 것이기에 개발이익의 일정부분 내지 대부분을 공공에서 환수해야 한다는 사상입니다. 성장주의는 효율성과 경쟁을 촉진해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생각을 말합니다.

이러한 도시계획을 둘러싼 사상전은 국내 경제 학파들과 결합하면서 정치적 성격을 강화해왔습니다. 지공주의는 "효율보다 형평,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한 학현학파와 결합합니다. 성장주의는 자유경제와 성장 후 분배를 중요시하는 서강학파와 결이 맞습니다. 수정주의로 일컬어지는 케인즈학파와 맞닿아 있는 조순학파는 이 둘의 중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 경제학파는 우리나라 정권마다 핵심 경제 멘토이자, 관료로 경제발전과 국토개발을 모델링 했습니다. 서강학파에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경제 성장을 이끈 관료 집단이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학현학파는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 발탁된 인사가 많죠. 조순학파는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에 걸쳐 등용됐습니다.

 

그럼 2025년 6월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대통령은 바뀐 상태죠. 서울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오세훈 시장이 이끌 예정입니다. 경기도는 민주당의 김동연 지사가, 부산은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이 맡고 있습니다. 주요 시도마다 다른 양상으로 도시 정비와 개발이 이뤄지는 상황으로 볼 수 있죠.

 

다만 정비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데에는 현재 여야가 의견이 없는 상태입니다. 박원순 시장 시절 워낙 출구전략을 열심히 한 탓에, 2030년 정도까지 주택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여야 합의로 ‘노후계획도시 정비에 관한 특별법’(노후도시특별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데에 합의했기 때문이겠지요.

도정법 개정은 사업성 개선과 추진 속도 향상에 방점이 찍힙니다. 2023년 역세권 용적률을 법적상한의 1.2배까지 허용하기로 했죠. 합의 전 단계인 ‘추진위원회’ 구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해주고, 동의서 의제(앞 절차에서 낸 동의서를 통해 뒤 절차까지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 범위도 넓혔습니다. 동의율 요건에도 변화를 줬고, 재건축을 발목 잡던 안전진단 체제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노후도시특별법은 사업성 개선과 정부 주도의 ‘통합재건축 및 인프라 구축’이 핵심으로 꼽힙니다. 용적률을 올려주고 공공기여를 줄여주는 대신, 단지들을 블록으로 묶어서 순환 재건축하겠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에선 법과 별도로 조례와 기본계획을 통해 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 중입니다. 공시지가에 따라 임대주택을 줄여주는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과 건물 위에 조성하는 공원녹지를 공공기여로 인정하는 ‘입체공원’이 대표적입니다. 심의 전에 먼저 서울시에서 계획을 점검해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 ‘신속통합기획’도 2021년부터 도입했죠. 올해 들어선 규제철폐 시리즈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선 제가 뉴글에 이미 많이 기고를 해놓았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입체공원 허용이 가져올 미래(서울시 규제철폐 6호)

서울시, 규제철폐 드라이브…초고층 도시로 개조?(규제철폐안 총정리)

미래도시펀드, 1기 신도시 구할 '히어로'일까?

이제 관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느냐겠지요. 예전부터 이야기하던 기본주택 같은 정책을 실제로 밀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지난 정부에 이어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말이죠.

저는 정책은 결국 인물에게서 나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멘토이자 정책의 시발점이 되는 인물로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을 꼽고 있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사실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조직이죠.

그럼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기본주택을 설계 및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분인데, 아직까진 조용합니다. 이한주 위원장 개인적으론 청담삼익(청담르엘)과 성남의 대형아파트 등 수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지요. 아들들의 생일에 부동산을 선물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예측과 예상이 힘든 상황이기도 합니다.

탈 사상으로 가는 것일지, 아니면 계속 도시계획을 둘러싼 사상전이 이어질지 다같이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댓글 8

  • 도란 · 2025년 6월 15일

    탈 사상으로 가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

  • 구마야 · 2025년 6월 16일

    요즘 재개발이 핫한거 같네요?

  • 도아라 · 2025년 6월 17일

    알다가도 모르겠다 부동산 정책은...

  • 빅토리아 · 2025년 7월 25일

    진짜 너무 어려운 부분.. ㅠㅠ 부동산 정책도 항상 바뀌니까 .. 늘 뭔가 어려운거 같아요 ㅠㅠㅠㅠ

  • 아기새 · 2025년 7월 25일

    정비사업 공부.. ㅎㅎ 어렵습니다 . 요즘진짜 재개발이 많은거 같아요 공부좀 슬슬해야 겠습니당

  • 호잇 · 2025년 9월 8일

    부동산 정책은 계속 바뀌다 보니 주기적으로 공부해야 겠더라구요

  • 스위티자몽 · 2025년 11월 3일

    진짜 부동산 정책은 봐도 봐도 어려워요. 계속 정책이 바뀌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계속 체크 필수입니다.

  • 말차우유 · 2025년 11월 3일

    정비사업이 특히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듯해요. 10.15 대책 이후 정비사업 시장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는데,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