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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가 학비를 없앴는데, 왜 보스턴 월세는 더 올랐을까?

엘레이맘읽는 데 약 3

연소득 20만불이하 가정의 학생들에게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기로 결정한 하버드 출처 : 하버드홈페이지

하버드의 '착한 정책'이 만든 뜻밖의 부작용

교육 평등을 꿈꿨는데, 주거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면?

하버드가 내놓은 꿈같은 조건

2025년, 하버드 대학이 발표한 재정 지원 확대 소식은 정말 파격적이었다. 연소득 10만 달러(약 1억 3천만 원) 이하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은 물론이고 기숙사비, 식비, 건강보험료까지 전액 지원한다는 것. 거기에 1학년들에게는 2천 달러(약 260만 원)의 스타트업 보조금까지 얹어준다니.

연소득 20만 달러(2억 6천만 원) 이하 가정도 최소한 등록금은 전액 면제받는다. 미국 가정의 86%가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이보다 더 포용적인 교육 정책이 또 있을까?

사실 하버드는 예전부터 성적이 아닌 재정 상황을 기준으로 한 장학금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가정 소득에 따른 재정 지원을 받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확대로 혜택 범위가 훨씬 넓어지면서, 부모님 지갑을 열어보지 않아도 하버드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거다.

그런데 캠브리지 월세가 더 올랐다고?

문제는 이 '착한 정책'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보스턴, 특히 하버드 주변 캠브리지의 월세 시장에서 말이다.

캠브리지의 1베드룸 아파트 평균 월세는 현재 3,484달러(약 450만 원). 전년 대비 3.51% 오른 수치다. 하버드 스퀘어 근처 괜찮은 아파트라면 월 4천-5천 달러(520만-650만 원)는 기본이다.

더 놀라운 건 큰 아파트일수록 월세 인상률이 높다는 점이다. 5베드룸 아파트는 무려 5.44%나 올랐다. 학생들이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큰 집의 수요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하버드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대학원생·교수용 아파트(하버드 주택)의 월세도 평균 5%, 최대 6.5%까지 인상되었다. 하버드 조차 자신들 소유 건물의 월세를 올리고 있으니, 민간 시장은 오죽할까.

학생들이 선호하는 큰 아파트들의 높은 상승률 출처 : BOSTONPADS

선한 의도가 만든 역설

이게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전형적인 사례다.

하버드의 재정 지원으로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나아지자, 오프캠퍼스 주거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물론 예전부터 하버드는 재정 기준 장학금으로 많은 학생들을 지원해왔기 때문에, 하버드 학생들의 경제적 여건은 다른 대학에 비해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지원 확대로 더 많은 학생들이 여유로운 주거비 예산을 갖게 되면서, 기존 패턴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특히 상급생, 대학원생, 국제학생들은 기숙사보다 자유로운 민간 아파트를 선호한다. 전체 학생 2만 5천-3만 명 중 상당수가 캠브리지나 인근 올스턴, 서머빌 지역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공급이다. 캠브리지는 역사적 건물 보존 규제 때문에 새 아파트 건설이 쉽지 않다. 건설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공사비가 60%, 땅값이 20%를 차지한다. 결국 한정된 공급에 늘어난 수요가 부딪히면서 월세는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하버드 학생들이 돈이 많아졌네?'라고 생각하며 월세를 더 올리게 된다. 이게 바로 수요와 공급의 냉혹한 현실이다.

미국내 명문대 인근 주택의 렌트 중앙값 출처 : RENTHOP

누가 피해를 보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교육 평등을 위해 시작된 정책이 주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재정 지원을 받는 학생들은 비싼 월세를 감당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여파로 전체 지역의 월세가 오르면서 다른 계층은 더 큰 부담을 지게 되었다. 보스턴 중산층(연소득 3만-7만5천 달러)의 41%가 이미 소득의 30% 이상을 월세로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추가 상승은 치명적이다.

더 비극적인 건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고소득층 학생들조차 더 비싼 월세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소득 20만 달러가 넘는 가정의 학생들은 오히려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역 서비스업 종사자나 저소득 가정들은 점점 더 멀리 밀려나고 있다. 캠브리지의 카페 직원이나 청소업체 직원들의 월 소득은 보통 2,000-3,000달러 수준인데, 1베드룸 월세가 3,500달러를 넘어서면 소득의 100% 이상을 월세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받는 하버드 학생과 불안정한 서비스직 직원 사이에서 선택한다면 당연히 전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은 더 저렴한 외곽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지만, 그러면 캠브리지까지의 출근 교통비와 시간이 추가로 부담이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되면서 캠브리지는 점점 더 '하버드 학생들만의 동네'가 되어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 원래 저소득층이 살던 지역에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그 동네가 고급화되고 기존 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

선한 의도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버드의 재정 지원 확대는 분명 훌륭한 정책이다. 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뛰어난 학생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한 분야에서의 선한 정책이 다른 분야에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걸 이번 사례가 여실히 보여준다.

공급을 늘리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걸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게 가장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선한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 결국 실거주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한국에서도 많이 봐왔다.

특히 교육과 부동산이 결합하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 우수 학군 집값이 늘 비싼 것처럼, 명문 대학가 주변의 월세는 늘 상승곡선을 그린다. 이런 정책마저 그 상승곡선에 플러스를 더해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육의 꿈과 주거의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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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조미니 · 2025년 6월 5일

    학비가 비싸서 못갔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서 못가겠네요 🤣 🤣

  • 바래기 · 2025년 6월 5일

    10년 동안 하버드 대학 학비 +생활비 포함한 추이 입니다 해마다 약간씩 인상이 되긴 했어요

  • 엘레이맘 · 2025년 6월 6일

    답변 감사드립니다. 본 내용은 등록금 재정지원이 지역월세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글입니다.

  • 인생쿨핏 · 2025년 6월 11일

    재밌네요

    근데 트럼프때문에 하버드 등록금 재정지원 계속 가능할런지

  • 엘레이맘 · 2025년 6월 11일

    트럼프의 하버드 재정지원 축소이후에 나온 발표라 더 의미있다고 합니다.

  • 곤니치와 · 2025년 6월 12일

    코로나 때 재택근무로 실리콘밸리 집값이 떨어지고

    하버드 등록금 지원으로 주변 집값이 오르고

    경제가 알수록 어렵고 재밌음

  • 아기새 · 2025년 7월 24일

    진짜 학비 너무 비싼거 같아요 한국도 그렇고.. ㅠㅠㅠ 공부하기도 돈없으면 너무 어렵네요 ..

  • 훠이 · 2025년 8월 11일

    학비..장난 아닌거 같은데..외국은 다 비싼거 같아요

  • 새우깡 · 2025년 9월 8일

    하버드의 지원이 오히려 이런식으로 돌아오기도 하네요 부동산이란 ㅎㅎ

  • 와사비 · 2025년 9월 9일

    학생들 복지를 위해 내놓은건데 오히려 주변 집값을 올리는 결과로 나타나네요

  • 호잇 · 2025년 10월 6일

    ㅋㅋㅋ 월세는 오르나디 ㅠㅠ 학생들은 결국 돈을 내야하네요

  • 말차우유 · 2025년 11월 8일

    하버드 주변 월세가 오르게 되면서 기존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떠나게 되는 현실이 발생하다니. 우리나라도 보면 대학가 주변 월세가 높죠. ㅠㅠ

  • 스위티자몽 · 2025년 11월 9일

    학비가 없어져서 좋아했더니 월세 부담이 커진 셈이군요. 학생들을 위해 재정 지원 확대를 한 것인데, 교육과 부동산이 결합하니 다른 부작용이 보인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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