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부동산'이랑은 하기 싫은데!
양콩읽는 데 약 4분
아파트 A동 10층 매물을 3억 원에 의뢰받아 광고를 올렸다.
어느 날 손님이 A동 매물을 특정해서 찾았다. 나에게 접수된 A동 매물은 10층 하나밖에 없었다.
이왕이면 여러 물건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다른 매물도 살펴보던 중, 30분 거리의 한 중개사무소에서 같은 동, 같은 층 매물을 2억 5천만 원에 광고하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동, 같은 층 매물의 가격 차이가 무려 5천만 원이라니.

'옆집인가 보다, 무슨 급한 사정이 있어서 급매로 내놓았나 보네.'
해당 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공동중개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했다.
다음 날 오전 10시에 집을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그날 늦은 저녁, 그 중개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실은 집주인은 3억에 내놨는데, 내 생각에는 2억 5천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서 그렇게 광고했는데,
집주인이 왜 마음대로 가격을 내렸냐고 화를 내네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고객이 의뢰한 가격이 아니라 본인 판단으로 가격을 낮춰 광고했다고?
"혹시 3호 물건인가요? 저도 3호를 3억에 광고 중인데."
그러자 상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3억에 팔아준다고 한 중개사가 그쪽이었어요? 덕분에 내가 2억 5천에 못 팔게 됐네."
나는 더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다음 날 손님에게 집을 보여주었고, 가격을 1천만 원 조정해 2억 9천만 원에 계약이 성사되었다.
사실 그 중개사무소와는 이전에도 사건이 있었다.
살고 있던 세입자가 만기일에 맞춰 이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집주인은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날짜에 맞춰 집을 비워달라고 신신당부하던 전세 매물이 있었다.
당시 전세시장이 주춤하면서 손님이 많지 않아 계약이 늦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다른 부동산에서 LH 전세로 계약하기로 했어요.
가계약금도 받았어요."
나는 계약 금액을 듣는 순간 고개가 갸웃해졌다.
내 기준으로는 그 금액에 LH 전세 진행이 쉽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일정이었다.
기존 세입자가 나가기로 한 날짜가 임박한 상황에서 LH 전세는 심사, 승인, 계약서 작성 등의 절차를 거치다 보면 최소 한 달 반 정도가 필요하다.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우려를 전달했다.
"금액도 그렇고 일정도 그렇고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집주인은, 상대 중개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본인들이 다 확인했고 날짜도 알아서 당겨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임차인이 나가는 날에 맞춰 보증금만 문제없이 반환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으니까.
그런데 2주가 지난 어느 날, 집주인에게서 울먹이는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 중개사가 갑자기 전화해 LH 전세임대 계약이 취소됐다고 알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걱정 말고 기다리라고 하더니, 이사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한 것이다.
집주인이 따졌더니 돌아온 답은 더 황당했다.
"안 되는 걸 어떡해요."
그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했다.
집주인은 충격을 받아 거의 패닉 상태가 되었다.
보름 후면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집주인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진정시켰고,
보름 후 이사 나갈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았다.
또한 새로운 임차인을 급히 구해 가까스로 상황을 수습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여러 사람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중개사라고 알고 있었던 사람은 중개보조원이었고
자격증을 건 공인중개사는 아들이라고 하는데(진위 여부는 모르겠음), 계약서 도장 찍을 때만 잠깐 나오고
모든 업무는 중개보조원이 도맡아서 처리한다는 이야기를 주변 중개사들에게서 들었다.
솔직히 같은 공인중개사로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다.
아무리 중개보조원을 고용했다 하더라도 중개보조원은 단순 사무보조 업무만 수행할 수 있을 뿐,
계약과 관련된 확인설명과 진행은 공인중개사가 직접 해야 한다.
그런데 자격증만 걸어놓고 있는 것 자체가 자질 부족이고 불법행위다.
중개사들은 업무 특성상 다른 중개사무소와 공동중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 부동산이 무자격 컨설팅 사무소인지, 아니면 자격증 대여업소로 실제 중개행위는 중개보조원이 도맡아 하는지, 마지막으로 한 곳에서 오랫동안 사고없이 신의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먼저 체크한다.
대부분의 공인중개사들은 본인 자격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책임감있게 중개하지만,
무자격 컨설턴트나 자격증 대여업자는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뢰인들도 지금 나에게 물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사람이 공인중개사가 맞는지,
계약서를 작성하는 그 사람이 정말 공인중개사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중개사무소에는 개업공인중개사의 사진이 붙은 개설등록증을 게시하게 되어있다.
공동중개는 단순히 손님을 연결하는 행위가 아니다.
계약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설명 의무를 함께 부담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도 함께 진다.
그래서 공동중개를 할 때는 상대 중개사무소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살펴보게 된다.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뢰인과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얼마 전 공동중개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물론 공동중개를 빌미로 담합을 하거나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동중개 자체를 법으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는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중개를 거절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확인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고, 불법행위를 하는 중개사무소와의 공동중개를 거부한
중개사까지 처벌하는 것이 과연 의뢰인 보호를 위한 제도일까.
공동중개는 강제가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먼저
무자격 컨설팅 업자, 자격증 대여업소부터 척결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공동중개 강제 법안에 반대한다!
댓글 19
세르미온느 · 2026년 6월 24일
솔직히 이 글을 읽고 나니까 중개사의 신뢰 문제가 진짜 큰 거 같음 ;; 같은 물건인데 가격 차이가 이렇게 나니까 중개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가격이 이렇게 다르면 제일 싼 데 잘못 가면 진짜 큰일 날 수 있겠단 생각이 듦. 집도 비슷하게 구할 때 다녀 온 동네가 어떤지 다시 체크하는 게 중요할 것 같음. 지금 시대에 그 누구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집 보러 가는 게 무섭기도 해 ;;
시월의꽃 · 2026년 6월 24일
아 여기 예전에 뭐 생긴다 하지 않았나 인듯 막상 보니 별로 끌리진 않네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것 같은 인듯 결국 사람들이 어느 중개사를 믿고 가야 할지도 애매한 느낌이 드는듯 가격이 이렇게 차이 나면 확실히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인듯
공디도 · 2026년 6월 24일
중개사들 믿기가 진짜 어렵지 뭔가 저렴한 가격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실거주 만족도는 떨어지고 집값 오르는 건 하늘의 별 따기 같은 거 아닌가? 이런 삶 계속 살고 싶어?
별현자 · 2026년 6월 24일
이 동네에 뭐 생긴다더니 결국 이런 일이 나올 수 있는 건가요 중개사 잘못 걸리면 마이너스가 생각보다 크다면서요 사람 사는 데는 신뢰가 제일 중요할 것 같은데 가격 오르는 건 좋지만 이게 다 돌고 돌면 진짜 복잡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듯 싶은데 이거 계속 이렇게 가면 어떻게 될까
도레미 · 2026년 6월 24일
중개사의 역할이 정말 크다보니깐 믿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할 수 있는 분과 컨텍하는게 중요한거같아요 ~
말차우유 · 2026년 6월 25일
자격증 대여나 보조원이 다 처리하는 곳 진짜 많더라고요ㅠㅠ 글 읽으니 앞으로 계약할 때 명함이랑 등록증부터 꼼꼼히 확인해야겠단 생각이 확 드네요!
스위티자몽 · 2026년 6월 25일
안 그래도 요즘 부동산 관련해서 말 많은데 이런 데 걸리면 진짜 피 마르겠어요..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책임감 있는 소장님 만나는 게 복인 것 같아요.
함께하기 · 2026년 6월 25일
이런 일이 있었군요 ;; 근처에서 여러 매물이 돌아다니는 걸 본 기억이 나는데 중개사마다 가격 책정이 틀리니까 손님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겠죠 ㅋㅋ 예전에 지나치며 동네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는데 주민분들이 정말 친절했던 기억이 나네요 교통도 적당히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살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이제 믿을 만한 중개사를 찾는 게 최우선이 될 듯 싶어요 ;;
멍보리 · 2026년 6월 25일
와 솔직히 이 동네 교통은 괜찮은 것 같은데 뭔가 찜찜한 느낌임 예전에 저 근처 좋은 거 생긴다고 해놓고 막상 별로 나아진 건 없는 것 같고 집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네
팽오리 · 2026년 6월 26일
요즘은 중개사들도 사기를 많이치다보니까 이제 다 불신이 되버린것같아ㅠ
눈사라밍 · 2026년 6월 27일
요즘은 부동산도 잘 알아보고 거래 해야될 것 같아요
하놩 · 2026년 6월 27일
정직하게 하는 공인중개분들도 계시지만 편법을 이용하는 분들때문에 인식자체가 안좋아져서 속상하네요ㅜㅜ
껄껄껄 · 2026년 6월 27일
부동산괴 거래시 중개사분들니 정식인지 아닌지 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중개보조원이 중간에 껴서 진행되는 곳은 피해야할거 같은데 그게 가능할까 걱정이네요
브라키오 · 2026년 6월 27일
부동산 잘 알아보고 거래해야되는거같아요.. 진짜 양심적인 곳도 있지만 안그런곳도 많아서.. 잘 알아보고 가야겠더라구요
신혼두두 · 2026년 6월 27일
와 근데 저희 부모님도 십수년 전에 똑같이 비슷한 거 겪으셨어요. 부동산에서 맘대로 "오백은 깎아줄게요~" 해서 오케이했는데 집주인은 절대 못깎아준다고 했던 ㅠㅠ
어느여름 · 2026년 6월 27일
임의로 매물 가격을 낮춰 올리거나 무자격 중개보조원의 과실로 계약을 깨뜨리는 등 현장의 생생한 리스크 사례를 보니 확 와닿네요. 공동중개를 무조건 법으로 강제하기 전에, 무자격 컨설팅이나 자격증 대여업소 같은 불법 행위부터 철저히 단속해야 피동적인 의뢰인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포근포근쿠키 · 2026년 6월 28일
진짜 부동산이 꼭 자기들 것처럼 이야기하고 가능할 것처럼 하더니 결국에는 안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공간의가치 · 2026년 7월 7일
발품팔아서 비교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사례를보며 또한 깨닫게 됩니다
중개사 양심에 따라 같은매물도 수천만원이 왓다갔다 하는게 충격이기도 하네요
지나가는행인 · 2026년 7월 8일
중개보조원이 아니고 중개사가 그러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되나요? 이런 일 발생하면 어디 신고할 수 있게 하면 좋겠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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